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드럽고 깔끔하게 혀를 안아주는, '나랑소주'를 음주해보았다.
이전에 음주하였던 증류주 중 '모월 인'이라고 하여 나에게 꽤 만족스러운 기억을 가져다준 작품이 하나 있다. 당시에는 그 술이 어떠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고 구매하였지만, 후에 알고 보니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아 '우리술 품평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여받은 적이 있는 술로서, 2020년도 최고의 작품으로 매겨져 있는 증류주였다.
그런데 오늘, 어떤 술을 구매할까 하며 리스트를 살피다 보니 그 '모월 인'을 탄생시킨 주조사에서 출시한 새로운 술이 나열되어 아닌가. 병도 다른 술들과 달리 특별한 모습을 보였고, 또 어느 정도 주조사에 대한 믿음감도 있기에 굉장히 짧은 망설임으로 여러분들에게 가져오게 되었다. '나랑', 이 둥글둥글하고 사랑스러운 이름을 가진 친구가 과연 어떠한 맛과 향을 선사할지,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부드럽고 깔끔하게 혀를 안아주는, 나랑 소주
일단 병의 색깔부터 상당히 특별하다. 최근 나오는 증류주를 보면 비슷한 용량에 유사한 병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나랑'은 병을 표현해 내는 빛깔과 형태가 다른 제품들과 상이하다. 한눈에 보아도 끌릴 수밖에 없는 바닷빛깔 남색이 병을 나타내고 있으며, 그 위를 은색 뚜껑이 장식하고 있다. 다만 전면부에는 비교적 가벼운 느낌의 문구과 글씨체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러한 색다름은 MZ세대를 겨냥하여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다.
'나랑'은 '협동조합모월'에서 원주쌀 토토미 100%와 누룩, 물 만을 사용하여 빚은 술로서, 그 어떠한 소주보다 부드러운 목 넘김과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
20%대 증류식 소주의 심리적 부담감을 생각하여 1% 적은 19도의 알코올로 완성되었으며, 전통 증류식 소주에서 느낄 수 있는 누룩향이 튀지 않아 전혀 부담 없이 술술 넘어간다고 한다. 탄산수 하나만 있으면 하이볼로 쉽게 만들 수 있는 것도 덤이다.
제품의 용량은 300ML, 도수는 19도, 가격은 9900원. 혼자 마시기 적당한 용량에 무난한 도수, 그리고 위에서 말했던 심리적 부담감을 생각하여 100원을 뺏을 듯한 가격이다. 한 병의 약 만 원 정도 되는 가격이 절대 적은 값은 아니라고 생각하나, 그래도 최근 나오는 전통주들을 떠올려보면.. 나름 무던하지 않을까.
병의 색만 그렇지 잔에 따른 술은 여타 증류주와 다르지 않은 투명함을 선보인다. 늘 보던 맑고 깨끗하며 고요한 빛깔, 늘 그랬듯이 그 차이는 향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코를 가져다 대니 철분이 살짝 함유된 듯한 바다냄새가 은은하게 잔으로부터 올라온다. 그 사이로 곡식의 고소함이 자리 잡고 있으며, 혹시나 했던 알코올향은 다행히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깔끔한 곡식향이 자리 잡고 있는 술로서, 병의 색깔과 유사한 방향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니 깨끗하고 부드러운 술이 혀를 안아준다. 미약한 알코올과 함께 철분 맛이 살짝 감돌고, 그 뒤로 약한 단 맛과 함께 매끄러운 샘물처럼 혀를 빠져나간다. 주감 자체가 깔끔해서 그런지 혀에서부터 목 넘김까지의 과정에 있어서 전혀 거리낌이 느껴지지 않는다.
목구멍을 넘어간 이후에는 맛과 같이 맑은 여운을 선보인다. 희석식 소주 같은 경우는 알코올 특유의 역함이 남아 '크으'하는 감탄사를 낼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데, '나랑'은 확실히 깨끗함이 대표적으로 위치한 모습답게 그러한 분위기가 전혀 없다. 가볍게 흘러들어왔다가 가볍게 사라지며, 굳이 따지자면 앞에서 말했던 미미한 단 맛을 조금 남겨 놓고 날아간다.
사실 19도면 평균적인 증류식 소주를 생각하였을 때 낮다고 하여도 우리가 마시는 희석식 소주들을 생각해 보면 절대 낮은 도수가 아니다. 현재 가장 많이 팔리는 소주인 진로가 16도 정도가 되기에, '나랑'이 어느 정도 알코올이 가져다주는 불편함을 가지고 있어도 이상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알코올이 선사하는 특유의 향미가 '나랑'에게 있어선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이 술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매일 마시기 적합한 깔끔한 술'이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한데, 특별하게 대단한 풍미나 향, 맛을 지닌 것은 아니지만 오늘 마셔도, 내일 마셔도 부담이 없을 가볍게 마시기 참 좋은 작품이다.
가벼운 바디감에 산뜻하고 고운 풍미를 참 매력적이다. 술을 마시는 데 있어서 전혀 어려움이 없는 작품이기에 누구나 크게 호불호 없이 마실 수 있는 술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철분이 주는 듯한 맛매가 이 술에서 비교적 정말 약간 더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혹여나 그런 느낌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약간 고민해 보길 바란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회나 매운탕을 추천하고 싶다. 나랑 한 잔에 회 한 점, 거기에 속을 따뜻하게 덥히는 얼큰한 매운탕 한 숟가락까지. 굳이 말을 더 할 필요가 있을까, 글을 쓰는 나도 그 상상에 들어가 버린 이 시점에서. 여하튼 술을 매일 먹게 되면 건강이 좋아지지 않기에 데일리 소주라는 말은 이상하지만, 굳이 붙이자면 '나랑'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나랑', 깨끗한 물이 흘러들어오는 듯한 술이었다. 술이 부담이 없다 보니 나도 모르게 편하게 마시게 되는데, 어느새 눈앞이 핑핑 도는 느낌이다.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약간씩 상이하다. 10% 정도 차이가 나니 자신의 지갑 상태를 잘 살펴본 후에 판매처를 고르길 바란다. 물론 나는 10% 할인을 받아서 구매하였다.
나랑 한잔 할래?라는 말을 나오게 만드는 '나랑'의 주간 평가는 3.4/5.0이다. 맑다고 너무 심하게 들이키진 말도록 하자.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