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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연 Apr 26. 2023

보암직 스럽고 먹음직 스러운

백화점을 들렀다. 이 많은 물건들을 누가 다 사나싶을 정도로 온갗 물건들로 빼곡하다. 저런걸 사서 쓰는 사람도 있을까 싶은 물건들도 있다. 생활에 필수적인 것도 있고 그리 쓸만하지 않은 것도 있다.  그래서 말 그대로 화점인가 보다. 찬찬히 살펴보면 생활속에서 과편리성 상품의 비중이 상당하다는 걸 느낀다.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는 모양들을 구경하는 것도 참 재미나다.  어떻게 저런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일을 한 분을 한번 만나 보고싶기까지 하다. 우리 물건이 세상에서 가장 좋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아이디어를 짜낸 디스프레이들을 보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을 했을지 알 수 있다.  사실 그 중 하나를 사서 집에 가져오면 백화점에서 본 그 모습은 사라지고 그 물건의 본래 모습이 보일 때가 많다. 백화점에서 봤을때는 화려하기도 하고 멋도 있고 쓰기에 참 좋을 거 같았는데 막상 집에 와서 펼쳐놓으니 왜 샀나 싶기도 하다. 보는 장소나 조명이나 그때의 기분이나 그외의 요소들에 의해서 본질이 외곡되기도 한다. 심한 착시효과를 보일 때도 있다.

여행을 갔을때, 특히 해외여행을 갔을때는 조심해야 한다.  참 멋있고 아름다우며 쓸만한 것들이 길거리 Pop-up store에도 있고 풍물시장 같은데도 있고 전문점 등에도 널려있다. 그러나 막상 집에 돌아와서 보면 왜샀나 하는 후회를 할 때가 참 많다.

보기에 정말 멋진 것이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니올시다 하는 것들이다.


식당을 지나치다 보면 가짜로 만든 음식 모형들을  볼 때가 많다. 먹음직 스럽다. 진짜로 저렇게 나오면 참 좋을 것 같다.  형형색색 치장된 음식들은 먹고싶은 충동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전문 레스토랑으로 가보자. 상위레벨의 레스토랑이나 정말로 비싼 곳은 메뉴에 사진이 없다고 한다.

저렴한 식당일수록 메뉴에 음식사진이 많다고 한다. 설명할 시간 없으니 사진보고 빨리 고르라는거다. 고급 식당들은 메뉴에 사진을 넣지않는다고 한다. 직원이 와서 재료에서부터 조리방법에 대해서 간략하나마 설명을 해주고 설명을 듣는 도중에 고객들은 곧 나올 그 음식에 대한 행복한 상상을 하게 한단다. 그리고 실제로 짠~ 하고 음식을 서브했을때 고객으로부터 감동을 불러 일으키려는 것이다. 즐거움이 두배다.  화려한 음식과 너무나 품위있고 아름다운 그릇, 거기에 멋지게 차려입은 직원들의 손놀림은 오직 음식을 돋보이게 하기위한 요소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모든 요소들을 즐기는 댓가로 고객들은 오지게 비싼 음식값을 지불해야 한다.


성경의 창세기에서 아담과 이브가 따먹었다는 선악과에 대한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 대목에서 성경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브가 선악과를 처음 보았을때 "보암직스럽고 먹음직 스러웠다"라고 되어있다.

보암직 스럽다라는 말은 보기에 정말이지 좋았다라는 뜻이고 먹음직 스럽다는 말 그대로 먹고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는 뜻일게다. 즉 시각이 미각을 끌어 올리도록 충동질 시켰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담과 이브는 그 충동에 못이겨 먹지말라는 선악과를 먹어버리고 말았다. 이 사건은 인류가 지은 첫 죄이며 지금도 그 죄를 짊어지고 산다고 한다.


수십년전의 사과는 지금처럼 커다랗고 색이 아름다우며 단맛으로 꽉 채워진 것이 아니라고 한다. 신맛이 강하고 떫은 맛도 있었으며 크기도 작았다고 한다. 그러나 옛날 사과 한개의 영양과 효능을 지금 사과로 섭취하려면 네개를 먹어야 같아진다고 한다.  현대농법은 끊임없이 크기, 빛깔그리고 단맛에 치중하여 품종을 개량해 왔다.  진정한 사과의 효능보다는 보기에 좋도록 크기와 색깔에 치중하여 개발해왔고 맛도 원래의 사과맛보다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단맛을 높이기 위하여 노력해왔다.  오직 상업적인 목적이 사과의 본질을 잊게 만들고 말았다,

딸기우유는 예쁜 분홍색이고 게맛살은 등에 빨간 옷을 입고 있다. 이것은 선인장에 기생하는 벌레를 주원료로하는 코치닐색소의 힘이다.  어떠한 가공식품이든지 뒷면 성분표를 보면 음식의 색을 예쁘게 하기위해 여러가지 색소를 넣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단무지를 먹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김밥도 싫어한다. 단무지를 먹으면 아삭한 식감을 준다. 소금물에 절인 무우가 어떻게 생무우처럼 아삭할 수 있을까?

나는 가급적 과자 먹기를 피하고 싶다. 감자칩이나 양파과자를 먹어보면 바삭한 그 식감이 참 좋다. 새우x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바삭하여 입안의 점막을 할퀴기도 한다.

얼마전에 안 사실이지만,  단무지가 아삭한 것은 아삭하게 만드는 식품첨가물을 투입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자가 바삭한 것도 식품첨가물의 힘이라고 한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다. 그러니 빛깔이나 식감을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게 장사의 중요한 수단이다.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나중은 모르겠고 당장 예쁘고 먹는 즐거움을 주는 것이 장땡이다. 이 두요소가 맞아떨어지면 대박이 나는거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현대에 와서 인류에게 역습을 가하고 있다. 아토피 횐자가 늘어나고 알러지 때문에 고생하고 각종암이나 희귀질병에 노출되고 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각종 질병에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극단적이라고 비판할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질병은 섭생과 연관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이에 대항하려는 많은 연구나 학설들과 산업들이 각광을 받게되고 돈을 쓸어담는다고 한다. TV나 유투브를 보라. 건강과 음식들에 대한 컨텐츠들이 얼마나 많은지. 또한 이러한 주제에 관한 책들이

얼마나 팔리고 있는지.


알고는 못먹는다고 한다. 모르고 먹으면 보약이라고도 한다. 너무 복잡하니까,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먹을게 없는 세상이니까 반은 자포자기 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는 서서히 지치고 병이 든다.

그래, 무엇을 먹으란 말인가?


보암직스럽고 먹음직 스러운 선악과를 매일 먹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매일 내 소중한 몸에 죄를 짓고 있다. 마치 아담과 이브가 그랬던 것 처럼.


아내가 눈을 비비며 일어나 이른 아침을 내온다. 그중에서 상추와 당근과 사과만 먹고 밥은 옆으로 밀쳤다. 얼마나 오래 살려고 그러냐는 눈화살이 뒤통수에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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