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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욱 Jul 27. 2023

초보 낚시꾼은 강태공을 꿈꾼다

브런치 입문 2개월을 자축합니다

브런치에 글을 쓴 지 정확히 2개월 되는 날이다. "브런치 작가로 등단하다"라는 제목으로 5월 28일 브런치스토리에 처녀 글을 올렸다. 내가 쓴 글을 다른 사람들이 읽는다는 것이 신기했다. 내 글을 읽은 조회수를 즉시 확인 할 수 있는 시스템은 브런치스토리가 보유한 강력한 매력포인트이다. 다른 작가의 글을 읽는 것보다 내가 쓴 글의 조회수를 확인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제 일상이 되었다. 또한, 조회수는 보험회사 게시판에 게시되어 있는 영업실적표처럼 글을 자주 쓰게 유도하는 각성제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러나, 브런치 조회수에는 작가들이 간과하기 쉬운 함정이 있다. 제목만 보고 내용은 스킵하는 구경꾼 독자들이 조회수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길거리를 걷다 간판만 보고 가계에 들어가서 물건은 보지 않는 행인들처럼 말이다. 


브런치 글의 관심도와 영향력을 평가하는 객관적 지표는 '라이킷' 또는 '구독자' 수이다. 내 경우는 글 1건당 15건 내외 '라이킷'이 있고, 총 39명의 구독자가 있다. 39명 구독자 중에는 내 프로필을 가족과 지인에게 카톡으로 보내어 강제가입시킨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형편없는 내 글에 꾸준히 '라이킷'을 보내주는 구독자는 가뭄에 단비 같은 고마운 존재이다. 미쓰하노이, 아이리스H, 방탄소년단팬, 초들김경호, 흑고니, 정주구, 페르세우스, 슈퍼피포, 달보, 맑은돌, 무작정고PD, 사각사각, 야초툰.. 정말 고마운 분들이다.     


2개월, 브런치에 총 24건의 글을 올렸다. 이 글이 발행되면 25번째 글이다. 여느 때처럼 조회수를 살펴본다. 총 73,318건이다. 초짜 작가의 성과로는 그다지 나쁘지 않은 수치이다. 조금 더 디테일하게 살펴보면, 총24건의 게시 글 중 1,000건의 조회수를 넘는 글이 3개 있다. 6월25일 올린 베트남 3박 4일 가족여행 기행문은 64,516회라는 경이로운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지금도 일일 조회수가 가장 많은 글이다. 구글 초기화면에도 나온 적이 있다. 오랜 시간 연락이 끊겼던 지인이 사진을 보고 너 맞냐? 고 전화가 올 때는 브런치의 영향력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페이스북 10년 이상 하고 팔로워가 35,000명이어도 연락온 적은 없었으니까..



2개월 동안 거의 매일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행복감을 만끽했다. 작품 하나 만들어보자는 일념으로 토요일 오후는 조용한 동네 스터디카페를 찾아 아메리카노 한잔 옆에 두고 공무원 시험 준비하듯 글쓰기에 열중했다. 64,000회 조회수를 기록한 베트남 3박 4일 기행문은 스터디카페에서 4시간 작업해서 나온 작품이다. 핸드폰 또는 태블릿에서 멋진 커버사진과 함께 올라온 내 글을 보며 잠시 나르시시즘 환상에 빠지기도 한다. 


직장생활 25년 차 글을 쓰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다. 매일 출근 헤서 이메일로 관계기관 또는 직원과 소통하고 기획보고, 메모보고, 동향보고.. 각종 보고문서 작성으로 하루도 글을 쓰지 않은 적은 없다. 신변잡기 일상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각종 동호회 활동은 밴드와 카톡을 통해 계속 글을 쓰며 세상과 소통한다. 간혹, 지역언론에 특정 사회적 이슈를 주제로 기고문을 보내기도 한다. 이처럼 글쓰기는 삼시세끼 밥 먹는 것처럼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주변사람도 글 쓰는 재주를 인정하고 글쓰기는 나의 Selling Point가 되었다 


