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야말로 사람들의 고질병이다. 물론 사람은 지구상의 어떤 생물들보다도 지혜롭다고 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의 이성에 한계가 있음을 인식할 운명에 처해있다. 한계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짐승들은 겪을 수 없는 비애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탄생과 끝에 무엇이 있는지, 이 모든 것들이 무엇에 의해 돌아가는지 알 수 없다. "나는 누가 나를 이 세상에 데려다 놓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세상이 무엇인지, 나 자신이 뭔지도 모릅니다. 나는 모든 것에 대해 지독한 무지 속에 있습니다. 내가 어디서 왔는지 알지 못하는 것처럼 나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도 알지 못합니다. 내가 아는 것은 오직 이승에서 나가면서 영원히 허무 속이나 아니면 하느님의 품 안으로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이 두 조건 중 어느 것이 영원히 나에게 주어질는지 알지 못합니다. 나약함과 불확실로 가득 찬 이것이 나의 상태입니다."
인간은 고작해야 중간의 존재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해명해 주고 무지의 고통을 치료할 최상의 존재를 찾는 것은 필연이다. 얄팍한 앎은 괴롭게 만들 뿐이다. "부정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것이 보이고, 확신하기에는 보이는 것이 아주 적어서 내 처지가 한탄스럽다." 물론 더 높은 존재를 찾지 않고 빈약하나마 자기 자신에게 기대는 사람 역시 실존하는 주체로서 박수받을 만하다. 그러나 신을 찾는 사람을 겁쟁이라고 비웃기는 어렵다. 어쩌면 모든 체념의 귀결이 신앙일 수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