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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things Oct 01. 2023

(단편소설) 사돈끼리 스위치

제2장. 진영의 하루는 이렇게 지나갔다. D-day6

방에서 좀 쉬다가 민준이의 엄마로 스위치 된 장모가 거실 쪽으로 나왔는데 아무도 없었다. 

이곳저곳을 돌아봤다. 

사진들이 거실 곳곳에 잘 정돈되어서 붙여져 있는데 민준이의 가족들 사진들도 있었다. 

사진 속에 딸을 보고서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생겨났다.

장모에게는 세월이 지나가도 너무나 소중하고 이쁜 딸이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처럼! 

“우리 인서 지금도 예쁜데 저때는 너무 예뻤네. 에이. 죽일 놈. 고생 안 시킨다더니.”

장모는 카센터를 오픈하면서부터 딸이 이일 저일 돕고, 집안일까지 도 맡아서 하는 것을 보고서 

불만이 쌓일 때로 쌓였었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 것과 마찬가지로 딸이 집에서 집안일만 

하면 하는 바람이었다. 


저녁시간이 되니, 민준이 아빠와 민준의 동생이 집으로 들어왔다. 

“엄마. 오늘 저녁 뭐예요.” 

장모는 너무 당황되었다. 

“오늘 엄마가 몸이 안 좋아서 그런데, 시켜 먹을까?”


“엄마, 내가 엄마가 몸이 안 좋아서 먼저 시켜 먹자는 말은 살다 살다 처음 들어보네. 조미료 덩어리라고 

연중행사로 진짜 가끔씩만 드시던 분이 웬일 이시래요. 그리고 아프다고 표시도 잘 안 내시더니만. 이제부터 오늘처럼 언제든지 아프면 아프다 이야기해. 숨기지만 말고. 그러자 엄마, 안 그래도 너무 짜장면 하고 

탕수육 먹고 싶었는데. “

민준이의 여동생 수진이 이야기했다. 


배달 음식이 도착할 즈음해서 민준이도 들어왔다. 

“내가 딱 맞추어서 왔네. 배고파. 엄마 저 왔어요.”

그렇게 네 식구가 나란히 앉아서 식사를 하는데 , 장모는 너무나 불편하였다. 

“저는 속이 안 좋아서 좀 들어가서 쉴게요.”

민준과 여동생은 걱정이 된 나머지, 

“엄마, 제가 약국이라도 다녀올까요! 약 드시면 좀 더 나아지실 것 같은데. 음식을 잘못 드셨나?”


“아니다. 좀 들어가서 쉬면 될 것 같아. 저 좀 들어가서 쉴게요.” 

장모는 민준이 가족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얼굴과 모든 것이 민준이 엄마로 바뀌었지만, 모든 생각과 태도는 인서 엄마로서 그대로였다. 

너무 불편했다. 당장 이런저런 사정을 말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걱정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두려웠지만 피할 수도 없었다. 밥을 몇 끼 거르고 나니 너무나 배가 고파왔다. 

어쩔 수 없이 시간이 한참 지나서 다들 잘 시간에 방에서 나왔다. 

나이 70 넘어서 굶주린 체로 오래 지내면 더 안 좋은 일이 있을 수 있기에 체면은 뒤로 하고

남은 탕수육과 민준이 여동생, 수진이가 간짜장 소스와 면을 따로 랩으로 씌워서 보관해 놓은 것을 데워서 

먹기 시작했다. 좀 살 것 같았다. 


“여보. 몸은 좀 어때? 음식 먹는 것을 보니 좀 괜찮아진 것 같네. 내가 손 좀 주물러 줄까? 체했었나 보네.”

바깥사돈, 영철은 문틈으로 불빛이 느껴졌는지 밖으로 나왔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조금 먹고 두통약 하나 먹고 자면 돼요.”


“그래. 너무 급하게 먹지 말고 들어가서 좀 쉬어. 민준이는 내일 장사 때문에 밥 먹고 바로 갔어. 수진이도 

내일 오전부터 바쁘다네. 그래서 연구소로 다시 돌아갔고. 나 다시 들어가서 잘게. 그냥 설거지 같은 것은 

남겨놔. 내일 내가 할 테니까.”

오랜만에 느껴보는 다른 누군가로부터의 “관심”이었다. 

누군가가 나의 건강상태를 걱정해 준다는 것이 너무나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이런 것을 잊고 살아왔는데 자식들 빼고는 누구도 나를 신경 써주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항상 마음의 

문을 닫고만 살아왔었다. 

사람을 의심하고, 내가 스스로 해야 하고, 내가 내린 결정만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느끼며 살아온 장모, 

지금은 민준이 엄마의 얼굴을 하고 있는 ‘진영’의 인생이었기에 더더욱 그랬다. 

진영은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내 딸이 시집간 집구석을 속속들이 다 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니까. 사돈집 사람들 성향을 더 잘 알 수도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자. 아니다 싶으면 내가 ‘인서’를 집으로 다시 데리고 오던지 하면 되니까.”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들이 가득하였다. 

그런데, 불편하여서 일분일초도 못 견딜 것 같았다는 것과는 달리 지내보니 편안함이 느껴졌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민준이의 아빠, 바깥사돈의 작은 관심 하나하나가 불편하기보다는 

계속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화분의 꽃들이 매일같이 일정량의 물이 필요한 것처럼 진영의 마음도 민준이네 가족들의 따스한 다정함이 

싫지 않았다. 

누군가의 “관심”이라는 것은 얼음짱 같이 꽁꽁 얼어붙은 마음까지 다 녹여주어서 포근한 마음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있다는 것은 드라마 속의 이야기 인 줄만 알았는데,  딸이나 아들로부터가 아닌 마음까지 

훈훈하여지는 관심은 아주 오랜만이었다. 


진영은 일주일이 지나서 평상으로 돌아가도 누군가로부터의 관심과 공감은 계속 가지고 가고 싶었다. 

(혼자 생각으로) “에이.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이것저것 다 가지고 살려는 것은 욕심이지. 

그렇지, 그렇고 말고. 나이가 먹어가면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싶고, 인정도 모두에게 다 받고 싶다고 하더니만. 욕심쟁이가 따로 없네. 나까지 이러니.” 

머릿속에 이 생각 저 생각이 많으니 잠이 잘 올 것 같지 않아 걱정이 많았는데 막상 침대에 누워보니 

정신적으로 많이 지쳐있었던 것인지 진영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잠에 들었다. 

그렇게 진영이 하루빨리 지나기를 바라는 일주일 중에서 첫 번째 날은 저물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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