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축제에 갈 때 '귀'를 열어야 하는 이유

2025년 5월 10일

by KYLA

⊙ 5월 10일 동선

알트슈타트 → 벡 베르크 → 체칠리엔호프 궁전 → 마이어라이 융페른 호수 → 하이더 카페

→ 포츠담 네덜란드 거리 → 상수시 궁전 → 포츠담 와인 축제 → 혜진이네 집 → 숙소 복귀




포츠담 와인 마켓
Weinmarkt Potsdam


내가 갔던 5월의 포츠담이 더 즐거웠던 이유는

운 좋게 만났던 '와인 마켓'이 한 몫했던 것 같다.


포츠담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 앞,

루이젠 광장(Luisenplatz)에서 열리는 와인 마켓!

듣기만 해도 심장이 떨리지 않은가?


독일 전역의 와인 생산자들이 모이는 '와인 마켓'은

사람들이 시음도 즐기고, 간단한 안주도 먹을 수 있는 소규모 축제다.


광장에는 초저녁부터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는데

접근이 좋은 대로변 광장에 노천 카페 분위기로 열려 있다 보니~ 길을 지나다가 혹은 퇴근하다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았다. ‘와인 마켓’이 따로 입장료가 없다는 점도 많은 이들이 모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인 것 같다.


포츠담 ‘와인 마켓’은 라인헤센(Rheinhessen), 팔츠(Pfalz), 바덴뷔르템베르크(Land Baden-Württemberg) 등 독일 전역의 유명 와인 산지에서 온 생산자들이 직접 부스를 운영하는 게 매력적이다.

즉, 와이너리 사장님들이 직접 온다는 거고~

같은 화이트 와인이라도~ 누가, 어디서, 어떻게 만든 와인이냐에 따라 맛이 다르다는 사실!

광장을 쭉 둘러싼 부스 곳곳를 돌아다니며 와인을 사서 맛을 봤는데, 같은 품종으로 만든 와인이라도 맛이 다~ 다른 게 신기했다.


와인 마켓은 와인 전문가들로부터 생산 과정이나, 맛의 특징을 직접 들으며 시음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는데 아쉽게도 나는 언어가 부족하니, 요런 얘기는 들을 수 없었다.^^

마음의 목소리로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귀야~ 뚫려라~
입아~ 말해라~


와인 마켓은 어떤 테이블이든 자유롭게 앉아서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 날 딱 한 가지! 아쉬운 게 있었다면 나의 뚫리지 않은 '귀'였다.


우리 테이블 옆에는 남아공에서 여행 온 20대 부부와 아버지, 그리고 아이가 앉았는데 축제의 열기만큼이나 활기찬 대화가 이어졌다.

나도 솰라솰라 유창하게 대화하고 싶었지만, 내 귀에 들리는 영어는 간신히 단어 몇 개들 뿐이었고, 내 입은 그저 분위기 맞춰서 호응하는 단어 몇 마디를 내뱉는 게 전부였다.


내가 영어를 좀 더 잘해서 혜진이 남편 앞에서도 보다 멋지고 능력있는 언니로 보이고 통역도 막 해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럼 진짜 뿌듯했을 것 같다.


요즘 넷플릭스에 <이 사랑 통역 되나요?>라는

드라마에서는 김선호가 고윤정의 언어도 통역해주고, 두 사람 마음도 통역도 성공해서 남녀 주인공도 예쁜 사랑을 하며 해피엔딩이던데~

나에겐 언어의 장벽이 그저 높을 뿐이었다.

갑자기 드는 생각인데 말을 못 해도 드라마처럼 멋지고 잘생긴데 다정하기까지한 개인 통역사가 있다면 그건 그 나름대로 좋을 거 같긴 하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지~

이들이 한국어를 할 줄 안다면~ 내가 원 탑인데~ 나는 한국어로 하면 어디가서 말빨로 안 질 자신이 있다!

하지만 포츠담 와인 마켓에서 대화는 영어로 이어졌다.


우리 테이블에는 영어를 잘하는 지용이,

독일어로 소통이 가능한 혜진이,

그리고 오로지 한국어만 잘하는 내가 있었을 뿐이었다.

한창 대화를 이어가던 중~ 남아공 아내가 "뷰티풀~" 이라고 했는데~ 나는 그 말을 듣고 내가 아는 문장이라 생각했고, 자신있게 대답했다.


오~! 땡큐 쏘 머취~!


