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입장한 것만으로도 나 스스로 칭찬해.
PT를 딱 세 번 받고 긴 출장이 잡혔다.
선생님께서 전 세계 어느 호텔에 가도 있을법한 운동 기구 위주로 사용법을 알려주시며 신신당부하셨다.
"회원님, 출장 가서 꼭 운동하시는 겁니다!"
"네! 선생님! 그럴게요."
약속은 했지만 긴 비행에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그런데 현지 도착 후 이틀째 되던 날 시차 적응이 잘 되지 않아 새벽같이 눈이 떠졌다.
'그래 선생님과 약속한 게 있으니 운동하러 가보자!'
챙겨간 운동복을 입고 실내 운동화와 이어폰도 야무지게 챙겨서 방을 나왔다.
엘리베이터에 Fitness Center라고 적혀있는 24층 버튼을 꼬옥 누르며 문득 내 모습이 신기했다.
'내가 한국도 아니고 해외에서 운동을 하러 간다고?'
피식 웃음이 났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호텔에 가면 사우나는 꼭 챙겨 갔지만 호텔 피트니스는 한국에서조차 한 번도 안 가본 내가 아닌가......
24층에 내려 표지판을 따라가보니 입구에 수건과 초록 사과가 놓여있다.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인기척이 나길래 고개를 쭈욱 빼서 보니 외국인 두 명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어엇? 생각보다 엄청 아담하네... '
등이 훤히 보이는 운동복을 갖춰 입고 트레드밀에서 무서운 속도로 뛰고 있는 여성과
거울 앞에 앉아 무거운 덤벨이 버거운지 "쓰읍~ 후우~ 으읍~ 후우~" 소리를 내며 위아래로 올렸다 내렸다 하는 남성이었다.
실내 운동화로 주섬주섬 바꿔 신고 비어있는 트레드밀로 어색하게 들어가 30분간 경보 후 얼른 그곳을 빠져나왔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나름 내 인생 첫 호텔 피트니스 체험인데 셀카라도 하나 찍을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거기 있는 그 누구도 나를 신경 쓰지 않았을 텐데 혼자 뭐가 그리 부끄러웠나 싶다. 하하하
그래도 출장 다녀와서 선생님께 "저 약속 지켰어요!" 한 마디는 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내 생애 처음으로 호텔 피트니스도 가고,
해 뜨는 모습을 보며 조식뷔페를 먹은
업무 출장으로 가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날로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