그러나 돌이켜 보니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써본 적은 없던 것 같다. 소통과 업무의 수단으로써 직장인으로서 글을 쓰지만 형식적인 틀을 벗어나 자유롭게 글을 쓰게 된 것은 브런치를 만난 이후부터이다. 마치 흰색 셔츠에 넥타이, 구두, 블랙정장만 입고 출근하는 갑갑함에서 벗어나, 하계휴가를 맞아 반바지에, 알록달록 하와이안 셔츠, 크록스 샌들을 신으며 해변을 걷는 자유로움이라고나 할까? 기획, 예산, 감사, 인사 등 무거운 주제에서 벗어나 가족, 여행, 시사, 직장생활, 인간관계... 관심이 있는 다양한 주제로 나의 생각을 자판으로 두들기고 PC에서 활자화되는 그 순간 희열감은 톡 쏘는 탄산수를 마셨을 때의 짜릿함과 비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요즘 한 가지 고민이 있다. 글 쓰는 순간이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지만 언제부터인지 글쓰기가 의무감으로 다가온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친다"는 안중근 의사의 말처럼 매일 브런치에 글을 쓰지 않으면 퇴출될 것 같은 위기감이 엄습한다. 물론, 직장에서 보고서 작성하듯 의무적으로 글을 쓸 필요도 없고 누구도 강요하지도 않는다. 글을 쓰지 않는다고 페널티도 없다. 순수하게 내 자유의지로 글을 쓰면 되는 것이다. 브런치 작가 중 한 분은 14년 동안 퇴근하며 매일 글을 쓰고 그 결과 여러 권책을 출간했다고 하던데.. 혹시 그분에 대한 막연한 존경감과 부러움이 글을 쓰는 부담감으로 작용하지 않았는지 모를 일이다. 


늘어나지 않는 조회수, 정체된 라이킷, 구독자 수도 글쓰기의 순수함을 방해하는 요소들이다. 아마도 25년 공직생활하면서 체득한 조직 내 평가와 사람들 간 비교에 익숙해져 있는 문화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남들보다 더 잘 써야 하는데, 더 많은 라이킷을 더 받아야 하는데, 구독자 수를 더 늘려야 하는데.. 이 같은 세속적 요인들이 글쓰기의 순수성을 훼손하며 글의 품질을 저하시키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글쓰기의 방향과 정체성 혼란, 소재의 고갈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브런치 출간작가들 글에는 일정한 방향성이 존재한다. 즉, 직장생활 멘토링, 일상에세이, 여행, 시사분석 등등. 나 또한 처음 공직생활 25년의 경험을 녹여서 공직후배 또는 일반인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러나 공직생활과 관련하여 우수한 글을 쓰는 작가들이 너무 많다. 브런치 시장이 초과공급상태이다. 블루오션을 찾아야 한다. 


오늘은 무슨 내용으로 글을 쓰지? 매일 아침 시작되는 고민이다. 이런 상황에서 글을 쓰고 내가 쓴 글을 읽고 있으면 무슨 내용인지 나도 모를 때가 많다. 배가 부른데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고 계속 먹는 어리석은 사람처럼... 점점 힘들어진다. 내용도 부실하고 반응도 시큰둥하다. 원양어선 조업 중 태평양 한가운데서 갓 잡아 올린 온몸을 펄떡펄떡 요동치는 싱싱하고 거대한 참치는 보기만 해도 생동감이 넘친다. 빨리 수산시장으로 이동해서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고 수많은 고객들은 참치의 맛을 보기 위해 많은 비용을 기꺼이 지불한다.


넓고 넓은 인생에서 독자들이 관심을 갖고 손짓을 보내는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나침반과 항법장치 없이 태평양 한가운데 둥실둥실 떠다니는 돛단배 같다.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가야 할 방향을 모르고 이리저리 정처 없이 떠다니고 있다.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낚시 기술도, 어종도, 바다의 특성도 모르는 신출내기 어부가 태평양 한가운데서 월척을 잡고자 하는 허황됨을 이제야 깨닫는다. 


태평양이든, 동해바다이든, 호수이든 공간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내가 낚시를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물론 호수에서 월척이 잡힐 수 없지만 월척의 욕심을 버릴 때 비로소 낚시의 달인 강태공이 될 수 있다. 


브런치 2개월. 졸필이지만 많은 관심과 응원 보내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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