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나는 대기업에 다니는 커리우먼 입니다.)
2007년 10월 1일. 나는 K은행의 은행원이 되었다.
꿈도 없고 목표도 없는 평범한 학창 시절이었다. 수능을 봤고 그저 그런 성적으로 대학교에 입학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주제를 몰랐던 것 같다. 막연하게 은행텔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과를 정해서 들어갔다.
은행은 통장에 입, 출금만 하는 곳인 줄 알았다. 그래도 내 인생에서 유일하게 가져 본 목표였고 1학년때부터 차근차근 자격증을 따면서 준비를 해나갔다.
다행히 동기와 선배를 잘 만났다. 여상을 나와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들어온 동기 한 명은 대학생활을 알차게 공부할 수 있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나마 철이 일찍 든 선배 한 명도 각종 금융 관련 자격증을 준비하면서 정보를 공유해 줬다. 1학년이지만 나와 친구들은 술집보다는 도서관에서 많이 놀았고 책도 보고 자격증 준비도 같이 하면서 나름 즐겁게 대학생활을 즐겼다.
기회는 4학년 2학기에 찾아왔다. 그간 준비해 두었던 자격증이 있었고 여러 금융기관에서 입사공고문을 올렸다. 시중은행에 모두 입사지원서를 넣고 온라인에서 모집하는 취업스터디도 가입을 했다.
여러 곳을 지원했지만 1차전형 합격 소식은 K은행 한 곳뿐이었다. 그래도 대한민국 1등 은행을 자랑하는 곳이라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면접 준비도 했다. 가상면접 공간을 만들어서 친구들과 역할을 바꿔가면서 연습을 했다. 간간히 경제신문을 읽으면서 최근 경제 트렌드에 대해서도 익히고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도움 될 만한 정보들을 수집했다.
드디어 면접 일. 누가 봐도 면접 보는 티를 내는 복장이었다. 아래위로 검은색 투피스, 안에는 하얀색 셔츠, 살색 스타킹에 검은색 구두를 매치해서 신었다. 보수적인 회사 이미지를 생각해 머리는 망으로 된 핀을 사서 묶었다.
세명의 중년의 남자분들이 들어와 면접을 진행했는데 내가 1번이었다. 준비해 온 자기소개를 하지 않으면 아쉬울 테니 순서대로 해보라고 해서 외운 대로 줄줄 발표를 했다. 개인 질문 시간도 있었다. 나에게는 은행 상품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있냐고 물어보셨는데 마침 경제신문에서 봤던 정기예금 상품이 있어서 말씀드렸더니 놀라는 눈치였다. 합격에 한 걸음 다가서는 기분이었다.
기분 좋은 면접이 끝나고 며칠 후 '합격'을 축하한다는 내용과 한 달간의 연수원 생활에 참석하라는 메일을 받았고 2007년 10월 1일 난 그렇게 K은행의 직원이 되었다.
불 속으로 뛰어든 한 마리의 나방이 된 것도 모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