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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연 Aug 16. 2023

알릴라 우붓(Alila Ubud)

반은 감은 눈으로 발코니문을 연다.

쏴~~하고 선선한 바람이 한가슴 품에 안긴다.

발리는 열대지방이 아니었던가.

이른 아침의 알리라 우붓.

어렸을때 본 이후로 한번도 본 적이 없을 것 같은 뭉게구름이 태양빛과 희롱한 후 빨갛게 볼이 달아 오른다.  검푸른 야자수잎은 시샘하듯 날카롭게 구름의 엉덩이를 찌르고 재빠른 청솔모 가족이 야자수의 마음을 달래려고 분주히 오르내린다.

부리 노란 작은새는 우붓의 신사처럼 한걸음한걸음 신중하다. 정적을 깨뜨리며 나타나 초장을 가로지르며 열매하나를 놓고 경쟁하는 대여섯마리의 원숭이들과 계단에 아 아내의 등어리털을 골라주는 자상한 남편 원숭이.

하얀꽃,  빨강꽃,  주황꽃,  노란꽃, 자줏빛꽃...

아롱진 자태로 노래하는 꽃잔치.

그 사이를 헤엄치며 애무하는 바람의 손길...


내가 이들과 하나 될 수 없슴이 서러움으로 다가온다.


나는 오늘 또다른 숙소로 옮긴다.

한동안 잊지못해 가슴 한쪽에 병으로 이곳을 간직해야 될 것 같다.  그리고 휴가가 끝나고 내 삶의 터전으로 회귀했을때 내가슴속 묵은 때를 벗겨내 준 이곳을 잊어버리고 또다시 일상이라는 두꺼운 때를 갑옷처럼 두를까봐 겁이 난다.


태초가 이랬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때도 이럴 것이다.

알파와 오메가.

그러나 아는가?

알파와 오메가는 인간이 아닌 신의 시간개념인 것을...


인기척이 들린다.

조용함이, 평화로움이, 이곳만의 질서와 조화가 일순간 와르르 무너진다.

나도 무너져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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