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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dhope Nov 08. 2023

본격적인 Yosemite 원정 등반 준비 D-3개월

클라이머들의 성지인 미국 요세미티로 등반 원정 떠나는 첫 번째 발걸음 2


본격적인 등반 준비는 4월부터 시작했다.


사실 어떤 준비부터 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요세미티에서 낙오되지 않고 잘 따라다닐 수 있으려면 지치지 않는 체력과 등반 실력이 요구되었다.

체력 향상과 더불어 등반 실력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체중 감량도 필수적이었다!

몇 년 전부터 체중이 야금야금 불어나더니 3년 동안 10KG가량 쪘다. 적어도 등반하는 데 수월해지려면 7~8KG 감량은 필요하다고 판단되었다.


그래서 체력 + 체중 감량에 효과를 많이 본 유산소를 필수로 넣었고, 이외에 시간이 될 때마다 등반을 다니기로 계획했다.



4월 동안 내가 꾸준히 했던 루틴은 다음과 같다.

삼성산 무당골 암장에서 크랙&캠 설치 등 연습 / 주 1회
인공 외벽에서 등반 / 주 2회
달리기 / 주 3~4회
요가 / 주 2~3회



퇴사를 했기 때문에 남들에 비해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비교적 많았다. 그래서 보다 자유롭게 훈련에 임하며 열중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만일, 직장인이라고 하더라도 조금은 힘들겠지만 충분히 이와 유사하게 소화해 낼 수 있는 스케줄이라고 생각된다. 예를 들면, 퇴근 후 달리기를 하고 주말에는 인공 외벽과 산을 번갈아 등반하며 훈련한다면 가능하다.

요가는 한 번쯤 꾸준히 배워보고 싶었던 운동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퇴사하고 나서 버려지는 귀중한 아침 시간을 요가로 일깨우며, 뭉쳐있던 근육들을 풀어내다 보니 조금은 움직임이 부드러워졌다.


나는 감사하게도 원정 준비를 하는 동안 부모님이 전적으로 지원해 주시고 도움을 많이 받았다.

틈이 날 때마다 부모님과 함께 인공 외벽에서 리드를 하며 근지구력을 많이 키워나가기 시작했고,

평일에는 아버지와 함께 삼성산에 가서 크랙 연습을 했다. 쉬는 날에는 요가와 달리기를 병행하며 운동으로 가득 찬 나날들을 한 달 동안 꽉 채워 보냈다.







# 훈련 1. 크랙 연습


크랙이 있는 멀티 루트들은 많이 해 보았어도 제대로 크랙 루트를 오르거나 재밍을 하는 방법은 몰랐기에, 

일주일에 한 번은 크랙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졌다.



크랙 연습 첫날.


등반에 앞서, 아버지가 캠 설치 및 주의사항 등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1) 사전에 내가 오르고자 하는 등반 루트를 살펴보고, 그에 맞는 캠을 준비하고 세팅할 것

2) 등반 방향 및 루트 라인에 맞추어 캠을 설치할 것

3) 캠 설치는 힘이 남아있을 때, 미리 설치할 것

4) 안전이 제일 중요하니 불안하면 이중 캠을 설치할 것 (그러나, 캠 개수를 생각해서 마구잡이로 설치하면 안 됨!)

 

이외에 재밍하는 방법도 설명 들었다.

1) 엄지 손가락을 손바닥 안쪽으로 감싸 쥐어 손을 부풀리면, 조금 넓은 틈새에서도 재밍이 가능함

2) 손을 넣어 재밍을 시도하는데, 걸리지 않는다면 재빨리 다른 방법을 시도해 볼 것



손가락 테이핑하는 방법까지 속성으로 배운 후에 본격적인 크랙 연습을 시작했다.

우선, 아버지가 시범을 보여주며 캠을 설치하였고, 나는 동일한 루트를 톱로핑으로 올라갔다.

당연히 잠깐 재밍하는 방법을 설명 들었다고 곧바로 따라 할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재밍할 때마다, 바위 틈새에 끼어있는 내 손과 발이 고통스러움에 비명을 지르는 듯했다. 속으로는 '이러다가 추락하면 내 손이나 발이 꺾여 버리겠는데? 아니다. 그전에 손이 아파 부러질 수도 있어.'라는 온갖 생각을 다했다.