어깨까지 들썩거리며 하이톤 목소리로 감사한 마음을표현했다. 사람들은 이런 걸 보고 ‘할리우드 액션’이라 부른다. ‘과장되고 화려한 액션’ 내 대답이 딱 그랬다. 그랬더니 혜진이 왈~


언니~ 지금 언니 예쁘다는 줄 알았죠?


이런~~ 오마이갓!!

내가 잘못 알아들었음을 아는 데까지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초 정도? 하지만 체감은 그보다 짧은 0.1초 정도였다.

예쁘다고 말한 건 내가 아니라~ '포츠담'이었다.

남아공 아내는 "여기 포츠담 도시가 너무 예뻐요~"를 말한 건데~ 내가 민망한 착각과 대답을 한 거였다.

어깨나 들썩이지 말 걸~

그저 가만히 있었으면 중간이나 갈 텐데~

괜히 뭘 안다고 나서서 리액션에 말까지 하는 바람에 '바보'가 되었다.ㅋㅋㅋ


남아공 아내는 내 반응을 보고 바로 눈치챘다.

내 리액션과 목소리 톤과 표정만 봐도

내가 그녀의 말을 포츠담이 아닌 나를 예쁘다고 한 줄 알았다는 걸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분위기였다.

아~ 나는 왜 ‘뷰티풀’에 리액션을 했을까? 굳이~ 왜? 쥐구멍~ 아니 와인병에 들어가서 숨고 싶었다~ㅋㅋㅋ

그녀는 내가 민망할까봐 마음이 쓰였는지~ 일어나서

내 옆으로 가까이 와서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단어 하나하나 천천히 말하며 대화를 시도했다.

내 리액션에 맞춤형 질문이라고 해야 하나?


너 피부 좋다~ 비결이 뭐야?


그녀가 일부러 내 옆에 와서 나의 민망함을 풀어주려고 하는 모습을 보니, 고맙고 또 고마웠다.

나를 생각해서 질문해주는데~ 나도 성심성의껏 대답해야지~


내 피부 비결은 선크림이야


우리는 웃으며 대화했고,

나는 더 이상 어깨를 들썩이진 않았다.

최대한 더 들으려고 노력했고, 대답을 어떻게 할 지~ 고민도 더 많이 하고 말했다.


와~ 영어 과외를 10개월이나 했었는데

어쩜 그렇게 귀가 안 들릴 수 있는지~ㅋㅋ

심지어 1대1 과외였는데~ 말도 제대로 못 했다.

굳이 굳이~~ 핑계를 대보자면~

영어 과외를 한 지 너무 오랜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혜진이나 지용이도 학교 다닐 때 배운 영어인데?

그렇다면~ 핑계는 소용이 없어진다~ㅋㅋㅋ

내가 영어를 못 한 건 그냥 팩트였다.


뭐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쪽팔린 건 다시 담을 수 없고,

다음에 유럽에 간다면~ 간단한 대화는 할 수 있게 영어 실력을 키울 수밖에~ 이게 만회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 아니겠나? 솰라솰라 유창해지고 싶다.


“기 죽지 않아~~~”는 거짓말이고,

조금 기가 죽었었지만! 그래도 즐거운 와인 마켓에서 풀 죽어 있을 순 없다.

쪽팔렸던 화끈거림은 와인의 열기로 확~ 덮어버렸고

다음에만 똑같은 일을 만들지 말자며 다짐했다^^



리즐링


우리가 첫 번째로 산 와인은~!

리즐링 클래식


독일의 유명 와인 산지인 라인헤센(Rheinhessen) 지역에 위치한

힐레스하임 (Hillesheim) 마을에 있는

'바인구트 야콥스호프(Weingut Jakobshof)' 농장

제럴드 에게로프(Gerald Egelhoff) 가문이 운영하는 유서 깊은 와이너리에서 만든 와인이라고 한다.

와~ 이게 메뉴판에 다 나와 있다는데~ 독일어를 봐도 까막눈인 나는 뭐가 뭔지 하나도 몰랐다. 한글로 번역해도 말도 어렵고, 어딘지도 모르겠고~ 외계어를 듣고 있는 기분이다.

한마디로 '라인헤센 지역의 힐레스하임 마을에 있는 '에게로프'네의 야콥스 농장'

이게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다.


우리나라도 이렇게 각 가문에서 만든 막걸리로 부스를 운영하며 축제를 연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얼마나 다양한 막걸리를 맛볼 수 있을까?

지방에서 막걸리 축제를 한다는 얘기는 들었었는데~

곳곳에서 우리나라의 술을 알리는 행사가 많이 열리면 좋겠다.

