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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청지기 Nov 11. 2023

3박 4일의 입원

고통 중에 깨달은 것

2019년  11월에 입원한 이후 처음으로 이번 주 월요일에 입원을 했다. 나의 입원은 자발적 입원이 아니었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이라는 호흡기 중증 장애를 갖고 있는 나는 매년 호흡기재활 의학과에 입원해서 정기적인 점검을 받으라는 주치의 선생님의 말씀이 있었다. 그런데 무려 4년 간 그 말씀을 어기고 병원을 찾지 않았다. 코로나 시국이라는 국가적 팬데믹이라는 위기 국면이 있었기에 입원을 피했다. 그런데 이제 그 시국이 끝났다.


어쩔 수 없이 얼마 전 외래로 주치의 선생님을 찾아갔다. 나를 보자마자 무척 혼을 냈다. 그렇게 관리를 받지 않으면 큰일 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얼마 뒤 입원 일정이 결정되었다. 회사에 일주일간의 휴가를 내고 월요일에 병원에 입원했다.


내가 입원한 병실은 호흡기재활 전용 병실이었다. 당일 아침까지만 해도 호흡기재활 전용병실에 침상이 없어서 일반 병실에 가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병원에서 일반 병실로 수속을 끝낸 후에 전용병실에 자리가 갑자기 생겼다며 병실 이전 수속을 다시 밟았다. 그곳 병실의 환우가 긴급하게 중환자실로 옮기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호흡기재활로 인해 입원을 할 때는 집에서 사용하던 인공호흡기를 가지고 가야 한다. 매년 기기의 여러 가지 수치들을 신체의 변화에 맞게 주치의 선생님이 수정해 주시기 위해서다. 그래서 입원하려면 가지고 가는 짐이 많다. 개인 차량이 없기에 아내가 그 많은 짐들을 들어주었고 장애인 콜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갔다.


병실이 배정되어 병실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인공호흡기 설치부터 해야 한다. 호스를 연결하고 전원을 연결한 후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테스트를 해 봐야 하는 것이다. 입원의 주목적이 인공호흡기 세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내가 보호자로 등록을 하게 되면 원칙적으로 외출과 외박이 안된다고 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생긴 입원 규칙인 것 같다. 그래서 아내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입원 생활을 혼자 하는 것에 문제가 없었고, 아내의 일상이 유지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퇴원이 결정되면 알려 줄테니 그때 다시 오라고 했다.


짐을 정리하고 숨을 돌리기도 전에 의사 선생님이 와서 동맥혈을 채혈해 갔다. 피를 뽑고 나니 입원했다는 것이 실감이 되었다. 이 후로 수많은 검사와 호흡기 재활 운동이 있었고, 이산화탄소 수치 검사가 반복되었다. 그리고 4일째 되는 날 퇴원이 결정되었다.



이번 입원 중에는 평소에 경험하지 못했던 다양한 문진과 검사가 있었다. 이틀째 되는 날 재활의학과에서 나의 일상생활 가능 여부에 대한 문진이 있었다. 대소변 후 뒤처리는 혼자 가능한가? 밥 먹을 때 수저는 사용할 수 있는가? 옷 입기, 속옷 입기에 다른 사람 도움 없이 가능한가? 세수 양치 면도 등 혼자 가능 한가? 샤워는 도움 없이 가능한가? 계단 한 층 정도는 올라갈 수 있는가? 질문에 답을 하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재활의학과 입원 병동에는 이러한 일상생활을 누릴 수 없는 환우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너무나 당연하기에 아무 생각 없이 하는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 축복인지 우리는 항상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일상에서 누리는 것에 대한 감사보다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불평불만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다.


"나만 왜?"


"어릴 때부터 장애인으로 살아오면서 그만큼 고통을 경험했으면 되지 않았습니까?"

"의료기기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이 힘들어지는 고통을 왜 더 받아야 합니까?"


내가 믿는 하나님께 나는 이렇게 대들어 보기도 했다. 하지만 하나님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다만, 나에게 삶에 대한 적응력을 허락하셨고, 그러한 삶 속에서 감사하는 마음을 주셨다. 내가 하나님 나라 갈 때까지 해야 할 것은 불평과 원망이 아니라 어떤 상황 속에서도  '감사' 뿐임을 깨닫게 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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