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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욱 Sep 16. 2023

나는 보수인가? 진보인가?

타임머신 타고 30년 전으로 회귀하는 대한민국 구태정치

세상을 살다 보면 사람과 사회적 계층을 구별하는 평가기준이 존재한다. 그것이 사회적 합의에 의해 제도화된 것이든,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것이든 사회의 틀 안에서는 명확히 보이지 않지만 사회구성원을 일정한 틀로 범주화(카테고리)하는 평가기준이 존재한다. 가장 일반적인 것이 경제적 측면에서 '자본가'와 '노동가'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이다. 다음은 정치사회적 측면에서 '보수'와 '진보'가 있다. 보수는 전통, 공동체, 역사를 중시하며, 진보는 자유, 혁신, 미래 가치를 중시한다. 사람들은 보수를 우파, 진보를 좌파라고 부른다.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자본가는 우파보수주의, 민중은 좌파진보주의 성향이다.


최근 직장생활, 사회생활을 하면서 지인들로부터 내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있다. 팀장님은 보수예요? 진보예요? 왜 지인들은 내게 이런 질문을 할까? 먼저 그것이 알고 싶었다. 그렇다고 질문자들에게 왜 그것을 왜 물어보냐?라고 정색하며 다시 질문을 하는 것은 상황을 어색하게 만들 뿐이다. 결론은 "나도 잘 모르겠다"라고 얼버무리며 유머로 상황을 정리하는 일이 다반사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나에게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일까?


개인적으로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나의 성격과도 무관하지 않다. 나는 정치, 경제, 사회 등 세상만사에 관심이 많다. 좋게 말하면 오지랖 넓은 편이고 나쁘게 말하면 실속 없는 인간이다. 나는 책, 포털, 유튜브, SNS 등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것을 좋아한다. 간단한 사회적 핫이슈는 SNS에 의견을 개진한다. 생각을 정리할 수준이라면 지금처럼 브런치에 글을 올린다. 브런치에 올린 글의 상당수가 시사적 내용이 많은 것은 그런 이유이다. 제도개선 등 무거운 주제는 지방신문에 기고를 하는 경우도 있다. 2017년 헌법재판소의 박근혜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이 있을 때도 지역언론에 기고하였다. 주변사람들은 나에게 강심장이라고 말한다. 민감한 정치적 이슈에 관해 SNS에 글을 올리다 주위만류로 내린 적도 많다. 나는 촌철살인으로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는 유시민, 진중권이 아니기 때문이다. 퇴직 후에는 그들처럼 살고 싶은 희망이 있지만...


위와 같은 이유로 지인들과 모임에서 대화를 할 때면 자연스럽게 정치, 경제, 외교, 안보 등 국가적 현안과 사회적 이슈에 대해 개인의 의견을 말할 때가 많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철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해병대수사,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한미일 외교안보정책, 부자감세, 이재명 대표 단식투쟁, 극우보수주의자 국방부장관 임명 등.. 대한민국은 하루가 멀다 하고 따끈따끈한 아니 뜨거워 접근하기조차 어려운 용광로 같은 뉴스들을 뿜어내고 있다. 주목할만한 점은 국가존립과 미래세대와 직결되는 중차대한 아젠다들임에도 심도 있는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은 채 "수박 겉핥기"식으로 고리타분한 보수와 진보진영의 이념전쟁에 매몰되어 사안의 본질을 놓치는 일이 대부분이다. 나도 지인들과 대화를 하면 쟁점과 핵심은 피해 가고 어느덧 보수와 진보의 이념전쟁에서 갈팡질팡 표류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간단한 예를 들면 나는 국방과 관련해서 윤석열 정부의 대북강경책을 선호한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프로세스 정책은 실현가능성 없는 이상이라고 보았다. 이점에서 나는 분명 보수주의자다. 그런데 최근 봉오동전투 독립군 영웅 홍범도 장군 육사교정 내 흉상이전과 관련한 현 정부의 역사인식은 동의할 수 없다. 전 정부에서 전투기까지 동원하여 유해를 카자흐스탄에서 극진하게 모셔온 장면은 지금 보아도 울컥하고 정부가 잘했다고 평가한다. 그럼에도 보수주의 정권이 독립군 영웅에게 공산주의 프레임을 적용하는 것은 역사를 전체적 맥락에서 이해하고 존중하는 능력이 부족하지 않나 생각한다. 보수정권 김영삼대통령이 일제의 친일잔재 청산 등 "역사바로 세우기" 정책으로 지지율이 70% 이상 오른 것은 현 정부가 유의미하게 살펴보아야 할 부분이다.