소주로도 가능하려나?^^


리즐링 품종으로 만든 와인 중 '클래식'은

너무 달지도 너무 쓰지도 않은 깔끔한 맛이 매력적이었다.





대부분의 와인 부스에서 와인 가격이 비슷했고,

부담스럽지 않은 선의 가격이 좋았다.

역시 유럽은 '와인'의 천국인가?


◎ 비용

- 글라스 0.2L : 7.50€ (한화 약 11,000원)
- 한 병 0.75L : 22€ (한화 약 32,000원)


각 부스의 메뉴판에는 메뉴와 가격뿐 아니라

와이너리 주소와 이메일, 웹사이트 정보가 있었는데

만약 이 와인이 마음에 들었다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주문할 수도 있고

미리 확인 후, 와이너리에 방문도 해볼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추후 글로 여행 에세이를 쓰고 싶어서 메뉴명과 가격을 참고하려고 메뉴판을 찍었었는데

나중에 이런 정보도 메뉴판에 적혀 있다는 걸 알고는

'그렇다면 와인을 샀던 곳마다 메뉴판을 찍어놓을 걸' 하고 살짝 후회가 됐다.



리즐링


두 번째로 맛 본 와인도 리즐링!

지용이가 어떤 부스에서 사온 와인인데~

이 와인도 정말 맛있었다! 이번 리즐링 와인은 상큼한 청사과라고 해야 하나?

과일향이 살짝 나면서도 깔끔하고 달지 않아서 좋았다.


같은 리즐링인데, 이렇게 맛이 다를 수 있다니~

와인은 품종과 연도, 어느 산지에서 만들었느냐에 따라 다른 줄로만 알았지~ ‘누가 만드냐’에 따라 다른지는 이번에 처음 깨닫게 된 거 같다.

하긴~ 요리도 어떤 재료로 누가 하는지~ 손맛에 따라 달라지는데, 와인이라고 다를 수 있을까?

그리고 와인 라벨에 Familie(가족)라고 적혀 있는데~ 와인 가문에서 만든 의미라고 한다.

쉽게 말해, 가족이 만든 와인이라는 거지~

‘와인 마켓’은 와인 가문들의 축제이기도 한 것 같다.


이렇게 다양한 와인이 눈 앞에 있다니~

내 '간'이 허락한다면~ 이곳에 있는 와인을 전~부 마셔보고 싶었다.


화이트 와인이 유명한 독일



나는 '와인'하면 프랑스, 이탈리아, 체코 그리고 가성비 좋은 미국 정도가 대표적이라고 생각했는데~

'화이트 와인'은 독일이 세계적으로 유명하단다.

실제로 마셔본 독일의 화이트 와인 맛은,

산미가 살아있고 깔끔해서 정말 내 스타일이었다.

특히, 독일 리즐링 품종은 와인의 '왕'으로 불릴 정도로 유럽 내에서 상위권이라고 한다.


독일은 유럽에서도 북쪽에 위치해 있어서

서늘한 기후가 특징인데, 덕분에 포도가 천천히 익으면서 당도와 산미가 응축되어 화이트 와인의 ‘청량함’을 만드는 포인트가 되는 것이다.


비유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의 봄동이나 겨울 시금치가 찬 기후에 단맛을 응축하고 자라나서 2~3월이면 봄동 겉절이가 맛있는 이유와 비슷한 걸까?

단맛의 응축 원리는 비슷한 것 같다. ^^


독일은 화이트 와인 중에서도 리즐링 품종이 유명한데,

사과, 복숭아 같은 과일 향부터~ 특유의 ‘흙냄새’라고 해야 하나? 미네랄 맛?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드라이한 맛부터 디저트처럼 달콤한 맛까지 다양해서

취향에 맞는 리즐링만 찾아도~ 재밌는 여정이 될 수 있다.





샤르도네


해질 무렵, 우리가 맛본 와인은 '샤르도네'

리즐링이 톡 쏘는 산뜻한 맛이 특징이었다면

샤도네이는 도화지처럼 깔끔한 맛에 입안을 부드럽게 감싸는 바디감이 매력적인 와인이었다.


어떻게 숙성하느냐에 따라서 다른데

독일처럼 서늘한 곳에서 만든 와인은

레몬이나 시트러스처럼 깔끔한 맛이 날 수도 있고,

따뜻한 곳에서 만든 와인은

파인애플이나 망고 같은 열대 과일 맛이 날 수도 있다.

