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oy to the World
Sep 22. 2024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지. 벌써 수능이 59일밖에 남지 않았고, 난 어느새 2024년을 9월까지 살아냈다. 어떻게 또 시간은 이렇게 빨리 흐르고 나의 십대는 어느덧 1년밖에 남지 않았다. 한동안 삶을 살아내기가 참 버거웠는데, 이제는 어느새 지나간 나의 그 눈물과 고통의 시간들을 보고 있다. 올해는 한 순간 한 순간이 정말 순식간에 정신없이 지나갔지만 그만큼 기억에 남는 것도 너무 많은 해였다. 바쁜 만큼 추억도 더 많다. 작년에 한 번 한 실수는 다시 되풀이하지는 않겠다고 다짐했기에 아프고 힘들더라도 감사하고 기뻐하기를 멈추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 노력은 결실을 맺게 된 것 같다.
18년 인생을 살면서 난생 처음 겪어보는 일도 있었고, 그 가운데서 아픔과 분노도 경험해 보았다. 그런 감정을 주님께 털어놓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아픔과 어려움, 지쳐서 주저앉고 싶은 상태에서도 나의 친구들은 또 내 곁에 있었다. 내 얘기를 들어주고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하나도 빠짐없이 내 얘기를 들어준 가족도 빼놓을 수 없겠지. 그 누구보다 힘들지 않았을까.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나의 얘기를 들어줘야 하는 건 고역이기도 했을 거다.
올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될 때 다짐한다. 내가 감사할 사람을 잊지 않고 꼭 고맙다는 말과 함께 나의 마음을 전하겠다.
나는 나의 현재의 삶이 그다지 맘에 들진 않는다. 다만 내가 해낼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삶을 내가 해내고 있어서 내가 대견할 뿐이다. 내가 원하지 않는 공부, 원하지 않는 방식, 생각할 수 없고 생각하기 힘든 이 상황 속에서도 내가 이 삶을 살아내는 것은 언제까지나 내가 원하는 것만 하고 살 수 없을 거라는 생각 속에서다. 물론 지금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고 있다. 그러나 삶의 전반적인 부분이 내 손을 벗어나 알아서, 세상의 손에 맡겨져 돌아가는 것 같은 이 기분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세상에 휩쓸려 사면 안 되는데. 그래서 내가 수능을 준비하면서 나를 지키겠다 다짐했을 때 너무도 맘이 어려웠는지도 모른다.
공부를 하면서도 이 모든 게 나를 곧바로 잃어버리는 길만 같았기 때문이다. 더 깊이 생각할 수 없고, 더 알아갈 수 없고, 그저 시간에 쫓겨 요구하는 것에만 답해야 하며, 요령껏, 내가 터득한 기술로 이뤄내는 것이 수능이었기에.
답답하고 어려웠고, 그래서 따져 물었다. 도대체 왜 나에게 이런 길을 걷게 하시냐. 왜 내가 이런 쓸데없는 공부를 해야 하는 거냐. 정말 주님이 원하시는 것이 이게 맞냐. 이게 맞냐. 난 싫다. 이거 때려치고 싶다.
그럼에도 끝은 항상 이렇게 끝났다. 하나님이 말씀하셨잖아요. 내가 너의 곁에서 힘센 용사로 함께하겠다고. 전 그거 하나 믿고 여기까지 온 거예요. 다른 것 때문에 여기 있는 게 아닌 거 아시잖아요. 그럼요, 주님. 그걸 아시면, 제발 주님이 나를 이끄시고 계심을 내가 알 수 있게 해주세요. 주님이 그리로 가라고 하셨으니 주님이 이끄시고 계심을 내가 믿습니다. 내가 의심하지 않을 수 있게, 그리고 이 길을 걸어갈 때 지치고 힘들더라도 주님의 손을 붙잡고 일어설 수 있게 나를 붙들어주세요. 감사합니다.
이 기도는 같은 레파토리로 몇 번이고 반복되었다. 나의 마음은 여전히 너무 어려웠으니까. 그래서 내가 잘하는 걸 하기로 했다. 영어를 통해 더 많은 단어를 알 수 있게 됐지. 국어를 통해서 잡학 지식을 알 수 있게 됐지. 가장 아카데믹한 글 읽는 법을 국어를 통해 알 수 있게 되겠지. 바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였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생각은 하나님의 길이니까 였다.
