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세무산책_05
"대표님, 이번에 법인세 470만 원 납부하셔야 합니다."
IT 기반 콘텐츠 서비스를 운영하는 H대표. 창업 2년 차, 밤낮없이 고생한 끝에 처음으로 수억 원의 매출과 약간의 순이익이 발생했다. 그는 당연히 내야 할 세금이라 생각하고 고지서를 받아들었다. 그런데 얼마 후, 지인인 다른 스타트업 대표와의 대화에서 귀가 번쩍 뜨이는 소리를 들었다.
"어? 대표님, 창업중소기업 세액감면 신청 안 하셨어요? 저희는 이번에 법인세 100% 감면받았는데…"
뒤늦게 공인회계사를 찾아가 확인한 결과, H대표의 회사는 창업 당시부터 감면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만 34세 이하의 청년 창업,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밖 창업, 감면 대상 업종. 모든 조건이 완벽했다. 만약 법인세 신고 시 신청서 한 장만 더 냈더라면, 470만 원의 세금은 전액 감면될 수 있었다.
그는 땅을 치며 말했다.
“세금은 그냥 내라고 하니까 내는 건 줄 알았지, 이렇게 깎아주는 제도가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대한민국 세법, 특히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에는 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창업기업을 위한 파격적인 세금 감면 제도가 존재한다. 이는 국가가 창업자의 초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한 '특별한 권리'다. 이 중 아래 3가지는 창업자의 권리이자, 반드시 챙겨야 할 필수 절세 전략이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조특법 제6조의 '창업중소기업 등에 대한 세액감면'이다.
법인세 또는 소득세를 최대 100%까지 5년간 감면해주는, 스타트업에게 가장 강력한 혜택이다.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서울특별시 전체 및 인천·경기 일부 지역.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 [별표 1]에서 확인 가능.
'진짜' 창업일 것: 폐업 후 같은 업종으로 다시 사업을 시작하는 재창업은 원칙적으로 감면 대상에서 제외된다.
업종이 맞을 것: 제조업, 정보통신업(소프트웨어 개발 등),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등 법에서 정한 49개 업종에 해당해야 한다. (부동산 임대업, 유흥주점업 등 제외)
'스스로' 신청할 것: 세무서에서는 감면 대상인지 먼저 알려주지 않는다. 법인세/소득세 신고 시 반드시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직원 1명을 더 채용할 때마다 세금을 직접 깎아주는 제도로, 인재 확보가 중요한 스타트업에게 매우 유용하다.
공제금액 (1인당, 1년간):
- 청년, 장애인, 60세 이상 등: 수도권 내 1,300만원 / 수도권 외 1,450만원
- 기본 (그 외 상시근로자): 수도권 내 700만원 / 수도권 외 850만원
핵심 요건:
- 전년 대비 상시근로자 수가 증가해야 한다.
- 공제받은 후 1년간 고용 인원을 유지해야 한다. (유지 못하면 공제세액 추징)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심장과도 같은 제도입니다. R&D에 지출한 비용의 일부를 법인세에서 직접 공제해 준다.
공제율 (중소기업 기준): R&D 비용의 25% (기본) + α (신성장·원천기술 관련 시 추가 공제)
공제 대상 비용: 개발 인력의 인건비, 연구용 재료비, 장비 임차료, 기술 도입비, 위탁 개발비 등
핵심 요건:
- 세법상 인정되는 R&D 활동이어야 한다.
- '기업부설연구소' 또는 '연구개발전담부서' 인정을 받으면 세무조사 위험 감소 등 혜택이 크다.
- 연구노트, 개발계획서 등 R&D 활동을 입증할 증빙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주의] 조특법의 대원칙은 '중복지원 배제'다. 예를 들어, 창업중소기업 감면(패키지1)과 R&D 세액공제(패키지3)를 동시에 적용받을 수는 없다. 따라서 우리 회사에 어떤 혜택이 더 큰지(감면액 vs 공제액)를 반드시 시뮬레이션해보고 유리한 쪽을 '선택'하여 신청해야 한다. (단, 고용세액공제는 중복 적용이 가능한 경우가 많아 별도 검토 필요)
놓쳤다고 포기하지 말자, '경정청구'가 있다!
만약 H대표처럼 감면 요건을 갖췄음에도 신청을 누락했다면, 5년 안에 '경정청구'라는 제도를 통해 감면을 소급 적용받고 이미 낸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다. '한 번 놓치면 끝'이 아니니, 지금이라도 과거 신고 내역을 꼭 확인해볼 것.
이익이 나는 첫해부터 감면을 시작하라! (감면 개시연도 선택)
창업 후 몇 년간은 이익이 없어 낼 세금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감면을 신청하지 않고 아껴둘 수 있다. 5년의 감면 기간은 '소득이 최초로 발생한 과세연도'부터 5년간 적용받을 수 있으므로, 낼 세금이 생긴 첫해부터 감면을 신청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사업자등록 전 '사전조회'는 필수!
사업장 주소가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인지, 내 사업의 업종코드가 감면 대상인지 헷갈린다면, 국세청 홈택스에서 제공하는 '창업중소기업 세액감면 사전조회' 서비스를 이용해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세법이 주는 창업자의 가장 큰 선물은 '세금 감면'이다. 아는 만큼 받고, 신청하는 만큼 아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