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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연 May 30. 2023

아프지 말고...

아내가 아프면  속이 상한다

나의 아내는 참 예쁘다. 젊었을때 보다 예순을 맞은 지금이 내눈에는 더 예쁘고 귀엽다.  내 아내를 내가 예쁘다고 말하는데 누가 말릴 수 있겠는가.  아내는 나의 이런 말에 립서비스라고 하지만 사실이다.  내가 내 아내랑 지금껏 함께 살면서 그렇게 믿고 있다면 그런거다.  팔불출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예쁜 사람들은 자신이 예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것 같다.  끊임없이 인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그들의 평가에 민감하다.  내 아내를 예로든다면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사진을 못찍는다. 단순한 이유는 남들이 본다는 것이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이상하게  표정이 변한다. 그리고  자기가 봐서 예쁘게 나오지 않은 사진은 당장 지우라고 역정을 낸다.

예쁜 사람들은 어지간해서는 자기가 먼저 이성에게 다가가지 않는다.  이성이 먼저 가와서 관심을 표하기를 기다린다. 그래서 짝이 없는 예쁜사람이 의외로 많다.

 나의 아내도 그랬다. 그래서 내가 먼저 다가갔다.   연애 후일담이지만,  아내에게 다가가기 전에 주위사람들에게 내가 아내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퍼지도록 군불을 지폈다. 사내에서 예쁜여자로 소문이 나있던 아내였으므로 지인들 사이에는 금방 소문이 났다.  여기서부터 중요하다. 내앞에서 나는 전혀 그런 사실이 없는듯 표정을 숨겼다. 그러니 아내의 심정은 복잡했을 것이다. 들리는 말로는 분명히 내가 자기를 좋아한다는데 나의 동향은 전혀 아니올시다이니 많이 궁금했을 것이다. 슬쩍이라도 나에 대한 뒷조사도 해보았을 것이다. 답답하기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언제쯤 고백을 할 것인가 망설여지는 시간이 너무 지루했었다. 어느 아내의 생일날이었다.  레스토랑에서 조촐한 모임을 마치고 내가 아내를 집까지 바래다 주기로 했다. 그리고는 남산 힐튼호텔 정원에서 어떠한 기획도 없이 고백을 했다. 참 이상한 것은 어떠한 거부도 없이 바로 승락을 하더라는 것이다. 세칭 튕기는 것도 없이 말이다.  결혼도 그랬다.

"언제 결혼식 하는게 좋을까?"

대뜸 던진 이 한마디가 결혼프로포즈의 전부였다. 의도된 장소도 시간도 아니었다. 물론 반지나 선물도 없었다. 금 생각하면 참 멋대가리 없는 남자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나는 환갑이 훨씬 지난 지금도 내를 아낀다. 늘 바라보는 것이 즐겁다. 침에 이 깨면 한참을 자고있는 아내를 지켜본다.  자고있는 모습을 보는게 참좋다.  그러다 아내가 눈을 뜨면서 깜짝 놀란다.  뭘 그렇게 보고 있냐고 핀잔을 주지만 썩 싫지만은  않은 것 같다.


그런 아내가 감기라도 걸려서 몸이 안좋디고하면 속이 상한다. 화가 난다. 누구에게 싫은 말을 듣거나 심지어는 두딸이 엄마에게 함부로 대하면 호되게 꾸지람을 한다.  아파하는 아내를 보면 내가 이픈것 같다. 그래서 신경질을  부리면 아내는 더 화를 낸다.  아픈사람 위로는 못할망정 오히려 화를 낸다고 나무란다.  아내가 그런 반응을 보이는걸 이해한다. 그건 내마음을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거라 생각한다.  아내가 아프면 안타깝다. 애처롭다. 아깝다.

그런데 거기에 대한 나의 반응이 왜 화로 대변되는 걸까 ?  란 인간이 아직도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것 같다.


두딸래미들에게 유언같은 부탁을 한 적이 있다.  아빠에게는 함부로 해도 좋다.  갖다 내버려도 욕하지 않으마. 그러나 엄마에게는 진심으로 잘 대해주기 바란다라고 했다.  작은 녀석이 고개를 끄덕인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 말을 했을때 나의 마음은 진심이었다.  


아내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속앓이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로 인하여 몸과 마음의 고생을 많이 한 아내로서는 이런말에 감동하지 않겠지만, 믿지도 않겠지만 아내야 그러던말던 내마음은 진실로 그렇다.  그래서 아내가 아프다고 하면 안스러운 마음부터 든다. 조심 좀 하지 왜 아프냐는 마음이다.

여행을 가면 나는 아내에게 짐을 들리지 않는다. 무거운 짐을 들고 있는 아내를 보고싶지 않아서이다. 키지여행을 한 적이 두어번 있다. 다른 아내들은 캐리어를 밀고 남편의 음식을 챙기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아내는 마리앙뚜와넷 처럼 꼿꼿이 앉아있다.  나는 그모습을 보는게 좋다.  아내가 물었다.  다른 아내들 처럼 하는게 부럽지 않냐고.  전혀 부럽지 않다.  마트에 장을 보러가도 기를 쓰고 내가 보따리를 들고 온다.  그동안 고생을  많이 한 아내에게 더이상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서이다. 그런데 자꾸 하나라도 들겠단다. 괜찮다고 신경질을 부린다. 그러다 또 욕을 먹는다. 좋은 의도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오기 일수다. 백번을 잘하다가도 말한마디로 다 까먹는다고 아내가 말한다. 나도 잘 안다. 그런데 그 순간에는 나도 모르게 툭 어나오고 만다.

경상도 출신 아니랄까봐.


이런글을 쓰니 내가 무척 좋은 사람같은데....

아니다. 나는 아내에게 좋은 사람이 아니고 과거에도  아니었다.  아내는 나에게 넘치도록 과분한 사람이다.  내가 하늘 높은줄 모르고 들이대다가 내의 운명이 꼬여버린 것이라 믿고 있다.  나란 사람과 삼십년을 넘게 살면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내가 안다. 그걸 모를만큼 바보는 아니다.


아침에 한쪽팔은 머리위로 올리고 다리는 쩍벌리고 도롱도롱 코를 골며 자고 있는 아내를 물끄러미 내려다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 나 아닌 다른 좋은 남자를 만나서 살았다면 얼마나 행복하게 살았을텐데 어쩌다 나같은 남자를 만났니 '


잠든 아내의 손을 살며시 잡아본다. 손목에서 또깍또깍 뛰는 맥박이 느껴진다.  내가  살아있슴을 느낀다.

신비롭다. 아내에 대한 내마음이 서럽도록 아름답게 느껴진다.


부디 아프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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