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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TJ부부의 결혼 25주년기념 스페인 자유여행기_15

V. Day 6  세비야_01




시외버스(Alsa)를 타고 세비야로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시외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이번에도 택시는 노. 버스를 타기로 했다.


스페인은 생각보다, 그리고 느끼기에 대중교통이 잘되어 있다. 물론, 그라나다가 그렇게 넓지 않은 것이 마음의 불안을 상당히 줄여준 측면도 없지 않다.

33번 시내버스를 타고 시외버스터미널(Granada, Estación De Autobuses)에 내려보니 전형적인(?) 시외버스터미널이었다. 

좀 낡고, 약간 덜 깔끔해보이는 그런 터미널. 아직 한시간이나 남아서 간단히 뭘 좀 사 먹을까 했는데, 별 생각이 안든다. 


10시 출발인데, 14번과 15번 트랙에 버스가 서 있다.


인포메이션에 물어봤을 땐 14번이라고 하길래, 아무 생각없이 줄을 서고 있다가 막상 타려고 하는데, 아내가 뭔가 낌새가 이상한지 버스티켓과 버스 앞쪽 표지 등을 다시 체크했다. 버스 넘버가 있었다. 1번 버스. 우리가 서있던 14번은 2번. 1번 버스는 15번 트랙이었다. 아니, 1번 버스는 순서가 빠른 14번 트랙, 2번 버스라면 15번 트랙에 있어야 하는 거 아냐? 인포메이션이라도 무작정 믿지 말고, 직접 확인 필수! 작은 글씨라도 꼼꼼히 볼 것. 


평소 버스 멀미에 약한 아내는 멀미약을 먹고 타자마자 잠이 든다. 3시간 여행 중 거의 2시간 반 정도를 잔다. 난 초반에 좀 자다 깨어 밖을 보는데, 계속 시골 풍경이다. 그라나다를 벗어나 세비야 근처에 다다르기 전까지 약 240km를 거의 직선의 고속도로를 3시간 논스탑으로 달려왔는 데, 보인 것은 대부분 올리브 나무(첨엔 포도밭인 줄 알았다.)였다. 여기 올리브 농사가 망치면, 한국 BBQ 치킨값이 오른다는 가우디 투어 가이드 농담이 생각났다. 문득 스페인은 얼마나 크지? 하는 생각에 찾아보니, 대한민국의 5배 정도 된다. 인구가 5천만명 정도. 우리와 대략 비슷하다쳐도 영토 면적이 5배. 온갖 역사적 건물과 성당이 곳곳에 있어 당연히 관광업이 주요 산업이겠다 싶었지만, 딱 봐도 농업도 만만찮을 듯. 아이고, 깊이 들어가지 말자. 오늘 저녁때 어떤 스페인 와인을 마실지나 걱정하자. 


스페인은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3위의 와인 생산국이고, 유럽에서 가장 넓은 포도밭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가장 넓은 재배 면적에 불구하고 토양이 척박해서 포도나무당 간격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넓어서 생산량이 적다.


스페인에 왔으니 스페인 와인을 마셔야 한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마셔보는데, 스파클링 와인인 Cava(까바)가 맛있다. 프랑스에선 샴페인이라고 부르고, 스페인에선 까바라고 부른다는데, 매일 매일을 축제처럼 지내느라 다른 와인보다 스파클링와인을 더 찾게 된다. 물론, 상그리아나 맥주, 레몬맥주인 클라라도 지속적으로 그리고 많이 마시고 있지만.


그나저나 레스토랑에서 식사할 때 뿐 아니라, 엘 코르테 잉글레스의 와인숍이나 슈퍼마켓에도 가봤는 데, 와인 종류가 너무 다양하다. 잠도 안오고, 창 밖에는 올리브나무만 보이니, 까바를 어떻게 골라야 할지나 찾아보자.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Cava 등급은 Gran Reserva, Reserva, 그냥 없는 것. Gran Reserva는 당연 비쌀 테니, 와인의 맛을 잘 모르는 우리에겐 cost performance (가성비)가 떨어질 듯. 따라서, 패스. 대충 Reserva 정도면 실패 안할 것 같다.


맛 등급이 추가로 있는데, dry한 Brut, 약간 단 Seco, 달달한 Dulce. 우리는 단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Brut 중에서 고르면 될 것 같다. 굳이 Extra Brut 같은 등급을 고를 필요 없을 듯.


와이너리나 브랜드를 소개한 글도 꽤 있는데, 막상 레스토랑에 가보면 이런 유명한 와인은 없거나 너무 비싸다. 와인숍에 가서도 ‘reserve 급의 brut한 맛나는 Cava 추천해주세요’라고 하는 게 편하다. 오케이. 이제 세비야 와인가게만 찾으면 된다. 하하.


세비야 부근으로 접근하는 데, 보이는 건물들이 그라나다와 사뭇 다르다. 바르셀로나와도 다른 느낌이었는데, 그라나다는 완전 한산한 지방도시 같았다면, 세비야는 그보다는 약간 도회지 느낌이다. 안달루시아 지역의 수도라고 하니, 그런 영향도 있겠지만, 그라나다는 관광객이 반 이상인 것 같았다면, 여기는 관광객 뿐 아니라 이 지역 사람들도 많이 보인달까. 물론 바르셀로나와는 다른 색깔이다. 

