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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Dec 23. 2023

설산 사이에서 아련하게 피어난 동백꽃 한 송이

- 눈 사이로 피어난 한 송이 동백, '설홍'을 음주해보았다.

대부분의 꽃이 져가는 겨울이지만, 유독 겨울에 더욱 밝게 빛나는 초목이 하나 있다. 여러분들의 머릿속에도 곧바로 떠오를듯한데, 바로 꽃잎이 아름다운 '동백'이다. 이 이름의 여러 유래 중 하나가 '겨울에 아름답게 피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동백은 이 추운 날 가장 고운 향을 뿜어낸다.


그리고, 오늘 내가 준비한 술은 이 화사한 꽃이 담겨 있는 증류주이다. '설홍(雪紅)', 눈 설자와 붉은 홍자가 합쳐져 탄생한 이름을 가진 이 작품. 과연 겨울에 가장 기미한 꽃을 담은 술은 어떠한 맛과 향을 보여줄지, 기대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눈 사이로 피어난 한 송이 동백, 설홍

약간 퉁퉁한 덩치를 가지고 있는 친구이다. 전체적인 병 자체는 전통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을 하고 있으며, 뚜껑 역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형태와 색을 가지고 있다. 병 안쪽으로는 연한 동백 빛을 뿜어내는 깨끗한 술이 보이고, 병의 전면부에는 별 다른 설명 없이 '설홍'이라는 술의 이름이 한자와 같이 적힌 상태이다. 


비교적 담백하게 쓰인 디자인이다. 대단히 공을 들였다고 느껴지진 않지만,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듯이 이러한 클래식한 도안은 덜하지도, 지나치지도 않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간결한 느낌을 가져다준다.


'설홍'은 '제주왕지케'에서 제주도의 붉고 향기로운 동백꽃을 발효해 만든 술을 단식 상압 증류해 맑게 담아낸 작품이다.


동백증류원액을 더해 향긋함을 추가하고 참숯으로 여과해 이취를 잡아내었으며, 향긋하게 먼저 다가오는 동백향 뒤로 아릿하고 화사하게 스며드는 알콜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제품의 용량은 375ML, 도수는 20도, 가격은 5,000원. 적당한 용량에 보통의 소주보다 약간 높은 도수, 그리고 요즘 전통주에서 흔히 보기 힘든 값이 매겨져 있다. 최근에 못해도 만 원 이상의 술들만 만나다 보니 오랜만에 굉장히 반가운 친구를 만난 듯하다.

잔에 따른 술은 일반적인 증류주와 크게 다르지 않은 빛깔을 선보인다. 술병 안으로 보면 옅은 분홍빛이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뚜렷하게 나타나기에 따른 이후에도 비슷하지 않을까 했지만, 막상 따라 놓고 보니 굉장히 투명한 상태이다. 정말, 아주 미미하게 분홍빛을 담고 있다.


코를 가져다 대니 동백과 약간의 달콤함, 거기에 알코올이 섞여서 잔을 타고 올라온다. 동백의 향기가 은은하게 자리 잡은 상태에서 약간의 단 향이 느껴지는데, 향 자체가 연하게 다가오는 편이라 그런지 알코올의 냄새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그윽하게 다가오는 동백의 향이 매력적으로서, 이 꽃의 성질이 조금 더 강했다면 더욱 만족스럽지 않았을까 싶다.


잔을 들어 한 모금 머금으면 깔끔하고 부드러운 술이 혀를 감싸 안는다. 약간의 단 맛과 함께 코로 느꼈을 때 보다 직접적인 향기가 느껴지며, 직후 조금의 알코올을 흩뿌리면서 사라진다. 

알콜의 향미가 술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굉장히 적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단 맛이 가장 큰 역할을 맡고 있으며, 그 단 맛을 따라 동백의 향이 흘러 들어오고 알콜은 얼굴을 비추는데에서 그친다. 20도 정도면 절대 낮은 도수는 아니기에 어느 정도 알코올의 특유의 맛매가 나타날 만도 한데, 혀의 끝에서 잠깐 멈췄다가 날아가는 것이 술 맛을 방해하지 않아 마음에 든다.


부드러운 질감을 가지고 있어 고운 목넘김을 선보이고, 목넘김 이후에는 긴 여운을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사라진다. 이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이겠지만, 동백의 향까지 빠르게 사라지는 것은 조금의 아쉬움을 남겼다.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이 향이 조금 더 강하고, 오래 남아 있었다면 술이 가진 본연의 매력을 좀 더 맛볼 수 있었을 듯하다.


가벼운 바디감에 깔끔한 풍미가 괜찮은 술이다. 전반적으로 맛과 향이 짙은 편이 아니라 술을 즐기는 데 있어서 큰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듯하며, 여운이 짧다는 것을 제외하곤 산뜻하게 코와 혀에 들어오는 고유의 향미는 자신만의 호소력을 가지고 있었다. 연하고 조화로운 향미가 혀에서부터 목넘김까지 쭉 유지되기에 누구나 무난히 즐길 수 있는 술이지 않을까 싶다. 다만 눈 아래 피어난 동백이 눈을 뚫고 크게 자라날 만큼은 강하지 않았던 것 같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한식을 추천하고 싶다. 술 자체가 크게 튀지 않아 웬만한 안주라면 모두 잘 어울릴 것이다. 낙지볶음도 좋고, 꽃전도 좋다.


'설홍', 깔끔한 술 아래 은은하게 다가오는 동백 향이 마음에 들었다. 옅은 알코올과 거기에 이어지는 부드러운 풍미가 양부 갈리지 않고 즐길 수 있을 듯싶었다.


판매처에 따라 약간의 가격 차이가 있다. 약 10% 정도. 애초에 그리 비싼 값이 아니기에 각자의 지갑 사정에 맞춰서 구매하면 될 듯하다. 


겨울에 피어나는 동백을 담은 '설홍'의 주간 평가는 3.7/5.0이다. 동백꽃 한 송이가 아련하게 모습을 보이더라.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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