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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J Jun 10. 2024

편견에서 해방되기_세상 어딘가 나완 다른 사람들이 있다

 어렸을 땐 지혜롭고 이해심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것은 스스로가 점점 더 편협해진다는 것이다. "저런 행동에도 개의치 않다니 너는 참 이해심이 많구나!" 종종 이런 말을 들어본 적도 있지만 사실은 관심이 없어서 별 반응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서 딱히 인터넷 커뮤니티에 속해있지도 않고 인터넷에 글이나 댓글을 쓰지도 않는다. 


 악플을 다는 것보단 무플이 좋다


 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다가도 나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 있다. 유튜브 댓글창이다. 심각한 유튜브 중독자인 나는 어떨 땐 영상 재생도 하기 전에 사람들의 댓글부터 찾아 읽으며 센스 있는 댓글에 웃겨 자빠지거나 즐거워하곤 한다. 그런데 어떤 댓글들은 읽는 순간 당황스러워지거나, 화가 치밀어 오르기까지 한다. 



 요즘의 인터넷 세상은 모두가 날카롭고 곤두서있는 것 같은 느낌이 있다. (오프라인 세상도 마찬가지겠지만) 성별, 종교, 국적, 지역, 인종, 빈부, 나이, 정치관 등에 대해서 가능한 언급하지 않으려 스스로를 무색무취의 회색분자라 일컬어온 나에게는 인터넷 공간이 너무나 편견과 혐오로 가득하다.


 의도하지 않은 행동으로 사망한 사람의 신문 기사에는 그릇된 행동을 비난하는 댓글과 애도의 댓글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떠돌이개와 관련한 신문 기사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과 아닌 사람이 편을 갈라 싸운다. 빈부와 관련된 기사에는 양 극단의 입장만 팽팽하게 대립한다. 사람들은 서로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군대와 출산율 관련 영상은 댓글창이 피투성이다. 


인터넷은 더 이상 논의의 장이 아니며, 오프라인에서의 편견은 더욱 은밀하고 은근해진 것 같다.


 그럼 당신은 세상 모든 것을 포용하는 인간이냐- 물으면 나는 자신 있게 그렇다 답할 수 없다, 아니 그렇다고 답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또는 가진 줄도 모르는) 수많은 편견들이 있기 때문이다. 특정 인종에 대한 판단, 특정 종교에 대한 거부감, 특정 나이의 사람에 대한 기대, 특정 성별에 대한 생각 등.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여태껏 많아야 세 도시 정도에서 밖에 살아보지 못했고, 다양한 일을 해 본 것도 아닌 나는 자연히 발언에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 경험에 따라 일에 대한 생각과 느낌이 달라진다는 것은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도 나온다. 


그런데 이렇게나 세상이 발달하여 직, 간접적인 경험을 수없이 할 수 있는 요즘 같은 시대에 편견은 어떻게 더 깊어지고 세밀해진 걸까?



 나로 하여금 이런 생각을 하게 해 준 매체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웨이브의 예능 프로그램 <사상검증구역>과 클레어 키건의 책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다.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 치부했던 이 세상 모든 문제와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이 세상 모든 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머릿속을 휩쓸고 지나갔다. 

 


 세상과 소통하고자, 그럼으로써 더 자유롭고 가벼운 정신을 가지고자 글을 쓰는 나에게는 부끄러운 일이다. 내 말이 맞다고 주장하지 않으려고 평생을 조심해서 살아온 내 모습은 정작 세상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사람과 상황들을 외면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내가 나이기에 이해할 수 없었던 모든 일들과 모든 사람들은 내가 나이기에 앞으로도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그와 꼭 같은 일을 겪기 전까지는. 하지만 아주 미약하지만, 우리에게는 나와 다른 것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숨겨져 있다. 모든 생명은 태어나고 늙고 병들며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는 점에서 결국 같은 궤도에 올라서 있다. 그리하여 삶이 어떤 형태를 가지고 있던 이 세상 모든 생명은 같은 열망과 고통을 지니기에, 


같은 궤도 위에서 서로가 마침내 이해하지 못할 것은 없다. 


 지금 나와 달라 보이는 그리고 어느 면으로 봐도 다를 수밖에 없는 이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 하지만, 최소한 내 신념만이 맞다고 말하지 말아야겠다-라고 마음먹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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