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감상 : 헤어진 연인을 기다리는 사람의 애타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사랑하지만, 헤어져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 두 사람. 다시 오겠다고 약속하고 아직 오직 않는 사람이 지금 올까, 내일 올까 자꾸 뒤돌아 보는 장면이 눈에 선하다. 삐걱 거리는 소리가 그 사람이 오는 소리일까 싶어 깜짝 놀라는 쓸쓸한 마음을 참 애잔하게 표현한 것이 아름답다.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마음은 세상 제일 슬픈 일일 것이다. 기다리다 지쳐 마침내 내가 용기 내어 쿵쿵거리는 마음을 안고 그에게 가고 그도 조금씩 나에게 애써서 오고 있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 나를 설레게 한다.
<게눈 속의 연꽃>, 문학과 지성사, 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