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령에서 태어난 아름다운 탁주, '보령미주'를 음주해 보았다.
이제는 선정한 지 좀 시간이 지나긴 했는데, 충남에서 전통주를 알리기 위해 2023년 5월쯤에 충남술 TOP 10선을 발표한 적이 있다. 충남 내 양조장에서 생산된 약주 4종, 증류주 3종, 탁주 2종, 과실주 1종이 훌륭한 맛과 향으로 이름을 올렸고, 각자의 매력이 출중한 탓에 선정 후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었다.
나 역시 충남에서 고른 10개의 술이 궁금한 것은 매한가지였고, 때문에 언제 마실까 고민을 하다가 드디어 오늘, 그 중 하나가 눈에 띄어 들고 오게 되었다. '보령미주', 충남 10선 가운데 두 개의 탁주 중 하나로서 이름 그대로 보령에서 태어난 아름다운 친구이다.
보령에서 태어난 아름다운 탁주, 보령미주
안으로 보이는 빛깔이 상당히 인상적인 탁주이다. 병은 요즘 쓰이는 것들에 비하여 약간 다른 형태인 원통형으로 만들어졌으며, 전면부에는 '보령미주12'라는 술의 이름이 힘 있고 유려한 글씨체로 적혀 있다. 라벨의 디자인 자체도 간단하니 특색을 잘 살렸다고 생각되고, 특히나 보령 하면 떠오르는 것이 '머드'인데, 그 '머드'와 술의 색깔이 비슷한 느낌을 주어 보령이라는 지역을 다시 한번 잘 나타낸 것처럼 느껴진다.
'보령미주'는 '보령전통주'에서 여러 종류의 효소와 효모 등 미묘한 미생물의 작용만으로 자연발효와 저온 숙성을 거쳐 탄생한 술로서, 120여 일 만에 맛볼 수 있는 생탁주이다.
일체의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아 순수한 발효전통주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으며, 고급진 바디감에 부드러운 목 넘김을 선보여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막걸리라고 한다.
제품의 용량은 750ML, 도수는 12도, 가격은 18,000원. 보통 막걸리에서 만날 수 있는 비교적 높은 도수, 프리미엄 라인급의 가격을 지니고 있는 친구이다. 확실히 도수와 가격이 단 번에 눈에 들어온다. 도수는 평균에 비해 2배는 되는 듯하고, 가격은.. 지금 지갑이 아파하는 중이다.
잔에 따른 술은 일반적인 막걸리에 비해 어두운 모습을 보여준다. 머드와 막걸리의 중간 정도 되는 색깔을 선보이고 있으며, 상당히 짙은 빛의 살구색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빛깔만 봐서는 어느 정도 텁텁함이 맴돌지 않을까 싶은데, 과연 실제로 맛과 향은 어떨지.
몇 번 흔든 뒤 코를 가져다 대니 참외, 멜론, 바나나 등의 향이 느껴지고, 끝으로 미세한 흙향이 맴돈다. 직접적이기보단 꽤나 은은하게 코를 감싸가며, 익숙한 듯 하지만 약간의 이질감을 지니고 있는 친구이다. 다른 막걸리에 비해 도수가 강하다고 하여 크게 알코올이 나거나 하진 않고, 생각보다 과실의 단 향을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상큼 달달한 술이 혀를 부드럽게 감싸준다. 탄산 없이 묽은 질감을 가지고 있는 탁주로서 향과는 달리 산미가 조금 더 직접적으로 맛을 이끄는 모습을 보인다. 그렇다고 하여 산미가 너무 튄다는 것은 절대 아니며, 적절히 돋보이는 산미의 뒤로 단 맛이 뒤따르면서 맛의 조화를 이룬다.
산미의 경우는 상큼한 요구르트에서 느낄법한 맛매와 닮아 있고, 감미는 과실에서 멜론이나 참외등의 과실에서 찾을 수 있을 법한 단 맛과 비슷하다. 마찬가지로 알코올의 향미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며, 맛의 끝에선 약하게 씁쓸함이 자리 잡고 있다.
고운 주감으로 목구멍을 넘어간 이후에는 마지막까지 산미가 남아 그 여운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다양한 맛들 중에서도 새콤한 막걸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적합한 술로서, 혀를 쩝쩝거리게 만드는 감칠맛이 일품이다.
적당히 가벼운 바디감에 새콤달콤한 풍미로 혀를 녹여내는 막걸리이다. 색도 그렇게 연하지 않고 탁한 빛을 띄는 탓에 씁쓸하고 묵직한 막걸리를 생각했지만 실상은 그 반대였다. 과실의 향과 함께 들어오는 톡 쏘는 산미를 지니고 있으며, 혀를 잡아채는 듯한 감칠맛으로 고유의 매력을 지닌 향미를 연출해 내었다. 만약 자신이 상큼 달달한 고도수의 막걸리를 마시고 싶다면 '보령미주'를 선택해도 좋은 경험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안주는 전류도 괜찮고, 매콤한 안주에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산미가 돋보이긴 하나 압도적으로 강한 것도 아니고, 묽은 질감을 가지고 있어 곁들이듯이 먹으면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을 듯하다.
'보령미주12', 상큼달달한 맛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술이었다. 가볍게 마시기 좋아 산미를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크게 호불호가 갈릴 일은 없지 않을까 싶다.
판매처에 따라 약간씩 가격이 상이하다. 늘 그랬듯이 10% 정도. 여러 개를 잘 살펴 본 다음 가장 저렴한 값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
보령의 아름다움이 담긴 '보령미주'의 주간 평가는 3.8/5.0 이다. 산미에 취해간다는 기분이 이러하구나.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