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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구 Aug 12. 2024

'어려워도'라는 말

손님들은  '어려워도'라는 말을 자주 한다. 

"어려워도 커피를 좀 타다 줘." , " 어려워도 이것 좀 갖다 줘." 등등 주로 부탁을 하실 때 사용을 한다. 어렵지 않은 일인데도 불구하고 꼭 앞에 어려워도라는 말을 붙인다. 괜히 그 말을 들으면 부탁을 거절할 수 없다. 


손님들이 몰리는 점심시간이었는데 바쁘게 뛰어다는 와중에 한 손님이 어렵더라도 커피 좀 타다 달라고 하셨다. 벨이 울려 빠르게 뛰어 왔는데 커피를 타달라는 말에 힘이 쭉 빠졌지만 무적의 단어 '어려워도'가 나왔기 때문에 커피를 빼서 드렸다. 


왜 '어려워도'에 약할까 생각을 해보니 내 노고를 알아주는 기분이라서 그런 거 같다. 네가 지금 어려운 상황인 것을 알지만 이런 부탁을 해도 될까?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여기서 내가 좋아하는 부분은 어려운 상황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한 손님은 바쁘게 움직이는 나를 보고 힘내라고 응원을 하시는 분도 계셨다. 잠깐의 순간이었지만 큰 힘을 얻었다. 


살면서 어렵고 힘든 일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자기가 겪은 만큼 어떻게 설명을 하더라도 똑같이 느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예 말을 안 하는 사람도 있고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게 세세하게 설명을 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전자에 속한다. 나 같은 경우는 힘든 티를 안 내고 오히려 별거 아니라는 느낌으로 이야기를 한다. 


이건 예전부터 그래왔다. 왜냐하면 내가 힘든 티를 내면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군대에 입대를 할 때도 웃으며 입대를 했고 큰 수술을 받으러 갈 때도 별거 아니라는 듯 웃으며 들어갔다. 속은 아니면서 말이다. 이젠 힘들어도 티 내지 않는 것이 몸에 배어있다.


그래서 누군가 걱정을 하면 내 대답은 항상 "괜찮아"였다. 괜찮다고 생각하면 나중엔 결국 괜찮아지기도 해서 좋은 방법일 수도 있다. 요즘 주변에 번아웃이 오는 사람들도 많고 더운 날씨에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어려워도 참고 꾸준히 하다 보면 무조건 좋은 날이 올 거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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