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거트가 떠오르는 질감의 특별함, '카이막걸리'를 음주해보았다.
우리들에게 막걸리는 굉장히 익숙한 주류 중 하나이다. 어떤 술집이나 식당을 가던지 흔히 볼 수 있고, 지역마가 특색 있는 술로서 발전되어 왔기에 다양한 맛으로 항상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당연히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서 막걸리를 마셔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하며 묻는 것이지만, 여러분은 보통 어떻게 막걸리를 마시는가. 어려워할 필요 없다. 이것은 굉장히 직관적으로 물어보는 질문이니까.
아마 백이면 구십 구는 비슷하게 말할 것이다. 막걸리를 잔에 따라 마시지 어떻게 마실까. 애초에 흐르는 액체를 마시는 방법은 당연히 정해져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오늘 내가 가져온 술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막걸리와 약간 다른 방향을 보인다. '카이막걸리', 병이 아닌 포장지에 담겨 있어 쭉 짜 먹을 수도, 숟가락으로 떠 먹을 수도 있는 아주 독특한 친구이다.
요거트가 떠오르는 질감의 특별함, 카이막걸리
겉보기에도 굉장히 독특한 외관이다. 애초에 일반적인 막걸리를 병에 담겨 있는 것이 당연하나, 이 막걸리는 어찌 된 것인지 곤약젤리를 담아 놓을 것 같은 포장지에 싸여 있다. 전면부에는 미니미한 막걸리 그림과 함께 '카이막걸리'라는 이름이 쓰여져 있으며, 그 아래선 '꿀 뿌려 먹기', '요거트처럼 숟가락으로 떠먹지', '찬물에 타서 막걸리처럼 마시기' 등 이 술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보여준다.
이름의 윗부분을 보면 '이화주의 뉴트로스타일'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데, 여기서 이화주는 전통 탁주 중 하나로 떠먹는 막걸리를 의미한다. 다만, 이 이화주도 기존에 판매를 할 때에는 딸기잼 병처럼 생긴 것에 담아 팔지, 이렇게 짜 먹을 수 있는 형태를 띄고 있진 않다.
'카이막걸리'는 '예천양조'에서 막걸리 종류 중 하나인 이화주와 터키의 전통 디저트 카이막을 결합해 만든 퓨전 술로서, 막걸리의 담백한 맛과 디저트의 달달한 풍미를 한 번에 느낄 수 있다.
이화주와 카이막을 조화롭게 만들어 반고체형 형태를 보이며, 요거트와 비슷한 질감으로 술을 먹는 사람에게 신선하고 새로운 경험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제품의 용량은 100ML, 도수는 9도, 가격은 5,700원. 보통의 막걸리와 비교하자면 한 없이 적은 용량에 조금 높은 도수, 그리고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것 치고는 비싼 값을 선보인다. 보통 이화주가 100ml 8000원 정도 하니, 그래도 원료보다는 싸다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잔에 따른 술은 확실히 눅진한 질감을 보여준다. 일반적인 막걸리에 비하여 누리끼리 하니 어두운 색을띄고, 우리가 흔히 먹는 요거트와 비슷한 느낌을 선사한다. 정말 그 찰랑이는 느낌이 단 일도 없는 것이 막걸리임에도 오히려 질퍽인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이어서 코를 가져다 대니 고소하면서도 상큼한 향이 잔으로부터 흘러나온다. 도수가 높다고 하여 알콜이 느껴지는 것은 아니며, 고소한 곡물의 향이 은은하게 코를 간지럽히는 듯하다. 갓 구운 빵과 누룩, 치즈, 참외, 복숭아 등 과실의 달큼상큼함, 여기에 곡식의 고소함까지, 복합적이고 농축된 막걸리의 향이 그윽하게 다가온다. 정말 맡으면 맡을수록 궁금증을 유발하는 향이다.
잔을 들어 한 모금 머금으면 요거트보다 눅진한 질감을 가진 막걸리가 혀를 감싸 안는다. 참외, 멜론 등 과실의 단 맛과 산미가 집적적으로 느껴지며, 그 뒤로 꽤나 매력적인 질감이 입 안을 채워간다. 막걸리이지만 마시는 듯한 느낌은 거의 없고, 끈기 있는 질감에 미세한 씁쓸함을 포함한 상태이다.
지게미가 남아 있는 것인지 술 안에 조그맣게 씹히는 것이 있다. 술을 즐기는데 방해될 정도는 아니지만, 이 때문인지 막걸리를 씹으면서 즐기게 된다. 사실 이전까지 이렇게 막걸리를 음주하여 본 적이 없기에 너무 낯설지 않을까 걱정되었는데, 외외로 거리낌 없이 잘 넘어간다. 그냥 막걸리맛 요거트를 마시는 듯한 느낌이다.
목넘김 후에는 조금의 산미와 텁텁함을 남기고 사라진다. 이때 느껴지는 텁텁함은 질감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여운은 분명히 그렇게 길지 않은 것 같으나, 뭔가가 씹혀 어쩔 수 없이 저작운동을 하다 보니 괜스레 긴 것처럼 여겨진다.
상당한 바디감에 특유의 질감으로 상큼달콤한 풍미를 뽐내며 입 안에서 퍼지는 술이다. 너무 한 번에 많이 먹으면 술이 가진 화한 맛매가 한 번에 들어올 수 있으니 적당량 덜어서 작은 숟가락으로 떠먹는 것을 추천한다. 나 같은 경우는 술의 본연의 맛을 즐기고 싶었기에 별 다른 것을 추가하여 마시지 않았는데, 예시를 들어놨듯이 꿀이나 사이다, 찬물에 타 먹어도 충분히 특별한 맛을 보여줄 수 있을 듯한 막걸리였다.
색다른 질감을 즐기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한 번쯤 마셔보길 바란다. 향에 있어서도 맛에 있어서도 큰 호불호가 갈릴 정도로 독특하지 않다. 다만 차이점은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눅진한 질감으로서, 기존의 막걸리가 향미를 옅게 흩뿌리면서 지나간다면, 그런 옅은 향미를 한데 모아 응축시켜 놓은 상태이다. 감미나 산미가 딱히 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쓴 맛이 강한 것도 아니기에 그냥 질감이 다른 막걸리라고 생각해 주면 되겠다.
안주로는 크래커나 담백한 빵류를 권하고 싶다. '카이막걸리'는 안주가 아닌 술이 중심이 돼야 맛을 즐길 수 있는 친구이다. 우리가 요거트를 해물파전, 두부김치 등의 음식과 함께 먹진 않지 않는가. 딱 그런 느낌이다.
'카이막걸리', 색다르지만 그 색다름이 매력으로 다가오는 친구였다. 정말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이런 술도 있구나' 하며 마셔보기 좋다고 생각된다.
현재 CU에서 전용으로 판매한 막걸리기에 판매처가 하나뿐이다. 그러니 큰 고민하지 말고, 궁금한 사람은 CU를 찾아가도록 하자.
질감이 매력적인 '카이막걸리'의 주간 평가는 3.7 / 5.0이다. 독특함이 아닌 특별함을 가지고 있었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