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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Dec 27. 2023

추억의 땅콩카라멜과 막걸리가 만나다

- 땅콩과 카라멜의 약속된 맛, '땅콩카라멜주'를 음주해보았다.

요즘 막걸리들을 보면 참 다양한 형태로 자신을 표현하는 듯하다. 예전엔 일반적으로 탁주 그대로의 모습을 지니고 있었으며, 기껏해야 주점이나 식당에서 파는 과일막걸리가 끝이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과일막걸리는 물론이요, 요구르트, 주니퍼베리, 계피 등 정말 여러 가지의 면모로 스스로를 꾸며낸다.


오늘 내가 가져온 술 역시 이러한 이색 막걸리 중 하나인데, 위에서 말한 술들에 비하면 비교적 익숙한 달콤함을 선사해 줄 친구라고 생각된다. '땅콩카라멜주', 이름만 들어도 무엇이 들어갔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은 이 술은 우리가 한 번씩 집어먹던 '땅콩카라멜캔디'를 넣어 탄생한 제품이다. 익숙한 맛만큼 무서운 것이 없다고 하는데, 과연 그 문장을 그대로 느낄 수 있을지. 기대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땅콩과 카라멜의 약속된 맛, 땅콩카라멜주

외관은 편의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병의 모습이다. 이 용량에 보통 쓰이는 형태이며, 뚜껑은 땅콩과 어울리는 노란색으로 나타나 있다. 전면부에 보이는 라벨엔 '땅콩카라멜'봉지에서 볼 수 있었던 익숙한 글씨체와 땅콩 사진이 그려져 있고, 그 아래로는 '땅콩카라멜 캔디맛'이라는 술의 맛을 간단하게 표현한 문구가 보인다.


전반적으로 평범한 디자인이라고 생각된다. 사실 도안에 있어선 큰 신경을 썼다고 말하긴 어려운 모습으로서, 기존에 있던 상품을 이용해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데 집중한 듯하다.


'땅콩카라멜주'는 'CU'에서 크라운 땅콩 카라멜에 술을 더해 만들어낸 제품이다. 다양한 술로 늘 새로움을 선사하는 '조은술세종(주)'의 손에서 탄생하였다.


전통방식으로 빚은 술에 국내산 땅콩과 크라운 땅콩 카라멜 향, 달고나파우더 등을 더하여 만들어졌으며, 저렴한 가격과 함께 익숙한 맛으로 만족스러운 경험을 가져다주는 퓨전막걸리라고 한다.


제품의 용량은 750ML, 도수는 5도, 가격은 2,300원. 둘이 먹기 딱 좋은 양에 가벼운 도수, 그리고 부담 없는 가격이다. 확실히 간단하게 먹기에는 이렇게 편의점에서 나온 제품들이 참 좋은 것 같다. 다만 땅콩의 함유량이 0.17%이고, 달고나파우더가 0.01%에 불과해 정확히 맛이 어떨지는 일단 마셔봐야겠지만..

써져 있는 대로 열심히 흔들어 잔에 따른 술은 통상적인 막걸리보다 조금 더 짙은 빛깔을 보여준다. 땅콩카라멜이라고 하여 약간 더 진한 색을 예상했지만, 기대했던 것보단 옅은 색감이 자리 잡고 있다. 따를 때의 질감을 보니 그리 눅진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코를 가져다 대니 달콤한 땅콩 카라멜 향이 다가온다. 도수가 낮기에 당연한 이야기지만 특별히 알코올이나, 거슬리는 향은 느껴지지 않으며 굉장히 익숙한 향기가 살짝 가볍게 찾아온다. 달콤하고 고소한, 땅콩 카라멜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면 누가 맡아도 호불호가 없을 듯한 냄새이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탄산 없이 부드럽고 달콤한 막걸리가 혀를 감싼다. 향과 같이 땅콩 카라멜 맛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예상보다는 가벼운 바디감을 지니고 있다. 개인적으론 입 안을 가득 채우며 묵직하게 들어오는 주감을 기대했는데, 땅콩 카라멜을 흩뿌리면서 미끄러진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하다.

단 맛과 고소함이 맴도는 땅콩 카라멜이 한 차례 느껴지고 이후 약간의 알콜과 산미가 맴돈다. 술 자체도 무겁지 않은 편이고 부드러운 질감을 가지고 있기에 아무런 방해 없이 목구멍을 넘어가며, 목넘김 이후에는 미세한 텁텁함과 쓴맛, 그리 길지 않은 여운과 함께 깔끔히 사라진다.


무난히 마시기 좋은 막걸리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앞에서 말했다시피 짙은 땅콩카라멜의 향미미를 기대하기보단, 땅콩 카라멜이 어느 정도 섞인 적당한 막걸리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 맛보다는 향에서 주인공의 역할을 좀 더 찾아볼 수 있을 듯하고, 달콤한 막걸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양부가 갈리지 않고 마실 수 있는 술이라고 여겨진다.


이러한 술을 이야기할 때는 얼마나 목적으로 한 맛을 잘 흉내를 냈는가가 될 텐데, 그런 면에서 보면 한 60% 정도는 땅콩 카라멜의 맛을 구현해 냈다.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부족한 것은 그 풍미가 진하지 않다는 것 정도. 물 같이 흐르는 질감에 연한  '땅콩카라멜'을 떠올렸을 때 연상되는 그 향미를 오롯이 느낄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자신이 달콤한 술에 땅콩 카라멜을 곁들인 막걸리를 먹어 보고 싶다면 한 번쯤 음주해 보길 바란다. 이 맛이 조금만 더 진했어도, 바디감이 조금만 더 풍부했어도 평가가 달라질 듯한데, 참 아쉽다.


안주는 매콤한 막걸리 안주를 권하고 싶다. 낙지볶음, 오도독뼈 등 맛있고 매콤한 음식에 술을 한 잔씩 나눈다면 괜찮은 조화를 선보일 것이다.


'땅콩카라멜주', 이름이 참 잘 어울린다. '땅콩카라멜 막걸리'라고 하면 뭔가 묵직하니 들어오는 진한 땅콩의 맛이 생각나는데, '땅콩카라멜주'라고 하니까 이 가벼운 맛이 어느정도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다.


CU에서 따로 출시한 제품이기에 가격이 상이할 일은 없어 보인다. 맛 보고 싶은 사람은 근처의 편의점을 방문하여 구매하면 될 것이다.


추억이 들어간 '땅콩카라멜주'의 주간 평가는 2.9/5.0 이다. 추억은 추억으로 있을 때 가장 아름다운 법이었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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