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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to the World Jun 03. 2024

어버이의 날을 보내고.

-2024년, 5월.

지난 5월 8일, 어버이날을 맞아 엄마 아빠께 꽃다발을 선물해 드렸다. 세자매가 돈을 모아 예쁜 꽃다발로. 사실 더 해드리고 싶었는데 궁핍한 나의 형편... 그래서 돈이라도 없으면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도 하자는 마음에 어버이라는 단어로 삼행시를 지었다. 

어: 어질고 나의 곁에 있는 사람 중에
버: 버금가는
이: 이, 나의 부모님.

어버이라는 게 사전을 찾아보니 아버지와 어머니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라 정의되어 있다. 우리 부모님은 정말 좋은 분이시고 난 내가 우리 엄마 아빠 딸이라서 정말 자랑스럽다. 그렇지만 세상의 현실을 보니, 또 여러 소설책을(아무리 소설책이라 해도 진실이 담겨 있는 법이다.) 읽다 보니 마냥 좋은 부모님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든 생각은 꼭 혈육으로 이어진 사람만이 어버이라는 것은 아니겠다 라는 생각이었다.

어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내가 앞으로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이 아닐까?

점점 크면서, 부모님이 청소년기와 성인의 모습까지 얼마나 많이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게 되었다. 우리 엄마 아빠가 내 엄마 아빠라는 걸 감사하면서, 나는 또 어떤 엄마가 되고 싶은지 되묻기도 했다. 그리고 좋은 엄마, 좋은 아빠라는 건 무엇일까 질문해보기도 했다.

부모님이 가장 빛을 발하는 때는 (내 생각에)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이 되어가는 시기, 바로 내 나이때쯤인 것 같다. 

나는 정말 내게 중요하고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 되지 않는데 최근에 그런 사람에게 배신(?)감을 느끼게 된 일이 있었다. 정말 마음이 아팠고 알 수 없이 괴로웠다. 그 한 주간은 정말 멍하게 흘러갔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버거울 때가 있다. 

수능이란 게, 입시란 게, 준비를 해보니 어렵지는 않은데 그 압박, 내가 오늘 하루 무언가를 조금이라도 하지 않으면 느껴지는 불안감, 결국 그것 땜에 힘든 것 같다. 다른 건 잘 모르겠고 이에 대해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힘든데, 내가 힘들다는 걸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공감 받기를 바라지만... 내 마음속 깊은 곳에 내가 가장 원했던 것은 공감이나 동정보다 바로 응원과 믿음이었다.

나는 내가 잘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나 자신을 향해 내가 먼저 응원을 해준다. 내가 지금까지 해온 것들이, 짧지만 경험했던 것들과 겪었던 시련들이 있었고 그것들이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그 시련과 아픔들을 잘 견뎌내고 이겨냈기에 지금의 내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지금의 고통과 아픔들도 난 잘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이고, 언젠가는 이 모든 걸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는 때가 오리라고 믿는다. 

그렇지만 내가 나의 힘듦을 토로하는 순간, 온갖 연민과 동정이 쏟아진다. 그래, 너무 좋고 감사하다. 근데 그런 순간이 난 너무 부담스러워 그런 순간이 3분 이상 지나가기라도 한다면 난 바로 "아유 괜찮아요"를 남발해 버린다. 괜찮지도 않으면서. 그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내가 힘듦을 토로한 것은 그것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었기에. (나도 안다, 내가 이기적인 거)

그러고 나서 집에 돌아와 엄마와 아빠와 얘기를 하는데, 엄마의 한 마디가 정말 큰 힘이 되었다. "우리 딸은 이겨낼 걸 알고 있고, 할 수 있다고 엄마는 믿어." 

집으로 돌아와 내게 있었던 힘든 일을 다 토로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게 축복이다. 그리고 어쩌면 난 그 말을 듣고 싶어서 항상 남들에게도 응원과 희망의 메세지를 전달하고 말해주고자, 힘을 북돋아 주고자 애썼는지도 모르겠다.




미래를 준비하며, 정말 꿈을 향해 나아가며, 내가 생각하고 꿈꿔왔던 것을 실제로 준비하고 실행해나가는 지금, 이 때가 가장 우리에게 어버이가 필요한 때이다. 

나보다 먼저, 더 나를 믿어줄 수 있는 사람,
나를 잘 알아 내가 정말 필요한 그 순간에 힘과 응원을 전해주는 사람, 
어처구니 없는 상황과 막막한 상황 속에서도 같이 꿈꿔주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나가고 옆에서 끝까지 있어주는 사람...
내 손을 끝까지 놓지 않아줄 그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어버이이다.

감히 자녀가 좋은 부모님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한다. 좋은 부모님은 자녀가 앞으로 나아가려 할 때, 자신의 진정한 꿈을 찾아 나아가려 할 때 어버이로써 함께해 줄 수 있는 그런 분이다. 먼저 앞서나가서 따라와 하고 소리치는 조교가 아니다. 그걸 하시는 분은 따로 계시다. 좋은 부모님은 등을 툭툭 쳐주고 내가 달려나가는 그 길 뒤에서 함께, 조용히, 든든하게 걸어가고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엄마 아빠, 
엄마 아빠는 제게 그런 분이세요.
제게 좋은 부모님은 엄마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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