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초롱 May 07. 2024

지금까지 막대기로 살았는데 요가를 추천 하나요?

내 몸 구석구석 소중해지는 시간을 경험한 뒤

요가를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났다. 일주일에 적게는 한번, 많으면 네 번, 총 27번째 참여를 했다. 운동한 횟수만큼 차감한다는 게 좋은 것 같으면서도 온전히 본인 의지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칫하면 돈낭비와 죄책감으로 마무리 될 수 있다. 매주 마음을 다잡는다. 일 때문에 두세 번 연달아 쉬면 영원히 쉬고 싶은 심리와 싸워가며 중간을 넘어섰다. 절대 구부러 질 것 같지 않은 몸과 고요함을 지루함으로 느꼈던 나는 얼마나 변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기적적인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바닥에 이마를 붙이고 있는 수강생들 사이로 고개 들고 낑낑거리기는 여전하다. 때로는 잘못된 자세를 취했는지 고질적으로 아파왔던 오른쪽 골반에 찌릿한 고통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래도 달라진 점이 있냐고 묻는다면 요가 동작들이 익숙해졌다. 평상시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몸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아프면서도 시원한 감각. 그대로 멈춘 것 같지만 아픔에 적응한 근육은 조금 더 큰 고통을 찾아 유연해진다. 강사님의 “숙련자는 이 자세까지 해보세요.” 말을 따라 무리하게 시도하지 않는다. 몸의 한계를 알았다고나 할까. 


보는 눈도 높아졌다. 앞에서 어떤 수강생이 엉뚱한 동작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 허리가 펴지지 않아 등만 굽힌다던가, 뒤로 합장한 손 방향이 잘 못 됐다 던가. 내가 초반에 지적받았던 자세이기도 하니까. 새로운 동작도 어디에 초점을 둬야 하는지 응용이 가능하다. 자세가 좋아졌나, 아니면 강사님도 나의 한계를 받아들이시기로 했나. 호명하는 일이 줄었다. 짓궂게 눌러보지도 않는다.


복장에도 변화가 왔다. 첫날에는 필라테스하며 입었던 레깅스 바지에 어두운 계열의 오버사이즈 티를 입었다. 많은 수강생들이 입는 레깅스 바지였지만, 음부가 드러나는 게 괜스레 혼자 창피해 헐렁한 요가 바지로 바꿨다. 큰 티는 동작에 따라 배를 들어내 불편할 때가 많았다. 밝은 주황부터 검정까지 여러 색의 전문 운동복을 시도했으나 거울에 비친 울룩불룩한 모습을 도저히 마주할 수 없어 체중 감량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지난주에 몸무게가 3킬로 빠지고서야 몸에 달라붙는 브라탑 요가복으로 바꿀 수 있었다. (배가 나오신 다른 분들도 전문복을 입는 경우도 있었고,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 이건 나의 문제랄까.) 지금의 차림에 매우 만족한다. 수강생들 사이에서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동작하기에 편안하다.  


물병은 꼬박 챙겨간다. 바쁠 때는 생수, 졸리면 커피, 또는 상큼한 레몬즙을 탄다. 한 시간 사이에 세 번 정도 마신다. 물통을 가져오는 사람이 두세 명뿐이고, 따로 마실 시간을 주는 건 아니다. 그래도 운동하면 물, 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그런가 몇 모금을 위해 함께 하고 있다. 


나 빼고 모든 수강생들은 필시 젊은 시절 꽤나 날리던 발레리나였던가, 못해도 현직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했다. 운동을 해서 몸이 좋은 게 아니라, 원래 몸 좋은 사람이 운동하는 기분이랄까. 달라붙는 요가복으로 느껴지는 군더더기 없는 뱃살과 강사님을 복붙한 자세를 볼 때면 더욱 그렇다. 여유가 생긴 지금은 안다. 나처럼 무늬가 들어간 평상복 티셔츠를 입고 초보티 내는 분들도 숨어 있다는 걸.


수강 등록한 5개월은 짧다. 숙련자가 되려면 매일이 쌓인 일 년이 되어도 부족할 것이다. 하지만 구제 불능이라고 방치한 몸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세를 완벽하게 취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내 몸 구석을 알아가는 시간으로 충분히 소중하다.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서 눈을 감고 쉬는 마지막 시간, 사바사나를 기다리며, 나처럼 몸치인 다른 분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길 헤매는 즐거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