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뭔 놈의 챌린지야? (22.04.30)
언제나처럼 도입부에 이미지를 하나 넣어보려 했다.
그러나 구글에 '제로투'를 이미지 검색한 순간,
성적대상화 되거나 성기 냄새를 표현하는
2차 창작 작품들이 떠서 어떤 이미지도 첨부할 수 없었다.
혹시 제로투가 한국에서 어떤 방식으로 유행하게 됐는지 알고 있으신 분?
물론 내 의견이 정설이라는 소리는 아니다. 하지만 제로투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을 때, 그게 무슨 말인가 하고 찾아봤었다. 어떤 만화에 나오는 캐릭터에 춤추는 모션을 합쳐서, 만화와 무관한 곡을 섞어 만든 밈에서 시작한 것이었다. 근데 그걸 어느샌가 여캠에서 추기 시작했다. 3분할 카메라에다가, 적당히 헐벗거나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고, 가슴과 엉덩이가 흔들리도록 춤을 췄다. 후원금이 들어올 때마다 춤을 추는 시간이 늘어났고, 카메라 앞의 여성들은 힘들어하며 신음을 (고의적이거나 어쩔 수 없이) 내고 있었다.
음. 여성애자로서, 내 빻은 한남의 마음이 속삭였다.
"너무 이쁘고 개꼴린다."
개같았다.
나의 욕망이 때로 저열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가끔 그 시각이 일반적인 대한민국의 시선을 반영한다는 생각을 한다. 비교적으로 자기 검열을 하는 나조차도, 홀린 듯이 제로투를 찾아보고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걸출하게 예쁜 여성들이 나를 향해 웃으며 잔뜩 요염한 몸짓을 하고 있다. 이걸 싫어할 수 있는 이가 누가 있을까.
그렇다고 춤을 추는 여성들이 잘못된 것이냐? 그렇지 않다. 나는 그들이 카메라 앞에 섰다는 사실을 질타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나는 이 일련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재생산해낸 플랫폼인 유튜브와 틱톡에 책임을 묻고 싶다.
틱톡과 유튜브는 어떤 곳이냐. '영상의 조회수가 나오는 만큼 광고를 붙여 돈을 주는 플랫폼'이다.
물론 모든 상황은 1차적으로, 만화 속 여성을 딸감으로 쓰는 것에 모자라서 현실 속 여성들에게 돈을 주며 '제로투'를 추게 만든 이들에게 있겠다. 이를 방조한 각종 스트리밍 플랫폼도 이 문제를 피해갈 수 없다. 언제나 벗방(후원을 할 때마다 금액에 맞춰 노출의 수위를 높이는 방송) 등의 문제를 불러 일으키면서도 남연예인으로 광고까지 하며 덩치를 키우고 있는 플랫폼마저 있다.
하지만 왜 이런 밈이 어쩌다 대한민국을 강타하게 됐는지 묻느냐면, 당연히, 제로투를 추는 영상을 다시 유튜브를 통해 업로드 하고 돈을 받고 다시 다른 사람들이 많이 볼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유튜브와 틱톡이 제로투에게 먹이를 주고 키웠다. 어느새 오만 정규-비정규 방송사에서 제로투를 추고 있었다. 이 뜻은 앙기모띠의 문제와 맥락을 같이 한다. 유튜브와 틱톡은 해당 컨텐츠가 어떤 본질을 가지고 있던 간에, 이를 방조했으며, 모든 연령과 대상이 모든 것을 시청할 수 있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여성의 몸에 대한 대상화가 일반적인 유행처럼 자리 잡았다. 제로투라는 단어의 어원은 모르더라도, 대충 무슨 춤인지 알 수 있게 될만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단순히 '제로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유튜브와 틱톡은 계속해서, 여성의 몸을 상품으로 재생산하고 있다.
유튜브 숏츠를 넘기다 알고리즘이 멋대로 켜준 영상을 보고 경악을 했다. 한 여성 아이돌이 무대 위에서 사고로 윗옷이 벗겨지는 영상이었는데, 그 찰나를 어떤 이가 영상으로 만들어서 반복적으로 볼 수 있게 해뒀었다. 이 영상의 제목은 'OO(아이돌의 이름) 고의? 실수?'따위의 쓰레기 제목이며, 조회수는 무려 711만회다. 우리 나라 사람들의 5분의 1은 이 영상을 본 셈이다. 덧글 창을 보시다시피, 저 따위다. 가슴 노출을 우연치 않게 했다는 이유로, 누군가는 이슈몰이를 위해 영상으로 만들어 올렸으며, 많은 이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재생해서 보고 떠들어댔다.
여성의 몸이 유튜브나 틱톡 상에서도 돈이 된다는 사실을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다. 이제는 틱톡을 통해 또다른 챌린지들이 유행이다. '힘숨찐' 챌린지, '베드씬' 챌린지... 오만 챌린지의 결론은 결국 여성의 몸이다. 힘숨찐 챌린지는 헐렁한 옷을 입은 여성이 다음 컷에서 몸매가 확연히 부각되는 옷을 입거나 거의 헐벗고 있다. 그래서 자기 스스로가 엄청난 몸매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챌린지'를 하는 거다. 베드씬 챌린지는 좀 더 노골적인데, 평범한 옷을 입고 위에서 내려다 보는 카메라의 시선을 마주보다가, 침대로 느러누워서 마치 섹스 직전의 모습을 흉내내는 영상이다. 이쯤 되면 이게 챌린지라는 이름이 걸맞는지도 잘 모르겠다. 유튜브 숏츠를 돌려보다 무심코 그런 영상을 보게 되면, 오만 생각이 다 드는 것이다.
대체 왜 성적대상화된 셀피 영상마저도 돈이 될 수 있게 한 걸까.
어떤 이들은 자유가 가장 중요하며, 검열은 불필요한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더 나은 가치를 위해, 혐오가 아닌 존중을 위해, 멋진 컨텐츠가 더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플랫폼은 모든 것을 돈과 광고로 치환시키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또다른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다른 여성들이 어디선가 분노를 느끼기 전에.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