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청춘회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쏭나 Oct 22. 2024

각자의 쓸모

어려서부터 하고 싶은 게 있는 사람을 질투했다. 정말 좋아서 미치겠다는 듯이 눈을 반짝이며 나는 꼭 이걸 하려고 태어난 것 같다는 표정을 가진 사람들.


삶의 의미로 충만해진 그 시간이 너무나도 부러워서 열정적인 삶을 사는 사람은 어떤 기분일까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하나 나는 매사에 열정적인 편이 아니기에 결론은 내지 못했다.


자아라고 할 것도 없이, 평범하게 학교를 나왔고, 취업 잘되는 과로 친구 따라 대학을 가고, 적당한 곳에 취업을 했다. 흘러가는 대로 살았고, 또 그렇게 현재를 살고 있다.


시간은 내가 붙잡아두려고 해도 계속 앞으로만 간다. 내가 태어나고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 나는 계속 발버둥을 치고 있는데 러닝머신 위에서 전력질주를 하는 기분이다. 계속된 출발점에 결국 지쳐 나가떨어지는 모양새가 아닌가.


오늘 같이 일하는 선생님이 따로 불러서 대화를 하자고 했다. 마음이 뜬 게 잘 보인다며, 결정은 내가 하겠지만 그래도 피해는 주지 말아 달라고. 다 같이 으쌰으쌰 해야 하는데 한숨 쉬고 의욕도 없어 보이고 아직 미숙해 보인다나. 보는 주변인들까지 힘이 빠진다고 다들 힘들어도 참고 일하는데 왜 나만 티를 내냐고.


두 번째다. 제일 가까이에서 일하는 사람이고 제일 의지를 많이 했던 사람에게 듣는 말은 아프다. 슬프고 미안했다. 하고 싶은 거 없어서 돈이나 벌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내 삶은 인정욕구와 성취감에 물들기 시작했는데 성취감 마저 없어지는 나는 무엇일까.


나는 어느 곳에서는 섬세하고 신중하게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지만, 어느 곳에서는 소심하고 느리게 일을 하는 사람으로 비친다. 각자에 쓸모에 따라 이해하는 모습이 다르다. 전에 있던 곳이 지옥인 줄 알았는데 그마저도 아니었음을.


겪어봐야 아는 일들이 있다. 쓸모없는 삽질은 없으니 이 땅굴도 언젠가는 쓸모가 생기기를.


24.10.22 (화) 복합적인 하루

매거진의 이전글 충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