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편지를 쓰고 싶다. 당신에게 보내는 귀여운 편지. 편지지는 아주 귀여운 것으로 고를 것이다.
속지는 핑크색이어야 한다. 펼쳤을 때 향기도 나면 좋겠지. 딸기나, 체리 같은 그런 달콤한 그런 향. 겉지는 앙칼진 고양이 눈이 그려져 있고 수염도 있고 닫았을 때 꼭 하트가 보여야 한다. 깜찍한 멜로디도 나오면 좋을 것 같다. 들으면 웃음이 나오는. 그런 편지지를 골라 당신에게 편지를 쓸 것이다. 아주 사랑스러운 내용으로.
귀여운 문장을 써서 당신을 홀리게 만들고 싶다. 나를 궁금하게 만들고 싶다. 편지를 쓰고 있을 내 모습을 상상하도록 하고 싶다. 당신은 나밖에 모르는 사람. 나만 생각하는 사람. 나만 생각하느라 자꾸 실수하는 사람. 실수해서 혼나는 사람. 혼나도 주눅 들지 않는 사람. 주눅 들지 않고 계속 기분 좋게 웃는 사람. 애교 많은 커다란 대형견 또는 뒤에서 몰래 웃는 믿음직스러운 하얀 늑대 또는 벌에게 쏘이면서도 기어코 꿀이 잔뜩 흐르는 벌통을 따서 내게 건네주는 곰이다. 귀엽고 바보 같은 당신은 내일도 성실하게 귀엽고 바보 같을 예정이다. 내 귀여운 당신.
나는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담아 당신에게 편지를 쓴다. 함께 있었지만 말 못 하고 뒤로 감춰 두었던, 나만 알고 있던 이야기를 당신에게 편지로 들려줄 것이다. 이 편지는 당신이 도둑맞은 시간들을 돌려줄 것이다. 깜짝 파티처럼. 편지를 읽고 당신은 놀라워할 것이다. 나를 더 보고 싶어 하게 될 것이다. 당신은 내 매력에 퐁당 빠졌다. 헤어 나올 수 없다. 헤어 나오길 포기했다. 당신은 나한테 완전 넉다운 된 사람.
우리는 함께 공원에 간다. 예쁜 풍선을 들고 아이스크림을 코에 묻히면서 돌아다닌다. 우리는 꽃을 본다. 귀여운 꿀벌들이 웅웅 거리며 날아다니고 우리는 기분 좋은 벌의 음색을 듣는다. 카페에 들러 마주 앉아 음료를 시키고 포스트잇에 낙서를 한다. 거기에 웃긴 그림도 그리고 약간 야하거나 바보 같은 욕을 적는다. 그리고 포스트잇을 떼서 당신 이마에 붙인다. 우리는 계속 소리 내서 웃는다. 주위를 약간은 의식하면서 바보처럼.
당신과 나는 늘 손을 잡고 다닌다. 칠 년째 다니는 길을 처음 보는 길처럼 걷는다. 우리는 늘 도깨비에 홀린 듯 같은 곳을 계속 돌아다녀도 지치지 않는다. 당신을 만나는 날에는 늘 내 손에 꽃이 쥐어져 있다. 나는 꽃을 좋아하니까. 당신은 나에 대해서 뭐든 안다. 약간 안장인 내 걸음걸이, 피어싱과 타투를 하고 싶지만 겁이 많아서 못하는 것, 결정장애가 있는 것, 고양이와 딸기와 체리를 좋아하는 것, 토끼 같다는 말을 들으면 좋아하는 걸 넘어서 힘이 나는걸, 펜팔을 해보고 싶어 하는 걸, 가위로 무언갈 자르고 오려 붙이는 걸 좋아한다는 걸, 등에 업혀 가자! 하고 외치는 걸 좋아하는 걸, 자신과 촌스러운 별이 잔뜩 그려진 스티커 사진을 찍어보고 싶어 한다는 걸. 종일 말해도 부족하다는 것도 안다.
그런 당신에게 편지를 보낸다.
아주 귀엽고, 깜찍하고, 웃음이 새어 나오는, 계속 읽고 또 읽고 밤새도록 읽고 다음날 그 이튿날도 계속해서 읽고 싶은 편지를. 편지를 보내겠다는 말에 당신이 발을 동동 구른다. 애타는 목소리가 들린다. 이마를 찡그리며 아이처럼 조른다. 당신은 그런 사람 그런 아주 귀엽고 깨물어주고 싶은 사람. 그런 당신에게 나는 편지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