외교정책에 있어 현 정부가 한미일 외교안보 협력을 강화하여 실리외교를 추구하는 것은 이전정부의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외교원칙보다는 좋다고 본다. 즉, 노선을 분명히 하고 줄것 주고 받을 것 받는 실리주의 외교가 내 성향과 맞는다. 다만, 미래지향적 관계설정을 위한 친일 외교정책은 분명 필요하지만 그 수준과 방법적 측면에서는 현재 다수의 국민적 공감을 받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2024년 독도예산, 역사왜곡 관련예산이 전년도에 비해 대폭 삭감된 것은 친일외교정책과 관련성이 있는 것인지 알고 싶은 부분이다.


이 밖에도 대통령의 통치스타일, 개각, 여야 정치협상 등 현안에서 나는 일방적으로 보수를 지지하지도, 진보를 지지하지도 않는다. 아마도 그 이유는 간단하다. 현대정치에서는 보수와 진보의 가치를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항일 독립투쟁의 역사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반공이념을 앞세워 친일외교를 강조하는 보수, 국민의 배고픔은 외면한 채 정략적 이유로 명분 없는 단식을 하는 진보는 보수와 진보의 핵심가치가 결여된 무늬만 보수, 진보인 직업정치인으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단팥 없는 찐빵이랑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출퇴근할 때 차창너머로 보이는 길가에 정치구호들을 보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가 2023년인지를 의심할 때가 많다. 보수는 한미일 외교강화를, 진보는 민주주의 회복을 주장한다. 시대착오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1970년대가 산업화, 1980년대가 민주화, 1990년대가 정보화, 2000년대가 글로벌 경쟁시대이고 현재는 AI,  로봇산업 등 초국가 무한경쟁시대이다. 그런데 뉴스는 검찰수사, 야당대표 단식, 교사 자살, 해병대수사 외압, 흉악한 범죄뉴스가 수도꼭지에서 물 나오듯 계속 나온다. 미래로 도약하는 출구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이와 같이 풍전등화, 백척간두, 누란지위의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보수와 진보의 이념은 과연 중요한 것일까?

그렇다면 나는 보수인가? 진보인가? 현재와 같은 프레임이 지속된다면 보수주의자로 살아가는 것이 좋을지, 진보주의자로 살아가는 것이 좋을지 고민이다. 그러나 진정한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라면 '대한민국'이라는 4글자 앞에서 겸손해지고 더 큰 미래를 위해 자신의 이념을 희생하는 미덕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1945년 해방 이후 민족주의(이승난, 김구)와 사회주의(여운형, 박헌영) 계열의 극심한 이념대립과 미국과 소련의 외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1948년 8월 15일 부득이 남한에서 단독정부를 수립하여 분단의 아픔을 겪은 역사적 교훈을 기억하며 2023년 대한민국의 정치는 보수와 진보로 대립하여 투쟁할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발전이라는 더 큰 가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통 큰 정치를 보여줄 때이다.


이제 나에게 질문하신 분들에게 대답할 시간이다. 나는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 보수와 진보의 엑기스만 압축한 대한민국을 너무나 사랑하는 평범한 소시민이다. 대한민국! Dreams come true. Again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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