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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세상 Dec 08. 2024

세계 일등 민주시민이 자랑스럽습니다.

미친 자의 미친 칼부림을 맨몸으로 막아낸 대한민국의 국민이 자랑스럽습니다.

국회에 진입하려는 계엄군을 정문 앞에서 막아낸 시민들, 국회의 담을 넘어 들어가려는 계엄군들을 끌어내리고 돌려세운 시민들, 그 와중에도 계엄군을 향한 어떤 폭력도 서로 제지하며 평화로운 시위를 유지한 시민들.

눈과 비와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 밤중에도, 늦은 밤까지도 대열을 흐트리지 않은 시민들.

그들의 모습을 보며 저는 정말 자랑스럽고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제가 아는 미국의 지인이 한국에서 전개되는 상황을 주시하며 고비마다 제게 메일을 보내어 한국 국민들에게 표한 찬사를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분은 70년대 초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한국에 왔었고 작은 도시의 중학교에서 영어교사로 봉사하며 내 남편의 선생님으로 일하셨던 분입니다. 지금 70세가 훨씬 넘었지만 아직도 이민자들을 돕고 미국사회의 정의를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계시는 분입니다. 그분이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어매이징하고 자랑스럽다"고 하십니다.


비록 윤석열에 대한 탄핵은 실패했지만 진 것이 아닙니다.

실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반동적인 세력에 대한 분노로 민주주의를 향한 더 힘찬 발걸음을 내딛기 바라고 또 그럴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저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한국의 민주주의가 확실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여러 가지 점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첫째로 위에서 말한 것처럼 고도로 내면화된 시민들의 성숙한 도덕성과 용감함, 참여의식을 보았습니다. 시민들의 이러한 대응은 무슨 말로 칭찬해도 모자랄 것입니다.


둘째로는 (어쩌면 더 중요한 점일 수도 있는데) 계엄군과 중간 간부들의 절제된 행동, 어떤 경우에도 시민들을 향해 폭력을 휘두르지 않고 무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사전에 지침이 내려졌다는 점, 그 지침을 충실히 지킨 장병들을 보았습니다. 이것은 민주주의를 위한 여정에서 흘려진 숱한 피와 국민들의 희생을 그들도 인식하고 그런 잘못을 다시 범하지 않으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그들이 과거로부터 확실한 교훈을 배웠다는 점 역시 한국의 민주주의의가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오늘 본 MBC 보도에 의하면 김용현이 계엄령 발동의 빌미를 만들기 위해 북한에 드론을 보내기도 하고 합참의장에게 오물풍선에 대응한 원포인트 타격을 요구했으나 합참에 의해 거부되었다는 것입니다.

윤과 그의 공범들이 사적 인연으로 연결된 소수의 반란군 밖에 동원할 수 없었던 것이 계엄 실패의 원인의 하나였을 것입니다. 이처럼 군의 지휘관들이 비교적 합리적인 판단과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도 한국의  민주주의의 진전을 보여주는 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를 더없이 기쁘게 만든 소식은 수많은 젊은이들이 윤석열 탄핵 요구 행렬에 참여했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이 글을 이미 발행한 뒤에 젊은이들의 참여에 대한 기사를 보았습니다. 그 기사들을 본 뒤 글을 보충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동안 중요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침묵하고, 윤과 그의 아내를 둘러싼 온갖 의혹에 침묵하던(조국 가족에 대한 경우와는 상반되게) 대학가에 대해 의구심 어린 눈총을 가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번 계엄령 사태에 항의하는 젊은이들의 장한 물결을 확인하면서 그동안의 우려가 불필요한 것이었음을 알게되어 정말 기쁩니다. 자신들의 개인적 행복과 미래의 희망이 정치와 분리된 것이 아님을 분명히 인식하고 필요한 경우 행동에 나설 마음의 준비가 평범한 젊은이들 사이에 이미 되어 있었던 것이지요. 게다가 그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가치와 문화를 마음껏 발휘하여 재치 넘치고 기발한 깃발과 플래카드를 만들고 시위현장을 축제의 장으로 만들고 있다니 그 또한 더없이 반가운 소식입니다. 


최루탄과 경찰봉, 백골단의 발차기가 난무했던 80년대의 시위현장과 너무나 달라진 평화적이고 흥겨운 시위가 가능한 것 역시 한국사회의 민주주의가 진일보했다는 분명한 증거입니다. 특히 2015년 집회 현장에서 물대포를 맞고 사망한 백남기 농민 사건 이후 민주정부는 시위현장에서 물대포나 최루탄 등의 사용을 금지시켰습니다. 보수정권 조차도 그런 대세를 더 이상 거부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그 결과 평화적 집회와 시위의 권리는 한국사회의 기본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오늘 젊은이들의 축제같은 집회와 시위는 그런 민주화 세대의 희생 덕분에 가능해진 것임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의 국민은 계엄이라는 민주주의 역사의 후퇴를 단숨에 막아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그 힘을 모아 한 단계 더 높은 민주화된 사회로 이끌어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해외에서 탄핵에 찬성하는 서명과 가슴조리며 국회의 상황을 지켜보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마음만은 추위를 무릅쓰고 거리에 나선 분들과 함께 하였습니다. 앞으로도 함께 할 것입니다.


윤과 한동훈과 여당의 모리배 같은 협상의 억지 논리에 대해서는 국민 모두가 너무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하기에 언급하지 않으려 합니다.

다만 해외동포로써 한 가지만 묻고 싶습니다.


백 번 양보해서 국내에서의 정치는 어찌어찌 해낸다 칩시다.

하지만 앞으로 대한민국은 외국과의 정상외교를 누가 수행하게 됩니까?

반란죄를 범한 윤석열입니까?

아니면 현행법에 규정도 없는 '책임총리' 한덕수입니까?

여당 당대표 한동훈입니까?

아니면 정상외교는 없는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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