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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러운 기억의 공간, 살아 숨 쉬는 문학의 집

029 대구문학관

by 바이크 타는 집사

<대구 문학관>

- https://www.modl.or.kr/contents/main/main.asp


관람시간: 09:00~19:00(11월~3월: 09:00~18:00)
관람료: 무료
휴관일: 매주 월요일(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익일 휴관), 1월 1일, 설날, 추석
문의전화: 053) 421-1231





모터사이클 전국문학관투어 스물아홉 번째, 대구문학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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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문학관은 대구 향촌동에 위치해 있는데 같은 건물의 1층과 2층은 '향촌문화관', 3층과 4층이 '대구문학관'이다. 향촌문화관은 1,000원의 관람료가 있고, 대구문학관은 무료이다. 1,2층과 3,4층으로 나뉘어 있어 따로 관람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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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경북 지역의 문학관을 다니면서 느낀 점인데 상당히 많은 걸출한 문인들을 배출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육사, 김동리, 박목월, 조지훈, 현진건, 이상화 모두 대구 경북 출신들이다. 이들이 대구 문학계에서 어떻게 활동을 하며 문학의 꽃을 피웠는지 스토리텔링이 잘 되어 있어 재미있게 관람했다. 그리고 문학관의 전시실의 일부는 미술관처럼 특별전시라는 이름으로 전시가 조금씩 바뀌도록 구성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문학관 3층주 전시실에 해당되고, 4층은 작업실, 강연장, 서재, 세미나실, 기획전시실 등이 있다. 4층의 '작가의 육성' 공간, 대구 지역 문학계에서 발간된 '이달의 신간', '보이는 수장고' 등이 궁금했다. 하지만 이날 강연장에 강연이 있어서 4층을 제대로 둘러볼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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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을 조금 듣다가 뒤쪽에 있는 기획전시실만 관람하고 3층으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기획 전시실에는 대구문학관 개관 10주년을 맞아 '10년의 기록, 너머' 전시를 하고 있었다. 그동안의 전시와 운영했던 각종 프로그램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제일 먼저 맞이한 것은 해방 이후 대구에서 최초로 창간된 시 동인지 '죽순'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실내 조형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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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진 작가들 중 현진건, 이상화는 문학관이 세워지지 않아 몰랐었는데, 대구문학관에 와서 이들도 대구 출신임을 알게 되었다. 검색해 보니 이상화 문학관은 추진 준비 중인 듯하다. 현진건과 이상화가 절친한 벗이었다고도 하는데, 둘을 함께 엮어 문학관을 건립하자는 의견도 있는 듯하다. 문학관이 건립되지 않은 이런 작가들을 소개하고 이들의 자료를 정리해 전시하는 것도 지역 문학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인 것 같다.


다음으로 만나는 전시는 '작가와의 동행'이다. 다방, 술집 등 작가들의 발자취가 담긴 골목길 등을 보여주는데, 작가들의 작품 속 문장들이 소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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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환이 대구문학관에 있어서 뜬금없다 싶었다. 유치환은 통영출신이고, '청마문학관'도 통영에 있는데 유치환이 왜 여기 있을까? 이영도와 나란히 서 있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 유치환, '행복'

오면 민망하고 아니 오면 서글프고
행여나 그 음성 귀 기울여 기다리며
때로는 종일을 두고 바라기도 하니라.
- 이영도, '무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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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싶어 검색해 보니, 역시 시조시인 '이영도'가 경북 청도군 출신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둘의 사랑을 아름답다고 한다. 유부남이었던 유치환과 남편을 잃고 홀로 된 이영도는 서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문학으로만 사랑의 마음을 나누었다고 한다. 플라토닉 러브, 세기의 사랑 등 많은 얘기들을 한다. 하지만 유치환의 부인의 입장에서는 너무도 힘든 시간이었을 것이다. 유치환이 눈을 감는 날까지 참고 살았다고 하는데...

나는 모르겠다. 둘의 사랑이 정말 아름다운 것인지, 그래도 되는 것인지...


어쨌든 가볍게 둘러보며 작가들의 문장들을 읽으며 지나가는 골목길이다.


다음으로 '대구 문학 아카이브'인데 여기는 192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의 대구 문학의 흐름을 소개한다. 대구문학의 시대별 흐름과 작가들과 작품을 소개하고 당시에 출간되었던 책들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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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명예의 전당이 별도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상화, 현진건, 이장희 작가의 코너가 있다. 이 세 작가는 한국문학에서 비중 있는 작가들이다. '대구를 빛낸 작가들과의 특별한 만남'이라고 소개되어 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행정 구역상 '대구' 출신의 대표 작가들을 뽑은 것 같다. 어쨌든 문학관이 세 명의 작가를 뽑아 '명예의 전당'을 만들고 해당 작가들에 대해 상세하게 소개하고 전시해 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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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희, 노, 애, 락'에 따라 감정의 상자에 들어가면, 대구문학관에 소개된 작가들의 작품을 소리로 들을 수 있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그리고 배리어프리존, 명작갤러리 등이 있어 다양한 방식으로 전시와 작품을 만나고 감상하고 만들 수 있는 공간들도 있다. 다소 동선이 어수선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소리도 감상도 하고 여러 감각으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어서 여기서는 자유롭게 이것저것 만지고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색다른 느낌이어서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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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전시가 있었는데, 대구의 다방에 대한 소개이다. 1900년대 초반 다방은 모던 보이, 모던 걸이 모이는 힙한 장소였다. 여기서 문학, 미술, 음악 등 문화 예술을 나누며 예술혼을 불태웠던 당시 가장 '모던'한 문화 소통의 공간이었다. 여기에서 음악을 듣고, 문학을 이야기하고, 커피를 마셨다. 천재 '이상'이 금홍이와 함께 운영했던 다방 '제비'도 그런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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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까지도 대구에는 이런 '다방'이 많았고, 대구를 대표하는 다방을 아홉 개 정도로 꼽고 있었다. 당대 문학계를 대표하는 작가들이 이곳에 모였다고 한다. 다방에서 글을 쓰고, 출판 기념회도 열고, 작품을 나누었다고 한다. 유명한 다방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기획력이 돋보이는 전시였다. 디지털 전시 밖으로는 지도와 다방의 위치, 다방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나와 있고, 박두진, 조지훈, 김춘수, 구상 등의 시인들이 다방에서 활동하던 모습도 볼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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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대구 경북 출신의 작가들 중 탄생 100주년을 맞이한 시인 박양균, 신동엽의 특별전시가 있었는데 지역 문학관에서 꼭 필요한 부분인 것 같았다. 지역 출신의 모든 작가에 대해 상세히 전시할 수 없으니, 기념할만한 작가들을 뽑아 전시를 하는 것은 상당히 좋은 방식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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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에 보면 다양한 지역 작가들을 선정하여 특별전시를 하고 있었고, 수장고에 보관 중인 작품들 주제에 따라 전시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특별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돌아본 '지역' 문학관 중 가장 다채롭고 신선한 문학관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1,2 층의 '향촌 문화관'까지 연계하면 대구의 문학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한 줄 느낌

- 고민하는 문학관, 움직이며 변화하는 문학관


한 줄 평

- 지금까지 돌아본 '지역' 문학관 중 가장 다채롭고 신선한 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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