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먹다가 문득 박평식이 무려 4점(한 줄 평:한껏 썰고 너그러운 척)을 줬다는 쏘우 X가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의 선택이 아니라, 어느 교실 같은 곳에서 1, 2를 본 기억이 있다. 주변이 다들 재밌게 보길래 혼자 '왜 이딴 걸 만드는 거야, 인간들은 이런 게 재밌나' 의문을 품으면서도 끝까지 봤었다. 이제는 왜 만드는지 좀 알 것 같고. '하드코어 헨리'같은 거 아무 생각 안 하고 보면 얼마나 재밌게요.
필라테스를 하고 와서 샤워를 하는데 가뿐했다. 잡생각도 안 나고 기분 좋게 씻을 수 있었다. 이런 게 보통 사람(?)의 샤워? 1년 정도 쉬면 이런 샤워를 할 수 있구나.
엄마가 전화해서 엄마와 아빠가 싸운 이야기를 해주었다. '내 맘대로 한 게 무어 있냐! 나도 원하는 거 좀 해보자!'라는 아빠의 주장이 주된 원인인 것 같은데 동의할 수 없다. 내가 자라서 성인이 될 때까지 우리 집에는 여가와 취미라는 것이 없었다. 그것은 주 6일의 고된 근무를 마친 아빠만의 것이었다. 그나마 아빠만 선택권이 있는 삶이었달까.
아빠는 돈줄을 꽉 틀어잡고 있었지만, 재산을 늘리는 데 성공하는 건 엄마였다. 엄마는 그 부분에서만 고집을 부렸고, 결국 그 판단이 옳았다. 옘병. 모아둔 돈으로 두 분이 그냥 부족한 것 없이 얼레벌레 살아가기를 바랐거늘.
우리 집, 주변을 보면 노년까지 무턱대고 자녀 키우기라는 목표 하나로 부부가 협력하다가, 그 임무가 끝나면 서로 간에 쌓였던 불만들이 앞다퉈 나오며 다투고 심하면 졸혼까지 하는 것 같다.
남편과 사이좋은 부부로, 각자 하고 싶은 것도 하며 공동의 목표도 추구하는 그런 사이로 살고 싶다.
곧 여행. 동생만 믿고 있으나 그녀의 상태도 나와 같아 믿음직하지 못하다.
이제 술을 마시러 간다(=일기를 일찍 쓴 이유). 술을 마실 수 있는 무리는 희귀하기 때문에 소중히 여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