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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Jan 03. 2024

은은한 블루베리가 그윽하게 코를 적신다

- 블루베리 꽃이 피어나다, '청화랑'를 음주해 보았다.

오늘은 평소와 달리 집 앞 마트에서 술을 한 병 가지고 왔다. 원래 목적은 집에 찬거리가 떨어져 방문한 것이었으나, 우연찮게도 마침 내가 들어간 시간에 맞춰 평소에 보이지 않던 증류주가 진열되어 있었고, 그렇게 마트를 나서는 나의 손에는 저녁을 위한 재료 몇 개와 술 한 병이 자리 잡게 되었다.


'청화랑', 일반 마트에서 판매하는 것 치고는 생각보다 가벼운 가격을 가지고 있던 친구이다. 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난 술은 과연 어떠한 맛과 향을 보여줄지, 적당한 기대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블루베리 꽃이 피어나다, 청화랑

먼저 일반적으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병의 모습이 눈에 띈다. 뚜껑 부분에는 술의 원료가 적힌 띠지가 감겨 있으며, 전면부에는 이름과 함께 술에 성질에 대한 소개가 간단히 쓰여 있다. 굉장히 무난한 디자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 모습으로서,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느낌이다. 


다만 디자인 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한 가지가 있는데, 전면부만 봐서는 이 술이 어떠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이 술이 일반적인 증류주라면 이렇게 단순히 표현하여도 크게 상관없다. 하지만 블루베리 증류주라는 과실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면, 그러한 부분을 좀 더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선 낫지 않았나 싶다. 


뚜껑 부분의 라벨에 띠지로 붙어있다고 하더라도 지나치는 사람 입장에선 거기까지 확인하긴 확실히 쉽지 않을 것이다. 참고로 지금 하는 이야기는 본래의 멀쩡한 병 기준이다. 술을 음주하는데 집중하는 바람에 마시는 중간에 찍어 위에 라벨이 붙어 있지 않다.. 


여하튼, '청화랑'은 발효의 고장 순창의 '참주가'에서 저온에서 발효하고 숙성한 블루베리를 쌀과 함께 증류하여 만든 술로서, 알코올의 톡 쏘는 향미는 다듬고 자연스러우며 깨끗한 맛을 강조한 증류주이다.


블루베리향을 인공적으로 첨가한 것이 아니라 향이 그리 강하게 다가오는 편은 아니나, 은근하게 입 안에서 단 맛이 돌고 깔끔한 여운을 가져다주어 몇 잔이고 끊이지 않으며 손이 간다고 한다.


제품의 용량은 360ML, 도수는 17도, 가격은 3200원. 흔히 볼 수 있는 희석식 소주와 같은 용량에 비슷한 도수, 그리고 1.5배 정도 가격이다. 사실 작은 마트에서 구매를 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대형마트나, 온라인 구매에 비해 가격차이가 어느 정도 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100~200원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마트의 판매값이 참으로 감격스러웠다.

잔에 따른 술은 여타 증류주와 큰 차이를 찾기 어렵다. 투명하고 깨끗한 빛깔을 선보이며, 고요하니 산속에서 볼 법한 저수지를 떠오르게 만든다.


이어서 얼굴을 가까이하면 은은한 블루베리 향이 잔으로부터 올라온다. 알콜 특유의 역한 향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플로럴한 향기가 블루베리와 섞여서 코 끝을 톡톡 건드린다. 인공적인 이질감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채로 다가오는 것이 술보다는 꽃에 코를 대고 있는 듯 한 느낌을 가져다준다. 오히려 진하지 않아 더욱 자연스럽다고 느껴지는 향이다.


잔을 들어 한 모금 머금으니 향과 마찬가지로 연한 술이 부드럽게 혀를 감싸준다. 미미한 단 맛을 필두로 하여 감칠맛 있게 입 안을 채워가며, 17도라는 도수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알콜의 존재감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어떠한 향료가 그렇든 순수한 증류주에 무언가 섞이게 되면 무릇 그 맛이 조화롭지 못하게 될 경우가 있는데, '청화랑'은 블루베리라는 과실을 술 사이에서 그윽하게 느껴지도록 만들어 놓았다.

술 자체가 고운 편이라 혀에서부터 목 넘김까지의 과정이 굉장히 가볍다. 향이 옅긴 하나 향만 옅은 것이 아니라 맛 역시 연하기에 둘 사이의 어우러짐이 상당히 잘 맞는다. 플로럴한 향이 코를 스쳐감과 동시에 약간의 감미를 머금은 술이 목구멍을 넘어가고, 목넘김 이후에는 긴 여운 없이 빠르게 그 자취를 감춘다. 깔끔한 마무리가 확실히 매력적이다.


살짝 가벼운 바디감에 곱고 깨끗한 풍미를 가진 친구이다. 물과 알콜, 블루베리의 비율을 7.5:1:1.5 정도로 섞으면 이러한 향미를 보이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알콜은 연하고, 블루베리의 향미는 은은하며, 술은 부드럽다. 맛이나 향 전체가 지나치지 않고 연하고 조화롭게 이루어져 있으니 그리 호불호가 갈릴 것이라고 생각되지도 않는다.


요즘 같이 증류주 하나하나가 굉장히 비싼 시대에 저렴한 가격에 만족스러운 맛을 보여준다. 대단한 풍미나 본연의 특별한 맛매가 뚜렷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블루베리의 향과 순한 알콜을 슬며시 놓고 사라져 잔을 반복해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정말 진한 알콜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잘 어울릴듯한 향미를 가지고 있으니, 자신의 취향이 어떻냐에 따라 가격 이상의 만족감을 선물할 것이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생선구이를 추천한다. 갈치구이도 좋고, 고등구이도 좋다. 생선구이 한 점에 청화랑 한 잔은 잘 어우러져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청화랑', 은은함이 참으로 매력적인 술이었다. 가격이 저렴하여 구매하기에도 전혀 부담되지 않으니 관심이 가는 사람은 한 번쯤 구매하여 마셔보길 바란다.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약간씩 상이하다. 오프라인의 경우는 3,200원, 온라인의 경우 판매처가 다양하여 10~15% 정도의 차이가 나는 편이다.


블루베리에 적신 '청화랑'의 주간평가는 3.7/5.0 이다. 고요한 블루베리가 코와 입에 맴돌더라.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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