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인생을 살면서 경찰에게 전화 올 일이 얼마나 있을까? 경찰이 전화 오면 꼭 범죄자라는 뜻은 아니지만 왠지 가슴이 철렁해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우리 아이가 중학교 1학년 학기 초 때였다.
"여보세요. 동탄 경찰서입니다. 장 00 학생 어머님 되십니까?"
러닝머신 위에서 뛴 것처럼 심장이 급격하게 쿵쾅거렸다.
"네, 맞는대요. 무슨 일이 있나요?"
"다름이 아니라 며칠 전 어울림 센터에서 문화센터 교육을 듣던 아이가 수업을 듣는 동안 장 00 학생이 밖에 세워져 있던 킥보드를 타고 가버렸습니다. 그 아이 어머님께서 CCTV를 돌려보시고 화가 나서 경찰서에 신고접수 하셨습니다."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하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아들에게 물었다. 아들은 단지 킥보드가 세워져 있어서 갑자기 타보고 싶어서 탔다고 한다. 친구랑 같이 타고 놀다가 갖다 놓기 귀찮아서 그냥 길가 어딘가에 세워두고 집에 왔다는 것이다. 며칠이 지났으니 길가에 그대로 있을 리도 없지만 어디에 두었는지 생각도 안 난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남의 것에 손을 댈 수 있는지 심지어 되돌려 놓고 오지도 않고 아무 데나 두었다는 아들이 이해가 될 리 없었다. 이렇게 일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도 못한 듯 아들은 잔뜩 주눅이 들었다.
전화로 그 아이 어머님께는 용서를 구하고 합의금을 드리고, 아들과 아빠는 손잡고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고 처벌받지 않고 훈계로 끝났다.
그런 사건을 마주하며 단순히 아들이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고, 남들보다 조금 더 활동적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진지하게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
"이상한 행동이 반복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걸 거야. 병원에 가봐야겠어." 신경정신과는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그래도 아들의 지나온 행동에 의문이 있었고 청소년기를 잘 보내기 위해 아들과 손잡고 병원에 갔다. 조용한 음악에 조용하고 친절한 간호사의 설명에 처음이지만 편안함을 느꼈다. 첫 방문이라 60분 동안 수많은 질문지에 체크를 하였다. 검사하는 동안 질문지를 통해 아들의 마음이 어떠했는지도 살짝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의사 선생님과 상담하면서 나는 그동안의 아들의 행동에 답답했던 마음을 봇물 터지듯 쏟아내었다. 검사결과는 거의 ADHD에 가깝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동안 좌충우돌한 우리 아이가 이해가 되는, 우리 집에 ADHD아이를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캄캄했던 비밀이 열리는 동시에 이제 남들과 다른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커다란 운명적 과제를 받은 느낌이었다. 정기적인 병원의 방문과 약물치료의 도움을 받기로 결정했다.
나는 여전히 성장하면서 겪는 다양한 일들에 좌충우돌하는 아들의 모습을 본다. 그러나 험난한 바다 위에 아이가 길을 잃지 않도록 나는 등대처럼 밝게 길을 비추려 중심을 잡고 서 있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