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당신이 배우는 대로 만들어가는 작품
태어난 곳으로 피정을 떠난 분이 있다. 피정이란 말은 성당에 다니는 사람들에게서 많이 들었지만 정확한 의미를 알지는 못하였다. 찾아보니 피정은, 피세정념(避世靜念)의 줄임말로 일상에서 떠나 조용한 곳에서 종교적 수양을 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니까 세속에서의 일을 떠나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는 것이 피정이다.
지난주 덕적도로 내면을 돌아보기 위해 피정을 떠난 분은 굴업도가 보이는 밧갓수로봉에 잠자리를 정한 다음 에티오피아 코케허니 커피에, 바흐의 Art of Fugue, BWV1080을 들으며 해가 물에 잠기는 풍경을 보았다. 저녁에 낚시로 잡은 감성돔과 망둥어를 소주 안주거리 삼아 먹으면서 글을 올렸다.
“눈물이 나와야 되는데…”
아버지가 회사 취직했다고 선물로 사준 낚싯대로 잡은 감성돔과 망둥어를 먹으며 그렇게 썼다. 아버지는 오래전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생각에 잠긴 모습의 그분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사진을 배우고 싶다는 아들에게 곗돈으로 받은 돈으로 카메라를 사 주었던 어머니도 몇 해 전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가 떠나기 전 아들은 일산에서 인천까지 매일같이 찾아가 어머니 가는 날까지 돌보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그날밤 늦게 맥주 한잔을 들이켜던 모습이 선명하다. 세상 떠나시기 전까지 어머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시간이 참으로 좋았다고 했다.
오래전 아버지가 취직 선물로 준 낚싯대를 바라보면 눈물이 나와야 하겠지만, 산속 무덤 옆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나홀로 캠핑을 하는 강심장 바다 싸나이에게 눈물은 너무 연약한 것인지도 모른다. 눈물은 이미 바다가 품고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