재밍도 못하는데 크랙 올라가는 요령도 없으니 무작정 힘으로 밀고 등반하거나 혹은 레이백으로 무리하게 가다가 추락하기 일쑤였다. 

얼떨결에 수차례에 텐션을 받고 겨우 정상에 도달했는데..! 이 짧은 코스를 오르는 데 30분은 소요된 듯했다.

이후, 조금 쉬었다가 아버지가 설치해 준 캠에 줄만 걸며 리딩을 하는데, 퀵 하나 걸고 텐션 받길 여러 차례 반복했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 크랙 등반에 많이 당황했지만, 요세미티 등반에서 크랙은 필수라고 하니, 꼭 해야만 했다!


내려와서 옆의 코스도 한 번 시도해 보고 총 네 번 정도 등반을 하고 나니 전완근이 뻐근해지며, 힘이 다 빠졌다. 이렇게 실패를 맛보며 처절하게 크랙 등반 첫날이 마무리되었다.








크랙 연습 둘째 날.


둘째 날이라고 해서 등반이 빨리 늘까 싶지만, 그래도 두 번째라 적응은 좀 한 것인지 첫째 날에 비해 수월해졌다. 물론, 재밍은 여전히 어렵고 아팠다.


가장 쉬운 우측에 크랙 코스는 짧은 2 피치로 구성되어 있었다.

1 피치까지는 내가 직접 캠을 설치하며 리딩에 성공했고, 2 피치에서는 몇 번의 텐션을 받았다.

무브가 잘 풀리지 않는 2 피치에서 반복해서 연습했다.


이후 좌측에 있는 핑거 크랙(손가락만 들어가는 크랙)을 톱로핑으로 연습했다.

이 코스는 손가락 몇 개만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구멍에 손을 구겨 넣어야 했는데, 새끼손가락이 찢어질 듯이 아파왔다. 그 고통을 참고 딱 한 번만 과감하게 일어서면 어려운 구간을 통과할 수 있었다.

다행인 건 핸드 재밍에 비해 손가락이 바위에 확실하게 걸리는 부분이 있어 안정감은 있었으나, 이마저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등반 연습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주마 연습을 해보는데, 처참했다...

몸이 기우뚱거리더니 내 몸은 자꾸만 뒤로 눕고, 내 의지와는 달리 손 발의 협응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마치 로봇처럼 삐그덕 거리며 어색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래도 연습하다 보면 늘지 않을까? 싶어 주마 기구 사용법에 대해서 터득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크랙을 잘 적응하면 나중엔 힘을 아끼면서 올라갈 수 있다는데 나는 한참 멀었나 보다.

안간힘을 쓰며 조금씩 올라가는데 그래도 첫째 날에 비해 조금은 전진한 내 모습을 보며 흡족했다.

무엇보다 요세미티라는 등반 목표가 있다 보니 나는 힘을 내어 훈련에 열중할 수 있었다.









크랙 연습 셋째 날.


세 번째로 삼성산 무당골 암장에 크랙 연습하러 가는 날.

마침 승민 오빠도 쉬는 날이라 아버지와 셋이서 등반하러 갔다.

분명히 첫날은 너무 힘들기만 했는데, 놀랍게도 세 번째 방문하니 바위도 코스도 꽤나 익숙해졌다.


등반 시작에 앞서 천천히 오늘 내가 사용해야 할 캠들과 장비들을 나열하고 준비한다.

아직 루트에 맞는 캠을 찾아 설치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아버지와 오빠의 도움을 받았다.

이 날은 지원군이 두 명이나 있었기에 매우 든든했다!




아버지와 오빠가 번갈아가며 시범을 보여주고, 나는 두 사람이 하는 걸 잘 보았다가 따라 해본다.




가장 쉬운 우측 코스를 2 피치까지 한 번도 추락 없이 등반에 성공하였다.

불과 2주 전만 해도 첫날에는 확보물 1개당 한 번의 텐션을 받아가며 간신히 올라갔는데, 갑자기 잘한다고?

핑거 크랙도 다시 한번 시도해 보는데 지난번에 비해서는 많이 쉬워졌다.


