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남동 연상의 여인집에서 부어라 마셔라 했던 동안 고모 고모부 할아버지 할머니는 경주에서 좀 떨어진 곳의 온천을 다녀오셨다.
할아버지는 해방 전 횡성 우시장에서 씨름을 해서 황소를 상으로 탄 경험이 있는 분이라 일제 강점기부터 경상도 백암 온천이 좋다는 걸 알고 계셨다.
연상의 여인 집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하니 할아버지 고모는 바로 돌직구 질문을 하셨다.
문평아 재수해서 빠이롯드 될 거냐?
글세요. 그거 돈 많이 버는 거 알지만 들어가기가 힘들 거 같아서요.
야 지금 허름한 한교 때려치우고 죽어라 공부하면 된다. 하거라 조카!
하는 고모부 말씀에
예 하겠습니다! 했다.
당시 고모부는 월남전 참전으로 상사를 너무 일찍 달아 선임 중사에게 상사인 자기가 말해도 면전에서는 예! 해놓고 뒤에서 행동 안 하는 바람에 고모부는 딱 연금 받을 기간만 채우고 전역해서 고향은 땅끝마을이지만 경주에 정착했다.
군대생활 하면서 가장 부러운 신분이 육군 장교 그보다 멋있는 해군장교 그보다 더 멋있는 공군 장교 공군장교 중에도 파란 머플러 지상근무 장교보다 공중근무 빨강 머플러가 최고라고 하시면서 빠이롯뜨는 10년 복무하고 민항으로 이적하면 연봉 1억이라는 말씀에 나는 공군사관학교 3X기로 목표를 세우고 공부했다.
198X 년 10월 XX일 대방동 S고등학교 교실에서 1차 국어 영어 수학 공사 3X기 입학시험을 보았다.
이날도 S고등학교 교문 앞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연상의 여인이 나의
시험 잘 보기를 하느님 부처님 조상님 천지신명에게 기도를 했다.
그 기도가 먹혔나 국어는 원래 국어 선생님이 공개적으로 이과반 국어 수제자라고 공표하는 바람에 지탄의 대상이 되었는데 국어는 확실한 만점 영어는 과락 60점 이상이면 되었는데 카운트해보니 70은 되는 거였고 하이라이트는 수학이었다.
앞에는 객관식 맨뒤에 2문제가 주관식인데 세상에 그 옛날 내가 완벽하게 답 쓰고 여유 부리느라 김경빈 수학 선생님께 고난도 문제 감사드려요 했던 문제가 등호 다음 숫자가 연상의 여인이 낸 숫자였고 다음 이어진 문제는 그걸 도식을 해서 삼각형 내접원의 반지름을 구하라인데 두 번째 문제는 풀이 없이 반지름만 구하면 되는 것이었다.
세상에 S 중 시절 권 수학 선생님이 너희들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가면 수학 시험에 직각삼각형 주고 내접원의 반지름 아니면 지름을 구하라 그런 시험 많이 나온다.
내 제자들 중에 대학교 수학과 가서 헤론의 공식을 도출할 놈은 없을 거 같고 공식만 알러 주니 다른 중학 출신들 열심히 풀 때 여러분은 암산으로 풀어라 하면서 알려주신 것이 마지막 수업인데 오늘 그걸 써먹는 날이었다.
시험 문제 속 삼각형은 빗변이 5이고 다른 두 변이 3과 4였다.
헤론의 공식은 빗변 아닌 주변 3 더하기 4에 빗변 5를 빼면 2가 지름이고 반지름은 그것의 절반 1이 정답이다.
내가 수학 답을 다 쓰고 씩씩하게 나오면서 통로 좌우를 보니 모두 만주벌판을 한 줄도 못 채웠다.
S고 교문을 나와 원석문방구를 지나 대방교회 삼거리에 있는 중국집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연상의 여인 나 네 명이 탕수육에 고량주를 마시면서 수학 시험에 누나가 나 고 1 때 연습으로 내준 문제가 주관식 두 문제 중 하나라고 하니 모두 박수를 쳤다.
공사 3X 기는 따놓은 단상으로 여겼다. 그러나 운명은 아니었다. 큰아버지가 6.25에 의용군 입대자라는 기록에 의해 최종탈락했다. 그 시절은 그렇게 암울했다. ㅠㅠ(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