드디어 세비야 시외버스 정류장(Sevilla, Estación de Autobuses - Plaza de Armas) 도착. 정류장에서 나와 다시 숙소 근처까지 가는 시내버스로 이동했다. 

이젠 택시보다는 버스타기가 디폴트다. 근데 처음 검색했을 때 5개 정거장이었는데, 4번째 정거장인데, 구글맵을 확인하니 내리는 곳이네? 황급히 내려달라고 해서 내리고 보니, 목적지였다. 

황금의 탑(Torre del Oro)옆 Paseo Colon이라는 정류장 맞다. 내리는 사람 없다고 지나친 정류장이 있었던 것이다. 다행이다. 항상 긴장을 늦추면 안돼! 버스든 여행이든 인생이든!!!


버스에서 내려 숙소까지 약 400미터. 정류장에 내렸을 때 황금의 탑이 보이고 뒤쪽으로 펼쳐진 강변의 모습이 시원하고 아름다웠다. 저녁때 산책하기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큰길을 건너 숙소로 가는 데 전차길이 보인다. 시내를 운행하는 전차다. 여기저기 타파스바와 카페도 많고, 이미 사람들이 앉아서 한 잔씩 하고 있다. 그런데, 태양이 많이 뜨겁다. 오후 1시가 넘었으니 뜨거울 만도 한데, 왠지 그라나다보다 더 뜨겁게 느껴진다.


숙소 체크인 - 또 한번의 스페인식 환대


숙소에 도착했다. 이번에도 아파트형 호텔이다. 여기도 무엇보다 우리가 가고 싶은 곳에 가까운 위치에 있어야 한다와 교통이 편해야 한다는 기준으로 고른 숙소다. 세비야 대성당도 가깝고, 스페인광장이나 아까 본 강변까지도 다 걸어갈 수 있다. 아주 좋다~


지난 번처럼 오후 3시가 되어야 체크인이 가능하다길래, 짐만 맡기고 나와서 주위를 둘러보기로했다. 그런데, 리셉션의 아주머니도 스페인식 natural born 오지랖퍼 중 한 분인 듯했다. 상세한, 아주 상세한 호텔 이용설명에 이어 주변 관광지와 타파스바에 대한 설명을 10분 가까이 해주신다. 심지어, 내일 모레 체크아웃하고 어디로 가냐고 묻길래, 마드리드로 기차를 타고 갈 계획이라고 했더니, 기차역까지 택시탈거지? 하면서 택시 정류장을 알려준다. 그냥 말이 아니고, 호텔 밖으로 우리를 나오라고 해서, 손으로 저 멀리 보이는 택시 줄을 가리키며, ‘아침에도 택시 많으니까, 저기서 타면되요’라고 알려주시네.

그렇다. 이것이 스페인식 ‘환대’(호스티탈리티, hospitality)의 진수(?)다.


체크인 후 거리로 나와 슬슬 걸었다.

세비야대성당 부근의 타파스 거리. 타파스바에도 거리에도 사람들이 많다.

거리 중앙으로 트램이 다닌다. 광고로 뒤덮여 창문이 안보이네? 재밌는 것은 왠지 트램이 지날 때 종소리랄까 뭐 경고하는 신호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냥 다닌다. 사람들도 아랑곳하지 않고 막 지나다니고 있다. 알아서 조심하라는 의미일까?  

그리고, 메트로 역이 가까이 있었다. Puerta Jerez 역. 메트로, 버스, 트램까지 세비아도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세비야 대성당 부근 광장. 마차와 트램,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세비야. 매력있다.

성 벽 위 깃발과 마차까지. 관광객만 아니면 딱 중세 배경의 영화 분위기다. 

대성당 근처 승리의 공장에 있는 분수대. 뜨거운 햇볕인데도, 가이드 투어 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그냥 쉬러 나온 사람들까지 상당히 번화(?)하다.


너무 뜨거운 태양, 호텔로 피신하다.


그나저나 태양이 너무 뜨겁다. 숙소로 돌아와 로커에 놔둔 짐을 찾아 방으로 올라왔다.

일단, 샤워를 하자. 욕실의 수압이 좋다. 아, 다행이다. 바르셀로나 호텔은 수압이 아쉬웠는데, 그라나다도 세비야도 수압이 좋다. 바르셀로나에서 가우디투어를 할 때 가이드가 스페인은 물 부족한 국가라 옛날 가뭄이 심했을 땐 화분에 물을 주는 것도 벌금을 매긴 적이 있다는 설명을 했었다. 그래서, 여기는 전반적으로 수압이 약한 걸까? 했는데, 웬걸. 그 이후 숙소는 전혀 그렇지가 안다. 어쨌거나 샤워 후 옷을 갈아입고 재충전을 위해 한시간 정도 쉬었다.

호텔 4층에 공용테라스가 있었다. 체크인 때 야경이 아름다우니 올라와 와인을 한잔 하며 감상하라는 친절한 안내가 있었다. 뻥 뚫린 경치가 가슴 시원하다.

테라스에서 세비야 대성당이 보인다. 진짜 밤에 올라와 봐야겠다.


자, 또 나가보자! 근처가 모두 볼거리 가득이다. 러블리 세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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