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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수업중 Apr 25. 2023

아들, 숙제 정답보고 뺏긴날

= 육아휴직을 내기로 결정한 날

2022년 1월 어느 날


아들 황소 선생님으로 부터 연락이 왔다. 아들이 머리는 좋아, 응용력이 뛰어나고 이해력이 높다고 하면서, 그런데 요즘에 수업시간에 잘 집중을 못하고, 성적 및 퀴즈 점수가 잘 안 나온다고 한다. 그러면서 집에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본다. 아니면 요즘 아들이 게임이나 혹은 여자친구나 다른데 관심이 있는 건지 물어본다.


황소 학원은 코로나 이후로 숙제를 집에서 풀리고 부모가 채점을 해서 보내게 한다. 그래서 나는 회사에 있을 때 집에 전화를 하여 아들이 숙제를 하고 있는지 물어본다. 그리고 퇴근하고 집에 오면 아이가 푼 문제를 채점하여 틀린 문제는 다시 풀리고 어려운 문제는 같이 풀어주고 한다. 이런 루틴도 내가 회사일이 바쁘지 않거나 회식이 없이 바로 퇴근을 해서 집에 와야 가능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야근도 제법 있었고, 회식도 잦았다. 그러면, 맞벌이 엄마에게 부탁을 하거나, 엄마 또한 일이 있어 안되면, 정답을 아이에게 캡처해서 보내주고 직접 채점해서 학원에 보낸다.


황소 수학 학원은 진도를 엄청 뺀다. 잘하는 아이들은 2 달이면 한 학기 공부를 끝내니 이론적으로는 1년이면 중학 3년 과정도 끝낼 수 있다. 그래서 아들은 일주일에 2번 가는 수학학원의 진도를 따라가기 위해서 밤 12시 넘게까지 공부할 때가 적지 않게 있다. 부모로서 안쓰럽기도 했고, 너무 진도가 빠른데 꼭 이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이러다가 수학에 흥미를 잃게 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주변에서도 다 하는데 우리 애라고 못할까 싶기도 하고, 이왕 시작한 일인데, 꾸준히 해보자는데서 애를 독려하고 끌고 가고 있다.


아들은 수학 문제를 풀 때, 손으로 풀지 않고 머리로 푼다. 암산해서 답을 낸다. 손으로 쓰기 귀찮아하는 거 같다. 그렇게 하여 계산문제의 정답률은 약 80% 정도 되는 거 같다. 손으로 풀어야 실수를 줄이고 다 맞출 수 있다고 자주 강조를 하지만, 아들은 암산해서 풀 수 있는데 손으로 쓰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손도 아프고 하니 그냥 암산을 하는 것 같다. 그래도 틀리는 문제가 있으니 틀릴 때마다 그러면 안 된다고 손으로 풀리게 한다.


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집에 와서 채점을 시작한다. 오늘도 역시 황소 문제집은 깨끗하다. 중학교 2학년 "다항식의 계산" 파트라 계산이 복잡할 법도 한데, 풀이과정 하나 없이 깨끗하게 풀어내었다. 심지어 오늘은 정답률이 100%이다.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내가 풀어도 풀이 과정을 손으로 풀어보지 않고는 답이 안 나오는 문제를 잘도 맞혔다. 아들에게 문제를 손으로 풀었는지 암산을 했는지 물었다. 암산을 했다 한다. 그러면 다시 종이와 연필을 주지 않고 암산해서 한번 풀어보라 하고 문제를 건넨다.


못  푼다. 답을 보고 뺏겼다.


내가 최근 바빴던 한 달 동안 푼 문제를 다 답을 보고 뺏겼다. 한 달이 아니라, 작년에도 그랬을지 모른다. 그러고 학원에 가서 숙제를 다 한 것처럼 한 것이다. 숙제를 하면서 연습을 안 했으니 시험이나 퀴즈 문제를 잘 풀어낼 리가 없다. 내가 바빠서 애를 믿고 맡겨 둔 것인데. 아이는 숙제는 안 하고, 숙제하는데 써야 하는 시간에 유튜브를 보고, 게임을 하고 논 것이다.


최근에 몰래 게임을 하다가 걸려서 나한테 혼나고 반성문을 쓰고 다시는 이러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서 너무 화가 났다. 그래서 아이의 컴퓨터를 켜서 네이버웨일과 Chrome 브라우저의 방문 기록을 확인하였다. 지난번에도 아들 앞에서 확인을 한 적이 있는데, 별다른 영상은 없었다. 그냥 아들이 무엇에 관심이 많길래 이러나 싶어 다시 열어본 것이다.


방문기록에서 “인터넷 방문기록 삭제 방법"이 검색되어 있다.


아...

지난번의 반성문 이후로 잘 하겠거니 하고 생각했는데,


또 내가 너무 아이를 내버려 두었나...

회사일 때문에 시간을 쓰느라 애들과 시간을 같이 보내지 못했는데,

맞벌이 부부, 나와 아내가 애를 망치는거 아닌가,


걱정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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