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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nuCHO Jan 12. 2024

명예퇴직 대상자의 선정 기준과 통보자의 유의 사항


연말 또는 연초에 직장인들을 긴장하게 하는 명예퇴직(이하, ‘명퇴’)의 칼바람이 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명퇴 대상자를 정하고 그 절차를 진행하는 방법은 회사마다 다를 것이다. 이 글에서는 대기업의 부서장(사업부장)으로서 진행한 나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희망퇴직 신청을 먼저 받는다


명퇴 대상자를 선정하고 통보하기에 앞서 ‘희망퇴직’을 받는 것이 통상적인 프로세스이다. 명퇴 대상자가 희망퇴직을 신청한다면 회사의 입장에서는 수고를 덜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희망퇴직을 신청한다고 모두 받아 주지 않는다. ‘희망퇴직’이던 ‘명예퇴직’이던 일반적인 퇴직 보다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음 사람의 경우에는 희망퇴직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희망퇴직을 신청한다고 회사가 모두 받아 주어야 할 의무는 없다.)


회사가 핵심 인력 또는 유능하다고 평가하는 직원

조만간 퇴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직원


무엇으로 ‘명퇴 대상자’를 선정할까?


회사에서 제시하는 대략적인 기준은 있었지만, 부서장인 나는 별도의 기준을 만들었다. 최대한 객관적인 기준을 세우기 위하여 수치화하였다. 차장급 이상인 전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내가 만들었던 명퇴 대상자 선정 기준은 5가지이며, 회사는 이를 인정해 주었다.


5가지 기준


1. 최근 3년간 인사평가 결과

2. 현재 직급 연한

  일반적으로 나이를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지만, 나는 나이가 많은 것만으로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였다. 현재의 직급에 얼마나 오래 머무르고 있느냐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예를 들면 ‘차장 7년 차 이상’이면 ‘부장’으로서의 진급 가능성이 낮아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3. 징계 이력

4. 리더십 평가 결과

  회사에서는 차장급 이상의 직원에 대하여 매년 ‘다면평가’를 해 왔고, 특히 리더의 경우에는 이와 더불어

‘조직문화 진단’을 한 결과물이 있다. 이 데이터를 기준으로 삼았다.

5. 통보 시 회사의 리스크

  이 항목은 명퇴 대상자로 선정되었음을 통보받은 직원이 크게 반발할 경우에 회사에 미치는 리스크의 크기를 판단하는 극히 정무적인 기준이다. 대상자가 회사의 주요 정보 또는 약점을 많이 알고 있느냐가 주요 요소이다. 리스크가 아주 큰 직원이라면 회사는 명퇴 대상자로 선정하지 않고, 다른 업무로 발령을 내는 경우가 많다.


순위 리스트 작성과 ‘컷’ 적용


부서의 차부장급 전원에 대하여 위 5가지 항목을 ‘1~5점’ 척도로 수치화하였다.


절대적 수치화가 어려울 경우에는 전체 대상자(매년 20 ~ 25명)에 대한 상대 평가를 통해 점수화 하였고, 5가지 항목을 합산하여 순위 리스트를 작성하였다. (합계 점수가 낮을수록 명퇴 대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음)


마지막 프로세스는 몇 %의 ‘컷(Cut)’을 적용할지 판단. 회사의 인사 정책 방향성, 차부장급 직급의 정체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해마다 '10 ~ 30%’의 컷을 적용하였다. (부서의 차부장급이 25명이고 20% 컷을 적용하면, 명퇴 대상자는 5명)


‘명퇴 대상자’에게 통보 시 유의사항


선정된 명퇴 대상자들에게 통보할 때 유의할 사항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회사에서 통보자들에게 시행한 '외부 전문가의 컨설팅'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 팀장이던 임원이던 통보하는 역할을 맡은 사람은 반드시 사전에 알고 진행해야 한다.


가급적 대면(對面) 면담을 한다


상황이나 여건에 따라 대면 면담이 어려울 경우도 있으나, 얼굴을 마주 보고 면담을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대면 면담을 통하여 대상자의 반응을 관찰해야 그다음 프로세스를 준비할 수 있다. 전화를 통해서는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다.


언쟁을 해서는 안된다


대상자에게 통보하면 처음 나오는 반응은 “왜 나 입니까?” 또는 "무슨 근거로 내가 대상자 인가요?”가 대부분이다. 이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하기 시작하면 언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위 질문에 통보자가 “3개년 인사 평가 결과를 기준으로 선정하였다.”라고 답하면 대상자 대부분은 즉시 반박할 것이다.


“3년 전 인사 평가는 부서 내 승진 대상자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인사평가에서 불이익을 보았다”

“2년 전 나를 평가한 상사는 실적을 감안하지 않고 자기하고 친한 직원들에게만 좋게 평가하였다.”

등 통보자가 어떤 답을 하더라도 대상자는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통보자는 대상자와 함께 오랜 기간 같이 근무해 온 상사이기에 마음이 무겁고 안타까운 심정 이겠지만, 회사를 대표하여 그 역할을 맡은 것이다. 따라서 대상자가 반발하거나 감정에 호소하더라도 평정심을 가지고 원칙적인 대화를 하여야 한다.


위에서 예시한 대상자의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답하지 말고 원칙론으로 대응하는 편이 좋다. “회사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하였다.”


하지만 대상자는 같은 질문을 반복하거나 거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그럴 경우에는 면담을 종료하는 편이 좋다. “오늘은 더 이상 대화가 힘들 것 같다. 조금 안정이 되면 다시 이야기를 나누자.”


저녁 시간대 또는 술자리는 피하라


퇴근할 무렵 갑자기 불러서 통보하는 것은 좋지 않다. 바로 퇴근해 버리면 통보받은 대상자의 반응을 살펴보기 어렵다. 더불어 술자리를 통해 알리는 것은 극히 피해야 한다. 통보자가 술기운에 의해 꼬투리가 될 수 있는 이야기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요일은 피하라


근무일 중에 금요일에 통보 면담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 통보한 다음날 출근한 대상자를 관찰할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금요일이 아니더라도 대상자가 다음날 휴가를 낼 수도 있지만, 우선은 금요일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이번 글은 무거운 이야기를 하였다. 위에서 언급한 5가지 기준은 규모가 있는 대부분의 회사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분이 직장인이라면 5가지 기준을 참고로 하여 좋은 이력을 쌓아 나가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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