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리가 전해주는 막걸리의 달콤함, '너디로제'를 음주해보았다.
요즘 막걸리들이 굉장히 다양한 방법으로 출시되고 있다는 것은 아마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이미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천편일률 적으로 비슷한 형태와 맛을 지니고 있었던 예전과는 달리, 현재는 양조원마다 자신만의 색깔을 확실히 입히고 있으며, 향미 역시 다양하면서도 충분한 매력을 가진 채로 모습을 비춘다.
오늘 내가 가져온 막걸리 역시 마찬가지이다. '너디로제', 겉으로 생긴 병의 모습도, 디자인도 모두 독특하여 한눈에 사람의 이목을 끄는 친구라고 말할 수 있다. 막걸리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신비한 색을 가진 이 친구는 과연 어떠한 향미를 가져다 줄지, 기대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체리가 전해주는 막걸리의 달콤함, 너디로제
슬쩍 보아도 상당히 특별해 보이는 겉모습이다. 보통 막걸리 병에 비하여 조금 퉁퉁한 가로와 짧은 세로로 되어있고, 그 안으론 고구마 껍질이 떠오르는 자주색이 일렁거린다. 전면부에는 'NERDY ROSE'라는 술의 이름이 마치 도트 게임의 제목처럼 꾸며져 있으며, 이러한 특별함 때문에 별 다른 설명이 써져 있지 않음에도 막걸리에 대한 궁금증을 확 이끌어낸다.
사실 외관만 봐서 구입하기가 그리 쉽지 않은데, '너디로제'의 경우 사람의 이목을 끄는 것이 있어 딱 보자마자 손에 들게 된 제품이다. 이 매혹적인 빛깔은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누구든 그냥 지나치기 힘들지 않을까.
'너디로제'는 '너드브루어리'에서 막걸리가 가진 부드러움에 체리라는 재료를 더해 한층 풍부한 맛을 이끌어낸 술로서, 상주산 프리미엄 찹쌀, 바질, 물, 개량누룩, 효모, 효소만을 사용한 내추럴 막걸리이다.
재료에 대한 집착과 연구를 통해 인공감미료와 산도조절제를 일절 사용하지 않았으며, 이에 곡물 발효주 본연의 매력과 체리의 풍미, 애플민트의 시원한 향을 환상의 맛볼 수 있다고 한다.
제품의 용량은 700ML, 도수는 5.5%, 가격은 10,000원. 혼자서도, 둘이서도 같이 즐기기 좋은 용량에 누구나 편하게 마실 수 있는 도수, 적당히 값을 보여준다. 정말 이전에 막걸리 한 병에 만 원이라고 하면 비싸다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는데, 요즘 나오는 제품들이 값이 다 이러다 보니 그리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
잔에 따른 술은 병 안에 비하여 약간 옅어진 자주 빛을 선보인다. 확실히 일반적인 막걸리에서 비추기 힘든 색깔로서, 점도 자체는 그리 짙어 보이지 않으나 이 특유의 어두운 고구마색은 보는 사람의 눈을 끌어낸다. 다만 여러분도 보시다시피, 보통 체리라고 하였을 때 예상되는 색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고 생각된다.
몇 번 흔든 뒤 코를 가져다 대니 독특한 향이 잔으로부터 흘러나온다. 애플민트, 시트러스, 체리 등 과실의 향에 더해지는 달콤한 냄새와 상큼함까지, 전체적으로 향들이 톡톡 튀듯이 코를 건드린다. 따로 알콜의 향미는 느껴지지 않으며, 체리 향이 그렇게까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편은 아니다. 앞서 말한 여러 가지 과실향이 새콤함을 뽐내며 다가온다고 생각하면 좋을 듯하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산미를 간직한 막걸리가 혀를 감싸 안는다. 톡톡 튀며 저마다 자기주장을 하는 것 같은 향과는 달리 맛은 감미와 산미가 적절히 분배되어 있다. 비교적 체리가 가진 향미가 좀 더 온전히 느껴지고, 술의 질감은 물 보다 살짝 짙은 수준으로 흘러들어 간다.
맛의 과정이 꽤나 마음에 든다. 정말 미약한 탄산과 함께 산미가 혀와 목구멍을 치고, 곧바로 체리, 딸기가 떠오르는 과실의 단 맛으로 이어진다. 다른 맛에 비하여 산미가 약간 솟아올라와 있긴 하나 절대 지나칠 정도는 아니며, 누가 마셔도 매력으로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다.
탄산이 정말 있는지 없는지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미미하기에 목 넘김이 굉장히 부드럽다. 옅고 고운 주감으로 목구멍을 넘어간 후에는 감미와 산미, 감칠맛, 그리고 단 향을 살짝 남긴 뒤 사라진다. 여운 그렇게까지 긴 술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꽤나 반전이 있는 친구였다. 향을 맡았을 때에는 사실 맛에 있어서도 너무 독특함이 강하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산미를 필두로 하여 매력적인 맛은 최소한 입 마신 후부터는 큰 호불호가 갈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만들었다. 은은하게 담긴 체리를 혀와 코로 즐길 수 있는 막걸리로서, 앞서 말한 향에 대한 호불호가 크지 않다면 한 번쯤 마셔보아도 좋을 듯하다.
개인적으로 느꼈을 땐, 체리가 막 엄청 튀어나와서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상큼한 체리를 필두로 하여 딸기, 사과 등의 어우러진 과실의 단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고유의 멋을 지닌 막걸리라는 생각이 든다. 산미 위주인 막걸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상큼한 과일을 좋아하는 사람과 잘 맞을 듯 한 술이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매콤한 안주 혹은 담백한 크래커 등을 권한다. 술 자체가 산미와 단 맛을 중심으로 하여 뻗어나가기에 전 류나, 탕 류 보다는 앞서 말한 것이 좀 더 잘 맞지 않을까 싶다.
'너디로제', 톡톡 튀는 향과 새콤한 과일을 간직하고 있는 막걸리였다. 향에 있어서는 조심스러웠는데, 한 잔 마시고 나니 조심성이 뚝 떨어지더라.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10% 정도 차이가 난다. 잘 살펴보고 조금이라도 저렴한 곳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하자.
체리와 막걸리가 어우러진 '너디로제'의 주간 평가는 3.8/5.0 이다. 맛은 충분하였으나 도드라지지 못하는 체리는 살짝 아쉬웠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