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복궁이라는 이름이 가진 무게, '경복궁소주'를 음주해보았다.
아마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경복궁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싶다. 유명한 것은 물론이오, 관광지로도 크게 이름을 떨쳐 국내외 가리지 않고 수많은 인파들이 몰려드니 경복궁이란 것이 세워진 이유나, 시기는 정확히 알지 못하여도 '경복궁'이라는 명칭의 무게만큼은 능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그러한 무거운 가치를 자신의 이름 안에 넣은 술 한 병을 들고 왔다. '경복궁소주', 이름부터 전통을 그대로 잇는 듯한 이 증류주는 과연 어떠한 향과 맛을 보여줄지. 기대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경복궁이라는 이름이 가진 무게, 경복궁소주
패키지부터 상당히 세련된 모습을 자랑한다. 원통모양의 형태에 오직 흑색과 백색으로만 자태를 뽐내고 있으며, 경복궁 그림, 명칭을 비롯하여 아래에 정갈하게 영어로 적힌 술에 대한 간단한 설명까지 고급스러운 느낌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다. 사실 술을 담는 패키지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곳도 많아서 그런지 이렇게 신경 쓴 디자인을 보면 어쩔 수 없이 더 마음이 가는 듯하다.
통 안에서 술을 꺼내면 생각보다 아기자기한 친구가 모습을 드러낸다. 용량에 걸맞지 않은 귀여움을 보유하고 있다. 한 손에 들어오는 크기에 패키지와는 대비되는 색을 사용하여 병을 꾸며놓았는데, 이 역시 간결하나 세련됨을 지니고 있다.
'경복궁소주'는 '지비지스피리츠'에서 어떠한 인공감미료도 사용하지 않고 100% 국내산 프리미엄 쌀을 이용하여 만든 서울 지역 특산주로서, 상압 증류 방법을 이용하여 소주가 가진 특유의 향미를 살렸다.
알코올 특유의 거친 맛을 없애기 없애고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2차 증류를 진행하며, 1200도가 넘는 고온의 가마에서 소성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옹기에서 숙성되고, 영하 10도에서 0.1 마이크로미터의 필터로 필터링하여 침전물 없는 깔끔하고 맑은 맛을 냈다고 한다.
제품의 용량은 350ML, 도수는 40도, 가격은 29,900원. 혼술 하기 적당한 양에 속을 따뜻하게 덥혀줄 도수, 요즘 출시되는 프리미엄 증류주 라인 값을 가졌다. 술 한 병 먹는 가격으로는 절대 저렴하단 생각이 들진 않지만, 최근 나오는 전통주 값들이 다 이 정도인지라.. 아무래도 향미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잔에 따른 술은 다른 소주들과 같이 맑고 깨끗한 모습을 자랑한다. 겉보기에 참으로 고요한 것이 그 안에선 어떤 매력을 지녔을지 궁금해진다.
잔을 들어 얼굴을 가까이하면 깨끗한 바다향이 은은하게 코를 감싼다. 곡물의 고소함을 포함한 광물, 철분, 깔끔한 알콜 향이 느껴지고, 그 끝에선 미세하게 맵싸함도 자리 잡고 있다. 40도라는 도수에 비해서 알코올이 가진 역함은 거의 없다시피 하며, 일반적인 상압증류 소주보다 미네랄리티한 느낌이 강하게 다가온다. 고유의 향을 지니고 있기에 증류식 소주를 그리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낯설게 여겨질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니 고운 질감을 가진 술이 혀를 안아준다. 고소함과 미미한 짠맛, 철분과 맵싸함을 지니고 있으며 그 사이로 연하게 단 맛이 느껴진다. 향과 마찬가지로 비교적 철분의 맛이 강하게 다가오고, 술 자체가 깔끔하여 한 잔을 삼킨 뒤 다가오는 알콜의 강도가 크지 않다.
꽤나 복합적인 맛을 지닌 친구이다. 적당히 가벼운 바디감에 깔끔한 풍미로 입 안을 채워가며, 목 넘김 이후에는 속을 따뜻하게 만들어줌과 동시에 특유의 향과 알콜, 맵싸함, 그리고 광물의 맛을 슬며시 남겨놓은 후 사라진다. 여운 자체가 그리 길기 보다는 깔끔하게 다음 잔을 준비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술로서, 굉장히 깨끗한 광천수를 마시는 듯한 분위기를 가져다준다.
또한 술의 향을 코로 들이킬 때와 머금으면서 느낄 때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코와 혀가 동시에 즐거울 수 있는 술이며, 알콜의 강도도 강하지 않고 주감도 부드러워 도수에 비해 크게 부담감이 들지 않는다.
다만, 조금 신경 쓰이는 부분은 '경복궁소주'의 경우 다른 증류주들에 비해 본인이 가진 색깔이 강한 증류주이다. 향이나 맛 모두 미네랄리티적인 부분을 가지고 있고, 그러한 향미를 중심으로 삼아 다른 맛이나 향이 곁들며 조화를 이루어내기에 자신의 취향에 따라 어느 정도 양부가 갈릴 수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광천수로 깔끔하게 술을 빚어내면 이런 모습이 되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엔 평소에 상압식 소주를 음주하면서 들었던 바다내음을 '경복궁소주'에서 가장 강하게 느꼈던 것 같다. 어찌 보면 가장 순수한 소주에 가깝고, 어찌 보면 낯설 수도 있는 맛매를 지니고 있다. 누군가에겐 독특하고, 누군가에겐 특별할 수 있는 술, 그것이 경복궁소주이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회나 매운탕, 더하여 매콤한 한식도 잘 어울릴 것 같다. 일단 나는 보쌈을 곁들여 마셨는데,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라 그런지 회와 매운탕이 떠오르더라.
'경복궁소주' 무거운 이름다운 매력을 가진 술이었다. 순수한 광천수에 담가진 알코올의 맛매는 확실히 매력으로 다가온다.
당연히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상이하다. 약 10% 정도. 어느 정도 값이 나가는 술이니 잘 살핀 후에 저렴한 값으로 구매하길 바란다.
고유의 분위기를 가진 '경복궁소주'의 주간 평가는 4.0./5.0이다. 왕관엔 그만한 무게가 따르는 법이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