또한 오크 숙성을 하면,

바닐라나 구운 아몬드처럼 고소한 풍미가 더해지기도 한단다.



우리가 샤도네이 와인을 주문하다가 알게 된 건데~

이름은 하나지만, 부르는 별명(?), 방식이 나라마다 다르다.


프랑스에서는 '샤르도네'

짧고 굵게 '네'로 끊어서 읽는 게 특징이고


미국과 영국처럼 영어권에서는 '샤도네이~~'

하면서 길게 늘려서 발음하는 게 특징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샤르~도네'

프랑스와 비슷하지만 R발음을 좀 더 명확하게 말한다.


그리고 독일에서는 '샬도네'

특유의 강한 R발음이 섞여서 '샤ㄹ도네'처럼 들린다.


같은 와인인데 발음에 따라 다르게 들리는 게 흥미로웠다.



오른쪽 샤르도네는 왠지 장인 포스가 느껴지는 와인 부스에서 샀는데

바인구트 마틴(Weingut Martin)이라는 와이너리에서 만든 와인이다.


왼쪽은 어디서 샀는지, 모르겠지만

둘 다 '샤르도네 트로켄'이란 와인을 구매했다.

'트로켄'은 드라이한 맛을 의미하고

산미가 덜한 부드러운 과일 맛이 특징이라고 하니~

와인을 살 때, 라벨을 확인해서 취향따라 사면 더 좋을 것 같다.



축제의 꽃은 '음식'아니겠나~

처음 먹어본 안주는 지용이가 사온 '플래터'

독일에서는 이런 구성을 보통 브레틀(Brettl)이라고 부른다는데

나무 도마 위에 얹어서 나온다는 뜻이란다.


우선 오른쪽에는 얇게 슬라이스한 훈제 햄이 먹음직스럽게 담겨 있었다.

짭짤하고 훈연된 향이 느껴져서

드라이한 화이트와인하고 궁합이 정말 좋았다.

정갈하게 자른 치즈와 거친 질감의 호밀빵,

자칫 느끼할 수 있는 입안을 깔끔하게 잡아줄 피클과 고추,

앙증맞은 프레첼을 위에 얹어 나왔다.


나는 유럽에 가면 '훈제 햄'이 참 맛있는 거 같다.

꼬숩꼬숩하고, 식감도 쫄깃하고, 짭짤한데 과하진 않아서

와인 안주로 이만한 게 없는 거 같다.



두 번째 안주는 혜진이와 함께 부스를 돌아다니며

맛있어 보이는 걸 골라봤다.

독일 축제에선 어떤 음식들이 있을까~ 궁금하니까~


우선, 감자왕의 나라 답게 독일식 감자튀김 폼메스 프리츠(Pommes frites)를 하나 샀다.

독일 사람들은 줄여서 '폼메스'라고 많이 부른단다.

그리고 '부어스트'의 나라니까 불에 구운 따끈한 소시지~ '부어스트(Wurst)'를 샀다.


커리부어스트도 팔고 있었는데~

베를린에 더 맛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이날은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부어스트'로 주문 했다.


◎ 비용

- 소시지 4.50€ (한화 약 7,000원)
- 감자튀김 4.50€ (한화 약 7,000원)


우리나라 감자튀김이 바삭한 게 매력이라면

독일의 감자튀김은 포슬포슬?이라고 해야 하나?

부드러운데 겉의 모서리 부분들이 살짝 바삭하다.


독일 소시지는 정말 속이 꽉 찬 맛인데~ 왜 여기는 소시지가 맛있는 걸까?

독일은 소시지 하나를 만들어도 국가가 공인하는 자격증을 따야 하는 마이스터 제도가 있다고 한다.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문화 유산'처럼 느끼기 때문에

고기를 가공할 때도 고기 함량이나 첨가물 등을 까다롭게 제한한다고 한다.

심지어 와인이 지역마다 다르듯이 소시지도 지역마다 다르고 그 종류만 해도 1,500가지에 이른단다.

소시지 다 먹어보는 것도 쉽지 않겠는데~

어쩌면, 보수적이고 엄격한 독일의 제도가 지금의 '고기 맛'이 느껴지는 소시지 비결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우리가 주문한 '양파 피자'

독일 남서부와 프랑스 알자스의 전통 요리로

아주 얇게 밀어낸 밀가루 반죽 위에 크림(Schmand), 베이컨, 양파 등을 얹어 화덕에 바싹 구워낸 피자다.


