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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Jan 04. 2024

좋은 음악을 들으며 태어난 소주

- 샘물로 빚은 고운 증류주, '경복궁소주24'를 음주해보았다.

오늘은 이전에 음주하였던 술 중 같은 이름을 가졌으나 도수가 조금 낮은 친구를 하나 가지고 왔다. 사실 원래는 기본적으로 고도수를 선호하는 편이라 같은 시리즈로 다양한 도수를 선보이는 제품의 경우 가장 높은 도수만을 선정해서 음주하지만, 이번에는 도수가 다른 것뿐만 아니라 생산 원료부터 숙성 방식까지 다양한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고 하여 이렇게 들고 오게 되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우리나라 궁궐을 담고 있던 '경복궁 소주'이다. 또 다른 방식으로 태어난 '경복궁소주24'는는 '경복궁소주40'과 어떠한 차이를 보여줄지, 기대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샘물로 빚은 고운 증류주, 경복궁소주24

상당히 아기자기하고 귀여웠던 40도와는 달리 전체적으로 커진 사이즈가 돋보인다. 이 용량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병의 형태를 띄고 있으며, 뚜껑은 은색으로 마감되어 있다. 전면부에는 여전히 고급스럽게 적어 놓은 술의 이름과 설명이 나타나 있고, 도수가 내려간 만큼 40에서 24로 바뀐 숫자가 눈에 띈다. 경복궁 소주를 마주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이 라벨에 보이는 술에 대한 소개를 참 깔끔하게 표현해 냈다. 보통 술에 대한 설명을 지나치게 보이려다 오히려 중구난방이 돼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경복궁 소주는 고풍스러운 서적을 보는 듯하여 그러한 불편함을 전혀 주지 않으면서도 궁금증을 유발해 낸다.


'경복궁소주24'는 '지비지스피리츠'가 어떠한 인공감미료도 없이 100% 국내산 프리미엄 쌀을 이용하여 만든 술로서, 상압증류방식을 이용해 부드럽고 은은한 향을 극대화하였다.


원액을 증류기에 전부 투입하지 않고 2번의 필터링을 걸쳐 70%만 담았으며, 초류, 후류는 과감히 버리고 본류만 담아 최고 순도의 정수를 보여준다고 한다. 또한 술이 탄생하기 전까지 음향숙성이라는 다른 양조원과 확실하게 차별화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는 발효조, 숙성조에 트렌듀서를 부착하여 향과 맛을 입히는 음악의 파장을 이용하는 숙성방법이다. 


제품의 용량은 375ML, 도수는 24도, 가격은 13,900원. 혼술 하기 딱 좋은 용량과 도수, 최근에 나오는 전통주 다운 가격을 지니고 있다. 분명히 이전에는 10,000원을 넘는 가격이 상당히 부담스러웠으나.. 언제부터인지 이 정도 가격이면 그리 비싸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 듯하다.

잔에 따른 술은 투명하니 깨끗한 빛깔을 띄고 있다. 사실 일반적인 소주와 크게 차이점을 구분하기 어려운 모습으로서, 일단은 맛이나 향을 봐야 이 술이 가진 색깔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코를 가져다 대니 고소한 향이 잔으로부터 흘러나온다. 약간의 훈연 향에 알콜이 덧씌워진 듯한 형태를 띄고 있으며, 은은하게 다가오는 맵싸함과 함께 곡식의 구수함이 코의 끝에서 맴돈다. 비교적 직관적인 알코올이 나타나고 미미한 철분과 소금기도 자리 잡고 있다. 전반적으로 향 자체가 그윽한 편이기에 부담스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으며,  '경복궁소주40'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결을 보인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부드러운 술이 혀를 감싸안는다. 향만 맡아선 어느 정도 전투적인 느낌의 술이 되지 않을까 예상했으나, 생각보다 더 다소곳한 친구였다. 고개를 갸우뚱거릴 만큼 샘물 같은 주감으로 입 안을 채우고, 조금의 단 맛과 함께 특유의 향을 선사한다. 

단 맛과 미세한 알콜, 소금기, 철분, 고소함과 맵싸함으로 맛이 이루어져 있다. 처음 혀에 닿을 땐 약간의 감미를 시작으로 퍼져나가며 곧이어 고소함과 함미가 혀를 사로잡고, 약간의 알콜이 느껴지면서 혀 끝에 맵싸함이 감돈다. 이 정도가 그리 강하지 않고 딱 즐기기 좋은 정도라 증류식 소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목넘김 이후에는 혀에는 단 맛을, 코에는 술의 향이 슬쩍 머무른다. 목구멍을 넘어가면서 한 차례 향이 코로 치 들어올 때 잠깐동안 과실의 향이 나타나며, 이후 길지 않은 여운과 함께 깔끔히 사라진다.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향이나 맛에 있어서 지나치지 않고 은은히 다가오는 술이기에 다음 잔을 빠르게 들이켜도 거리낌이 없다.


가벼운 바디감에 샘물 같이 고운 풍미를 가진 친구이다. 이전에 음주하였던 '경복궁소주40'도 와는 확실히 다른 매력을 간직하고 있는 술이었다. 그전의 술을 광천수로 빚은 듯한 증류주로 표현했다면, 이번 술은 샘물로 빚은 증류주가 되지 않을까. 굉장히 고운 질감으로 혀에서부터 목구멍까지 이어지며, 특히나 과실을 생각나게 만드는 묘한 마무리가 매력적이다. 


당연한 것이지만 24도면 절대 낮은 도수는 아니다. 우리가 기존에 먹는 희석식 소주가 17도 정도 되니, 못해도 그것의 1.5배는 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알콜의 역함이 크게 느껴지지 않고, 술은 부드럽다. 만약 적당한 도수에 취하는 듯 모르고 알딸딸한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경복궁소주24'를 한 번 마셔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안주는 회도 좋고, 매운탕도 좋다. 잘 무쳐진 나물에 마셔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부드럽고, 순수한 알콜을 담은 소주니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소주 안주와 함께 한다면 잘 어울릴 것이다.


'경복궁소주24', 40도와는 상반되는 매력을 지닌 증류주였다. 40도가 광천수로 빚은 순수한 소주였다면, '경복궁소주24'는 샘물처럼 맴도는 맛매를 가진 술이다.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약간씩 상이하다. 어디서 구매하냐에 따라 10% 정도 차이가 나니 잘 살펴보고 구매하길 바란다.


비단 같은 순수함을 보여주는 '경복궁소주24'의 주간 평가는 3.9/5.0이다. 이야기를 하는 데에도 한 병을 다 비우게 만드는 고운 풍미가 참 마음에 든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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