가족들이라 내게 칭찬해 주는 것일 수 있지만,

생각보다 나는 운동을 배우는 데 빠르게 터득하고 적응해나간다고 한다. 다만, 끈기가 없을 뿐..

이번엔 끈기를 가지며 배우려다 보니 더 빠르게 터득하고 실력이 성장하는 거 아닐까 싶다.




처음으로 시도해 보는 오프위스 코스도 시도해 보았다.

크랙 코스 중에 가장 힘들었던 코스였는데, 애매하게 팔과 어깨의 일부만 들어가는 이 코스는 초반만 잘 버텨내면 그다음부터는 쉬웠다. 오빠가 쉽게 등반하길래 쉬운 줄 알았건만, 안간힘을 썼다.




개운하고 열심히 등반을 마치고 나니 티셔츠가 찢겨 있었다. 추락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며 등반을 했던 탓일까? 



삼성산 무당골 암장에서는

총 3회 방문하여 캠 설치 및 핸드재밍, 손가락 크랙, 오프위드, 주마스텝을 배웠다.

초보자가 크랙 등반 혹은 인공 등반에 입문하기 앞서, 기본기를 터득하기 위한 좋은 교육장소일 듯 싶다.


더 여러 방문하여 훈련하다 보면 크랙에 대해 더 능숙해질 수 있었겠지만, 시간이 빠듯한 만큼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야 했기에 삼성산 훈련은 이것으로 종료했다.

재미있고도 내 첫 훈련 장소인 삼성산 무당골 바위!






인공외벽에서 리드 훈련.


주로 방문한 외벽은 강남 스포츠클라이밍센터와 용마 외벽이었다.

집과 가까운 편이기도 했고, 난이도가 다양하며 각도가 센 편이라 훈련하기 좋았다.


처음으로 외벽으로 훈련하러 나간 곳은 강남 스포츠클라이밍 센터였다.

이곳에서 나는 5.10a를 온사이트로 간신히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실패한 10a도 많았다.

생각보다 처참한 실력에 나는 좌절했지만, 그래도 쉬운 코스를 반복해 연습하기로 했다.

이후 몇 차례 더 방문했더니 4월 내에 5.10C까지는 풀 수 있는 정도까지 되었다. 하루에 보통 적게는 6개, 많게는 10개의 루트를 등반했다.


강남 스포츠클라이밍 센터가 쉬는 날이면 용마산 인공 외벽으로 훈련하러 갔다. 

이곳도 각도가 세고, 홀드도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5.10b는 온사이트하고 5.10c는 실패했다.

다소 더디긴 해도 미세하게나마 차츰 적응하는 내 모습을 보며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또한, 잊어버렸던 등반에 대한 재미가 다시 생기고 컨디션도 올라오는 느낌을 받았다.


무엇보다 나와 함께 등반해 주시는 부모님은 거뜬히 12대를 쉬지 않고 반복하는 모습에, 나는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강남 스포츠클라이밍 센터
용마산 인공외벽






등반도 중요하지만, 체중 감량도 이번 원정을 준비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었다. 그래서 등반을 일찍 마친 날이면 아버지와 헬스장으로 향했다. 등반을 하고 나서 또 헬스장을 가는 것은 생각보다 고된 일이다.

그럼에도 요세미티라는 꿈에 한 발자국 가까워질 수 있다는 생각에 가야만 했고, 나보다 더 열심히 운동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차마! 안 따라갈 수 없었다.


등반 쉬는 날에는 주로 요가를 했고, 달리기는 한강과 헬스장을 오가며 열심히 뛰었다.

달리기는 많은 인내력도 요구하고, 정신적으로 내 자신과 타협하지 않기 위해 참는 그 과정들이 괴로워서 선호하는 운동은 아니지만, 내게는 체중 감량에 효과적인 운동이 달리기라 빼놓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심폐체력을 올리는 데 많은 효과를 얻었던 터라.. 더더욱 달리기는 필수였다!




추가로,

좋아하던 야식과 간식들을 끊어 내기 위해 조금은 절제했고, 노력한 결과 4월 한 달 동안 2.5kg 감량하였다.

생각보다 적게 빠져서 아쉬웠지만 나는 더디게 빠지는 타입이라 이 정도 감량에도 감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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