와~ 독일은 소시지만 대표 음식인 줄 알았는데 은근히 음식 종류가 다양했다.

나는 약속했다. 여기서 먹어본 여러 음식들을 꼭~ 글로 남기겠다고~

영상으로도 남기기로 했는데, 아직 글도 다 못 써서 차일피일 뒤로 밀리는 중이다.

독일어가 어려워서 메모해놓은 걸로 다 못 쓰면 어쩌나 했는데

그날을 떠올리며 하나 하나 쓰다보니 혜진이가 해줬던 말, 지용이가 해줬던 말들이 생각난다.


독일식 양파 피자! 내가 꼭 알린다!


하며 얘기했었는데~ 이제야 '양파 피자'의 존재를 이렇게 알리게 되었다.





양파 피자도 종류가 많았는데

우리가 주문한 건 엘재서 (Elsässer)

가장 기본적이고 전통적인 알자스 스타일 플람쿠헨을 주문했다.


피자가 인기가 많은지, 부스 앞에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렇게 메뉴가 적힌 번호표를 나눠주고 차례대로 나눠주었다.


플람쿠헨이라는 이름이 있지만, 나는 혜진이가 알려준 '양파 피자'가 더 입에 착착 붙는다.

양파 피자는 잘게 썬 베이컨의 짭조름한 맛에

촉촉한 크림맛이 스며들듯이 입안을 감쌌고

무심하게 툭툭 뿌려놓은 양파가 아삭한 식감과 달짝지근한 맛을 더했다.


피자를 볼 땐, 화려하진 않아서 이게 무슨 맛일까? 싶었는데

담백한 게 먹으면 먹을수록 고소하고, 와인하고 잘 어울려서 한 판을 후딱 해치웠다.



Happy Birthday To You




그리고 와인 마켓에서 함께 한 혜진이의 생일 파티~!

케이크 사느라 다사다난했지만,

덕분에 2025년 5월 10일은 잊을 수 없는 날이 되었다.


케이크의 체리 빛깔로 물들었고,

와인 축제의 열기에 취했고,

케이크에 꽂을 초를 산다고

백화점을 한 바퀴 싹 돌기도 했다.

초 사려고 백화점 도는 것도 처음이었다.

뭐 하나 쉽지 않았지만,

뭐 하나 지루할 틈이 없었던

다사다난했던 포츠담의 하루였다.





남아공 아내가 찍어준 기념 사진인데

내가 혜진이 부부를 가리키려다가

지용이가 사온 케이크를 가렸다.

혜진이가 일부러 손으로 짚어서 포인트를 준 건데~

어쩜 저렇게 딱~ 가렸는지~ㅋㅋㅋ

이 안에 케이크 있다~





판트
Pfand


독일 축제에는 빼놓을 수 없는 '문화'가 있는데~ 바로 '판트(Pfand)'라는 보증금 제도이다.

잔을 받을 땐 보통 2~5€ 정도 내고,

나중에 잔을 돌려주면 현금으로 돌려받거나

다음 와인을 주문할 때 차감하고 결제하는 방식이다.


덕분에 축제 현장에는 쓰레기 없이 깔끔하게 유지될 수 있는 거 같다.

돈을 내고 빌려왔으니 반납해야 내 돈을 받을 수 있고,

혹은 반납하지 않고, 기념품으로 가져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주문한 양파 피자 도마도 보증금 5유로를 냈었는데

와인을 다 마시고 보니~ 이미 부스가 마감되고 말았다.

그때가 한 밤 10시~ 10시 30분쯤?

축제는 보통 10시에 마감하나보다. 많은 부스들이 정리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날 도마를 가져다줘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집에 가져갔다가 다음 날 들고 나와서 축제가 오픈할 때까지 들고 다니는 것도 애매하고

결국, 양파 피자 도마는 지용이가 어깨에 걸쳐 가져가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이 밤을 더 즐기기 위해

도마와 함께 혜진이와 지용이 부부의 집으로 향했다.





5월에 열리는 포츠담 와인 마켓은

이맘 때쯤이면 열리는 축제라서

초여름을 만끽하기 좋을 것 닽다.


<올해의 와인 마켓 일정>

- 날짜 : 2026년 4월 30일 (목) ~ 5월 17일 (일)

- 장소 : 루이젠 광장

- 운영 시간 : 매일 낮 12시 00분 ~ 오후 10시 00분

(일요일은 밤 8~9시 즈음 종료될 수도 있음)


- 모든 음식은 대부분 현금 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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