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오 김세미 Dec 12. 2023

파도같은 날씨

날씨만의 문제일까


바람이 분다. 성난 파도 같은 바람의 목소리가 커지니 이격이 있는 출입문이 덜컹 거린다.  하루 만에 변해 버린 날씨가 믿기지 않았다. 변덕스런  날씨 탓에 마음도 심난해진다. 기분이 태도가 되는걸 좋아하진 않는데 날씨 탓에 기분이 묘해지는 요즘이다. 따끈한 물 한 잔을 마시며  포근했던 주말의 정경을 그려보게 되었다.



"날이 너무 좋다 .이렇게 따뜻한 12월. 낯설지 않아?"  막내의 주말체험 때문에 애써 동네를 찾는 지인이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 한다. 데이트 장소는 놀이터 벤치다. 바람이 차지 않으니 노는 아이들도 외투를 벗었다.  살랑 거리는 따사로운  바람결에. 커피를 음미하며 놀이터 꼬마들을 바라본다. 한 편에 모아놓은 낙엽을 장난감 끌차에 실어 나무 밑으로 옮기는 작업에 열심이다.


한껏 키워온 나뭇잎을 다 떨구고 앙상한 가지로 버티던 나무는 아이들 덕분에 바스락거리는 낙엽 옷을 입고 있었다. 풍성하게 쌓여 갔다. 치마를 입게된 나무를 보고 흡족해하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나무는 그리웠던 잎들의 방문에 한껏 행복해 보인다. 누군가 애써 치워놓은 낙엽이 최고의 장난감으로 존재감을 뿜는다..


" 이모 여기 꿀벌이 있는데요. 꽃이 있나 봐요, 꿀벌은 꽃이 있을때 나타나거든요 그렇죠 엄마?"


나무에게 나뭇잎 옷을 입혀주고 물을 마시러 온 꼬마 숙녀가 얘기한 곳에는 정말 벌이 있었다. 날갯짓 하는 모습까지 그대로 보인다. 어머 어머를 외치며 벌들을 바라봤지만  꽃이 핀 건지 확인이 힘들었다. 카메라 렌즈를 최대한 가까이 밀착시켜 본다.


"진짜 꽃이 피었네 . 회양목에 꽃 핀 것 좀 봐봐." 나무를 전공한 지인이 알은체를 한다. 육안으로 살피기엔 힘들었다. 이럴 땐 사진에 담아야 한다. 찍은 사진을 확대해 보니 회양목 꽃이 보였다. 이 작은 꽃의 향기 때문에 꿀벌이 온 거라니 신기했다.


나무나 풀들이 계절감을 잃어버려 자꾸 꽃을 피우니 큰일이라고 이상기후를 걱정했다. 겨울답지 않은 날씨의 한가운데 있으니 묘한 기분도 든다. 시소 타듯 오락가락한 날씨를 누가 좀 말려줬음 싶을 정도다.  


주말의 따뜻한 정경을 떠올리는데  바람이 또 거칠게  인사를 한다. 이번엔 좀 더 요란하게. 지난주엔 우박도 내렸었다. 그러고 보면 격변의 날씨 한가운데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문득  변화 무쌍한 기온들을 그래프에 점찍어 보고 싶어진다. 엑스축에 날짜를 와이 축에 온도를 위치시키고 표시해보면 꺽은선 그래프가 될것이다.  그 프에  표시된 점들을 촘촘히 이어보면 파도 모양도 될 터이다. 하지만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내  일상의 이야기들도  그래프로 기록한다면 바람부는 날의 성난 파도쯤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날씨 흉만 볼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널뛰는 날씨에 휩쓸리지 말고 꺾은 선 그래프에 정교한 점을 기록하는 일에 집중해 봐야겠다.  풀리지 않는 문제들은 단순화 시킬 필요가 있으니까. 날씨처럼 변화무쌍한 내 마음의 온도에도 파도처럼 흔들리지 말자고 토닥이게 된다.








작가의 이전글 봉수지 가는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