나의 이 고백은 끊임없다. 여전히 되뇌이고 지칠 때마다 다시 눈을 들어 하늘을 본다. 가끔은 원망의 눈빛이 묻어날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하늘은 푸르다. 나를 보며 푸른 미소를 짓는다.
그렇게 시간은 또 흐르고 흘러 원서 접수 기간이 다가왔다. 중간중간에 좌절도 먹고 절망도 하면서 지나온 시간들이 쌓여 있었다.
나의 계획대로 되어야만 할 거 같았다. 그렇게 되지 않으면 불안할 거 같았다. 그대로 하나가 틀어지고 말았다. 논술 시간이 맞지 않을 것 같았고, 전형 하나를 버리던가 다른 걸로 틀어야 했다. 그 상황이 너무 맘에 들지 않았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방법을 찾아보고 찾아봐도 맘에 들지 않았다. 그렇게 울다가 다음 날 아침으로 해결책을 미루고 잠에 들었다.
침대에 몸을 던지고 나는 기도했다.
“주님, 나의 삶을 이끄시는 하나님, 주님께 나의 삶을 내려놓습니다. 주님께 나의 계획도 내려놓습니다. 공부와 모든 생각, 미래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습니다. 받아주세요.”
그리고 기적과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길이 열리지 않을 거 같다 여겼던 곳에서 길이 열렸고 난 오히려 더 좋은 방법과 더 편안한 마음으로 앞으로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나의 하나님은 나의 기도를 듣고 계셨다. 비록 느껴지지 않아도 일하고 계셨다.
그 이후로 나는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나는 더 열정을 가지고 나의 본분에 임한다. 나는 최선을 다하며 잘 쉬고 잘하려 노력한다.
내가 생각하고 계획했던 것이 틀어지면서 난 더 불안해했고 어쩔 줄 몰랐지만, 하나님은 그 틀어짐 속에 갈림길을 내신 것이었고 주님의 뜻대로 나를 이끄셨다. 하나님의 계획은 내가 알 수 없다. 그리고 완벽하다. 그게 내가 원하는 결과를 맞아서 그런 거라고? 아니다. 난 정말 반신반의하고 있었고, 이미 포기한 상태였다. 포기 속에서 길을 이끌어 내시는 분이 하나님이시다.
그래서 난 평안하다.
이제는 정말 안다. 이 길이 무엇이 어찌되었든 주님이 이끄시고 계심을. 그래서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하나님께서 나를 위해 이렇게 많은 열심을 보여주시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순 없으니까.
이제는 고백할 수 있다. 주의 길이 어찌나 놀라운지.
어떤 사람들은 결과가 나와야지, 내가 대학에 붙어야지만 하나님이 일하셨다고 말할 것이다. 그 말에 난 아니라고 답한다. 이제는 그럴 배짱이 생겼다. 예전에는 내가 대학에 붙지 못하면 좌절 먹을까봐 두려웠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 어떤 상황이 닥쳐오든 주님께서 나의 삶을 이미 이끄시고 계시니 그곳이 내가 바로 찬양하고 예배해야 할 곳이다. 그리고 주님은 정말 쉴 만한 물가와 푸른 초장으로 나를 이끄신다. 절대 내버려두지 않으신다. 이런 상황 가운데서도 길을 내신 분이신데 내가 연말에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된다 한들 더 좋은 길을 못 내실 분이실까! 그리고 어느 길이든, 어느 곳이든 하나님이 이끄시는 길이 가장 좋은 곳이다.
나는 기대한다. 나의 기도 제목이 어떻게 이뤄질지 너무도 궁금하다.
그래서 오늘도 기도한다.
“하나님, 제가 어느 곳에 있게 되든지, 어떻게 살아가게 되든지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길을 걷게 해주세요. 내가 하나님을 나타내고 드러내는 삶을 살아 그곳에서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해주세요. 사실 올 한 해의 마지막이 맞게 될 목표는 그거 하나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