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을 다 말하지 않는 마음
일요일 지인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지인은 개인적으로 가깝게 지내는 사이가 아니지만 친한 이와 함께 어울려 본 사람이었다. 금요일 저녁에는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 같아 강남 멀리까지 가야 하나 잠시 망설였었다. 모바일 청첩도 직접 받은 게 아니니 축의금만 보낼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가기로 마음먹었다.
내 아이들 혼사를 치르고야 깨달았다.
결혼식에 가면 사회자나 부모들이 하객에게 반드시 언급하는 말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다. 시간을 내어 먼 길 와 주는 것이 얼마나 큰 성의인지 말이다.
버스를 타고 가자니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식이 시작되기 십여분 전 도착하여 아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식장으로 들어가 앉았다. 생화들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공간을 휘리릭 둘러보니 모두가 함께 축하는 자리에서 느낄 수 있는 감격과 행복감이 가득 찬 느낌이 들었다. 제일 먼저 식을 연 사회자의 목소리가 성우나 아나운서처럼 좋았다. 진행도 매우 전문가같이 매끄러웠다.
본격적인 식의 시작인 양가어머님들의 촛불점화가 끝나고 신랑이 입장이 시작되었다.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로 그가 얼마나 많은 친구들이 있는지 짐작이 되었다.
신랑 되는 지인의 아들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당당히 걸었는데 그 미소가 참 예뻤다. 기품 있고 기분 좋은 미소였다. 내면이 좋아야 드러나는 웃음이란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오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표현으로 신부의 입장을 알렸다. 언제나 같은 수식어지만 그만한 게 없다고 생각되었다.
신부가 들어서는데 하객 중 어느 한 사람이 말했다.
"둘 다 웃는 입매와 느낌이 닮았네!"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만큼 그들의 미소가 비슷하고 행복해 보였다.
그랬다.
선하고 반듯할 그들이 닮아서 보기에 좋았다. 땀이 솟도록 끝없이 박수를 쳤다.
다정하게 손을 잡고 부모님의 덕담을 듣는 그들을 보며 어제 친구에게 전해 들은 글귀가 떠올랐다.
"다정함이란 진심을 다 말하지 않는 마음"친구는 책을 읽다가 이 글귀를 대하고 감동하여 적어놓았다고 했다. 감동한 친구의 말에 공감하며 한 번 소리 내어 읊었더니 글귀가 기억에 잘 남았다.
지금의 잡은 손에 묻어있는 그들의 따뜻한 눈빛교환을 보았다.
정말 다정해 보였다.
속으로 조용히 기도했다.
그들이 모든 감정을 진심이란 생각으로 다 말하지 않기를!
진심일수록 가려서 말하며 지금의 다정함을 유지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