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결심 (3)

여름밤은 쌀쌀하고 쓰렸다

by 제이

그 때 즈음 하여 우리 기수의 동기 엠티가 예정되어 있었다. 나는 당시 기획단으로 참여하였고, 인원 통솔과 안전관리를 담당하게 되었다. 기획단 인원들은 각 조를 하나씩 맡아 조장 역할을 하게 되었고, 나는 1조의 조장이었다. 엠티가 임박한 어느 날 회의에서 인원배정 팀이 조 편성을 마치고 명단을 전달하였고,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거기에는 보란 듯이 내 이름에 조장이라는 의미로 노란 칠이 되어있었고, 그 밑에는 H의 이름이 있었다.


뒤늦게 서현이가 그 사실을 알고 조 편성을 다시 해줄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연락했지만, 나는 거절했다. 오기였는지, 그것도 아니면 미련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굳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조를 바꾸고 싶지 않았다.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엠티 전날, 나는 서현이와 혜정이와 함께 술을 마시고 노래방을 갔다. 그러다 시간 계산에 실패하여 충분히 수면을 취하지 못하였던 것이 실수였다. 나는 채 30분도 잠을 자지 못한 채 아침부터 무거운 짐을 옮기고 예민한 상태로 동기들을 지켜보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엠티 내내 H의 모습은 거슬릴 수 밖에 없었다. H는 당연하다는 듯이 다른 이들과 사진을 찍고 즐겁게 놀았다. 마치 나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그 사실에 적잖이 화가 났다. ‘너의 옆자리엔 내가 있어야 했는데’ 라는 식의 유치한 질투도 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나는 할 일이 있었다. 엠티 내내 나는 기획단이자 조장으로서의 의무만 생각했을 뿐, 당연히 즐겨야할 시간에도 즐거워하지 못했다.


피곤했지만 조원들을 재미있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앞서 목소리를 높여가며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했고, 우승 상금으로 30만원을 얻어내기도 했다. 이후 이어진 술자리에서 나는 옆에 있는 수영장과 바닷가에 술에 취한 동기들이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해야 했다. 그때부터 몸 상태는 이미 좋지 않았다. 목이 쉬어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두통이 심했고 피로가 쏟아졌다. 과로에 스트레스가 겹친 탓이었다. 그 와중에 H가 다른 남자아이들과 팔짱을 끼고 어울리는 모습을 보자 속은 타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나는 도망치고 싶었다. 그 장소에서도, H의 눈앞에서도.

keyword
이전 14화어떤 결심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