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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Jan 08. 2024

소나무의 색은 아직까지 무륵익지 않았다

- 솔송주를 한 번 더 빚어내다, '담솔'을 음주해보았다.

'솔송주'라는 술이 있다. 이전에 한 번 이야기한 적이 있는 작품으로서, 500년의 세월이 그대로 묻어나 있는 약주이다. 이 술의 특징이라 함은 자신만의 매력으로 솔잎을 이용하였다는 것인데, 이 때문인지 술에 코를 가져다 대면 씁쓸하게 올라오는 솔 향을 느낄 수 있다. 전통주 중에서도 고유의 멋을 보여주는 친구이기에 전통주 소믈리에 시험주로도 사용되었으며, 많은 사람들에게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리고, 오늘 내가 가져온 술은 이 솔송주와 비슷한 듯 다른 결을 지니고 있는 친구이다. '담솔', 솔송주를 한 번 더 증류시켜 탄생한 리큐르이자,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23년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아주 훌륭한 이 작품이 과연 어떠한 맛과 향을 보여줄지, 기대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솔송주를 한 번 더 빚어내다, 담솔

겉으로 보이는 생김새부터 일반적인 병과의 차이점을 선보인다. 솔을 담은 솔송주를 증류하여 만든 술답게 전반적으로 짙은 녹색을 띄고 있으며, 뚜껑은 검은색으로 장식되어 전체적인 어우러짐을 높여준다. 전면부에는 '정성과 혼을 담아'라고 쓰인 문장과 함께 술의 이름, '담솔'이 나타나 있는데, 이 전통을 간직한 채 짙게 적혀 있는 문장과 이름이 술의 정체성을 잘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다양한 요소들 중 가장 강하게 눈에 들어오는 것은 뚜껑의 목에 걸린 술의 수상 이력. '2023 대한민국 주류대상 우리술 리큐르부문 대상'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다양한 리큐르 제품들 중 전문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증거로서, 비록 한 가지 작품에게만 수여되는 상은 아니나 술에 대한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는 것에는 의심할 필요가 없다.


'담솔'은 '(주)솔송주'에서 솔송주를 정성스레 증류하고 받아낸 뒤 2년간 저온에서 밀폐하여 숙성시킨 고급 리큐르이다.


쌀 소주 특유의 날카로운 향내와 맛을 부드럽게 잡아내었기에 차갑게 마신다면 부드러움과 깊이가 한 층 더해진 상태에서 한국 전통 소주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제품의 용량은 500ML, 도수는 40도, 가격은 28,000원. 혼자서 마시기보단 둘이서 마시면 좋을 듯한 용량과 도수, 최근 나오는 전통주들과 비교하여 적당히 비싼 값을 가지고 있다. 참고로 이 보다 약간 적은 350ML 용량이 조금 더 저렴한 값에 판매되고 있으니, 혼자서 홀짝이는 것이 목적이라면 자신의 주량을 잘 파악하여 구매하길 바란다.

잔에 따른 술은 일반적인 증류주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색깔을 선보인다. 투명하니 깔끔한 것이 한눈에 보기에도 참으로 고요하다.


코를 가져다 대면 달콤한 향이 은은하게 잔으로부터 흘러나온다. 40도라는 도수에 비해서 알콜 향은 꽤나 연한 축에 속하고, 미미한 배 향과 함께 고소한 곡식, 알콜이 차례대로 코를 건드린다. 솔의 향기가 진하게 다가오는 솔송주와는 달리, 담솔은 은은하니 달게 느껴지는 배 향과 끝 부분에서 맴도는 알콜이 주로 자리 잡은 모습이었다. 이름답게 솔이 차지하는 부분이 좀 더 강했어도 좋았을 듯한데, 조금의 아쉬움이 따른다.


이어서 한 모금 음주하면 씁쓸한 술이 혀를 감싸 안아 준다. 부드럽게만 느껴졌던 향과는 달리 솔과 알콜의 고미, 거기에 감미가 곁들여져 맛을 이루어 내고 있으며 물처럼 흘러드는 부드러운 질감을 지녔다.

그리 단순하게 느껴지는 맛은 아니다. 산뜻하게 다가오는 미네랄적인 맛매를 필두로 하여 전체적으로 감미가 맛을 돋우고, 살짝 가벼운 바디감과 혀의 끝에선 약간의 짠맛까지 느껴진다. 여기에 코에는 특유의 옅은 배향이 살짝 머물렀다 사라지는데, 이 때문인지 술 자체가 시원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


목넘김 이후에는 미세한 씁쓸함과 단 맛이 잠시 혀에 남았다가 날아가는 듯하다. 대단히 긴 여운은 아니지만 즐기기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있으니, 술을 마신 후 눈을 감고 혀와 코에 남아 있는 잔향과 끝 맛을 감상해도 좋을 것이다.


고도수의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큰 무리 없이 마실 수 있을 만한 향미를 선보인다. 도수에 비하여 알콜은 순하게 다가오고, 조금의 단 맛과 미네랄리티적인 맛이 느껴지며 속을 따뜻하게 덥혀준다. 향 역시 감향에 가깝기에 전체적인 어우러짐이 좋아 술을 음미하는 데 있어서 불편함도 거의 없다시피 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술 자체의 색깔이 대단히 강하지 않다. '솔송주'라고 하였을 때 우리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맛과 향이 있듯이, 그 술을 증류한 '담솔'이라고 하면 방향에 맞춰서 생각이 나는 향미와 풍미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면 우리가 예상했던 향미와 아예 똑같지 않아도, '솔'이라는 명칭이 어느 정도는 크게 자리 잡고 있어야 할 텐데,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다소 그러한 부분은 부족하다고 여겨진다. 그저 잘 만든 맛있는 증류주 같은 느낌이다. 솔의 향미가 조금만 더 깊게 스며들어있었다면 느껴지는 풍미가 아예 다르지 않았을까.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음식은 소주에 어울리는 안주라면 모두 괜찮다고 생각된다. 전류도 좋다. 술 자체가 어떠한 음식이든 가리지 않고 잘 어울릴만한 맛을 지니고 있다.


'담솔', 좋은 자연으로 담은 맛있는 술이었다. 모난 부분이 없는 리큐르이기에 궁금한 사람들은 한 번쯤 음주해 보아도 좋을 것이다.


판매처에 따라 가격도 상이하고, 용량도 두 가지로 나뉘어있다. 자신이 마시는 목적에 따라 가장 저렴한 곳에서 구매하길 바란다.


솔송주를 담은 '담솔'의 주간 평가는 3.7/5.0 이다. 소나무 없는 소나무 팀이 떠오른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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