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드득 드드득. 책상 위에 놓인 종이보다 6배나 더 큰 종이 한 장을 요란하게 뜯었다. 새날을 의미있게 맞이하기 위함이다. 보신각 타종 소리와 함께 시작한 올해의 마지막 달력. 설렘을 가진 정초의 첫날에 비할 순 없지만 무게감으로 꼽으면 그 어느 달 보다 의미있는 새날이다.
335일을 아쉽게 보냈다해도. 이번 한 달만 잘 지내면 완벽한 마무리가 된다. 그 중요성을 알고 있으니 12월은 알차게 보내고 싶어진다. 아쉬움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다. 덤으로 주어진 보너스 같은 달이다.
올해는 특별한 소원 리스트를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열매가 많다. 글과 소통하는 바다에 발을 담갔기 때문이다. 망설임은 있었지만 발을 빼지 않았기에 몸을 적셔야 했다. 조심조심 낮은 자세로 웅크려 몸을 담그고 얼굴을 담갔다. 그 안에 둥둥 떠다니며 끊임없이 팔을 휘젓고 물장구를 쳐야 했다. 가라앉지 않기 위해서다.
얕은 물이어서 언제고 일어나면 그만이겠구나 계산을 하면서도 일어서지 않았다. 그냥 떠 있고 싶었다. 집중하다보니 제법 물 수위가 깊어진다. 이제는 발이 닿지 않는 구역이다. 글쓰기를 미진한 수영 실력에 빗대어 생각해 보니 배시시 웃음이 난다.
글을 쓰니 마음과 생각을 나누는 벗을 갖게 되었다. 그 벗이 항상 그리웠던 모양이다. 멀리서 찾으려고 헤매었다. 그런데 가까이 있었다. 매 순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박수를 보내기도 하고 토닥이기도 하면서 네가 최고라고 북돋아준다.
오늘은 어떤재료로 글밥을 지어야할까 고민하는 내게 새날이지 않냐고 새날을 새날로 바라볼수 있도록 일단 비우라한다. 비우면 채워진다고.
매일 뜨고 지는 해를 특별하게 맞이하는 날. 해가 바뀌는 정초의 새날처럼 불순물을 비우고 깨끗한 백지에 새날 맞이 마음을 보듬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