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외로워하고 있었다
그날 나는 레터링이 있는 셔츠에 검은 청바지를 입고, 나름 꾸민 모습이었다. 하지만 스스로의 모습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작아지는 법이다. H와 나 사이의 어색한 기류를 눈치챈건지, 역까지 이동하는 길에 서윤이는 내게 물었다. “너네 뭔 일 있었지.” 나는 그냥 별 거 아니라고 얼버무렸다. 그러나 속은 이미 타들어가고 있었다. 초여름의 날씨는 더없이 좋았고 역 입구를 빠져나오자 보이는 여러 색의 불빛은 모두의 가슴을 들뜨게 만들기 충분했지만, 내 마음은 그렇지 못했다. 그 밝은 거리에서 신난 동기들에게 둘러싸인 내 세상만은 흑백이었다.
함께 있었던 누군가의 제안으로 우리는 근처 포토이즘에서 사진을 찍기로 하였다. 하지만 나는 그 비좁은 틈새에서 함께하고 싶지 않았고, 머릿속은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비좁은 사진 룸 안으로 열댓 명이 들어가려니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카메라의 렌즈가 채 담지 못하는 구석으로 몸을 슬적 빼냈다. 그때 H가 갑자기 내 소매를, 정확히는 팔목을 틀어잡고 나를 당겼다. 그 표정에는 애정과 관심보다는 귀찮음과 답답함이 보였다. 나를 자신에게 가까이 당기는 H에게서 내가 받은 감정은 불안과 슬픔이었다. 그때의 나는 H에게 귀찮지만 거슬리며, 챙기지 않으면 신경쓰일 것 같은 불쌍한 존재였던 것이다.
잠시 후 우리는 S대학교 안으로 향했다. 화려한 조명이 눈을 때리고 시끄러운 비트와 음악이 꽉 막아뒀던 귀를 비집고 들어왔다. 젊음의 공간. 어지러울 정도로 신나는 분위기에 약간 불쾌했다. 기억도 잘 나지 않는 기리보이의 공연 영상이 아직도 휴대폰에 남아있다. 그것이 말 그대로 감정이 스며들지 못한 기억인 것처럼, 나는 멍하니 인파에 휩쓸려 우두커니 서있었을 뿐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흐릿했다. 가까이에서 느껴졌던 H의 채취, 가득한 사람들 사이에서 눈에 들어왔던 H의 얼굴만이 찰나의 여운을 남기고 있었다. 애정은 실망으로 변하고 있었다. 나는 그만두고 싶었다. 결핍이 뚜렷한 관계도, 나를 상처입히는 짝사랑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