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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백 Dec 07. 2023

실업급여 안 받고, 계속 일하고 싶습니다. (3)

원장님 지인분은 돈이 많아

집에서 쉬시던 분이라 하셨다.


음...

내가 돈이 진짜 많으면

일을 안 할 것 같은데 왜?


혹시 너무 심심해서 일이 하고픈 걸까?

아니면 취미로 하시는 건가?

노블레스 오블리주?처럼 가지고 있는 걸 베푸시려고?



원장님 입장은 어떤가?

아무리 지인이라도 돈이 아주 궁한 분이 아닌데

굳이 봉직의들에게 나가라고 하신 이유가...


혹시 나와 파트너에게 나가는 월급이 아까우신 걸까?

그렇다면 지인분에겐 월급을 우리보다 적게 주는 조건일까?

그렇지 않고서야 본인 말씀대로 벌이가 크게 안 되더라도

직접 환자를 보지 않아도 (겉으로는) 안정적으로 잘 굴러가는

시스템의 나사를 굳이 교환해야 했을까?



카운터의 입장을 들어보자

환자들에게 좋은 비싼 약을 쓰고,

검사도 자주 하고, 비급여 치료보다는 정해진 치료를 우선하는 행위들이

병원 수익에 도움이 안 되는 걸 수도 있겠다.

아니면 쉴 궁리부터 하는 봉직의 마인드가 원장님 심기를 거슬렸을까?




내 입장은 그렇다.

2002년부터 고용보험료를 꾸준히 냈는데

신청해도 거의 못 받는다는 걸까?

(법알못의 생각이니 실제 받을 수 있다 하더라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주시기 바랍니다.)

고용노동부에 전화해서 물어봐야 하나?


쉬면서 뭘 해볼까?

얼마나 오래 놀면 진짜로 (즉 돈 때문이 아니라) 일하고 싶어 질까?

양가부모님께 말씀드리면 걱정하실 텐데 뭐라고 설명드려야 하나?

다른 병원은 언제 어떤 곳으로 구해야 하나?

혹 지인들을 만나면 이러쿵저러쿵 주저리주저리 사실대로 말하는 것보다

그냥 쉰다고 할까? 일종의 안식년을 스스로에게 선물했다 치고.



확실히 중년에 해고를 당하니 생각이 많아진다.

면봉으로 아무리 파내도 남아있는 귀지처럼

속시원히 해답이 나오지 않는 것들이다.


세상엔 실업급여를 가능한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다면,

실업급여를 받지 않더라도 일을 계속해야 하는(또는 하고 싶은) 나 같은 사람들도 있다.


고개를 들어 거울을 보니

아침에는 못 본

옆머리 흰 머리카락들이 눈에 확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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