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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무너지니 마음도 무너졌다

에피소드_9905

by 인또삐

매주 월요일 아침, 수업이 시작되기도 전에 심장이 두근거린다.
기대와 설렘보다는, 긴장과 부담이 더 크다.


내가 맡고 있는 수업은 “인공지능과 영상제작의 융합”.
듣기만 해도 멋져 보이지만, 실제 현장은 만만치 않다.
생성형 AI로 시나리오를 쓰고, 이미지를 만들고, 최종적으로 영상을 제작한다.
말은 간단하다. 하지만 카메라 한 장면을 그대로 재현해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학생들도 낯설다. 나도 어렵지만, 그들은 더 어렵다.
나는 도전을 원하는데, 그들은 실패를 두려워한다.
나는 질문을 기다리는데, 그들은 침묵으로 답한다.


“왜 학생들에게서 질문이 사라졌을까?”
이 물음이 계속 맴돈다.

궁금함은 사라지고, 가장 쉬운 길만 찾으려는 태도.
역사상 가장 강력한 지능—AI—를 손에 쥐고도,
그 힘을 어떻게 쓰면 자신의 능력을 확장할 수 있는지 모르는 무관심.

이것은 단지 학생들의 문제가 아니다.
어쩌면 우리 시대 전체가 겪는 ‘호기심의 위기’일지 모른다.
하라리가 말했듯, 인류는 도구를 통해 진화했지만,
도구의 잠재력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진화는 멈춰버린다.


어제 수업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의사소통.
나도 서툴고, 학생들도 서툴렀다.
결국 수업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수업이 끝나자 마음이 무너졌다.
퇴근해도 불편한 감정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조금은 알게 되었다.
수업의 실패가 나를 무너뜨린 게 아니라,
내가 그 실패를 받아들이지 못해서 무너진 것이었다는 걸.


오늘 아침, 다시 마음을 세운다.
몸이 지쳐도, 마음이 흔들려도, 나는 한 발짝 더 나아간다.
질 좋은 수업을 향해, 더 깊은 소통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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