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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욱 Oct 20. 2023

지역위기. 마을공동체가 해법이다

기후위기, 지방소멸, 재난대응, 돌봄,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간디)

바야흐로 10월은 축제의 시즌이다. 이곳저곳에서 지역축제 소식이 들려온다. 파주 개성인삼 축제, 가평 자라섬 페스티벌, 수원 화성문화제, 용인 포은문화제, 안성 남사당 바우덕이축제.. 각 지역의 특성을 대표하는 지역축제로 경기도 각 지역은 활기를 되찾은 듯하다. 그동안 코로나로 인한 대규모 집합행사 제한으로 현재의 지역 축제는 그 어느 때보다 생동감 있고 말 그대로 축제분위기다.     


이같이 다양하고 개성 있는 지역축제 중에 지난 10월 19일 수원시에 소재한 경기도청 옛 청사에서 의미 있는 축제가 개최되었다. 바로 “2023년 경기마을공동체 한마당” 행사이다. 지역축제가 시군이라는 지역적 한계가 존재한다면 “2023 경기마을공동체한마당”은 경기도 내 31개 시군에서 활동하는 모든 공동체가 참여하는 광역차원의 행사라는 점에서 시군 지역축제와는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경기도 31개 시군 지역공동체 중 16개 시군, 20개 공동체 활동사례 발표 및 우수공동체 시상, 청년공동체 문화공연, 공동체 활동사례 전시부스 체험 등 지난 1년간 지역에서 다양한 공동체 활동 성과를 한 자리에서 공유하고 소통하는 공동체인 큰 잔치였다.

2023경기마을공동체한마당&행복마을관리소 사례발표회

그러나 하루종일 행사를 지켜보면서 지역공동체 활동가들의 큰 잔치인 행사가 왠지 다른 축제분위기 같이 기쁨과 열정이 보이지 않는 듯했다. 예민한 개인적 성격일 수도 있지만 공동체인 발표와 대화에서 현재보다 미래를 걱정하는 분위기가 감지되었다. 행사를 마무리하고 무엇이 지역에서 열정적이고 뜨겁게 일하는 공동체활동가들을 위축하게 만들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중앙정부의 예산지원 축소, 공동체활동 거점공간 부족, 공동체활동가에 대한 사회적 인식 미흡, 저출산에 따른 지방소멸, 행정조직과 공동체 중간지원조직 동상이몽 등.. 개인적으로 3개월 동안 공동체업무를 담당하면서 체득한 공동체정책의 한계이다     


2023년 대한민국의 현실을 돌아본다. 빈부의 격차,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 신림동 살인사건 등 갈수록 흉포화 되는 범죄, 나날이 희망을 잃어가는 청년들의 실업, 기후변화에 따른 대형재난 및 삶의 질 저하 등 우리가 살아가는 지역은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다. 이런 문제는 근본적으로 상호부조 관계에 기반을 둔  공동체적 관계망이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작동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인류 및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사회적 변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수십 년 전부터 공동체 붕괴에 따른 사회적 위기는 예고되었지만 우리 사회는 이 같은 신호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이 같은 사회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도는 2015년부터 “따복” (따뜻하고 복된 마을) 공동체 주민제안공모사업, “행복마을관리소 조성사업” “공동체활동지원사업” “공동체 거점공간 조성 지원사업” 등 다양하고 체계적인 정책으로 지역공동체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행복마을 관리소 사업은 민선 7,8기 공약사업이며 중앙정부와 전국 지자체에서 배워가고 있는 우수 정책사례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지역 위기상황에서 현재의 공동체활동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야 할까? 지역공동체 정책은 마을공동체를 비롯한 공동체 자생력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수요자 중심으로 설계되고 집행되어야 한다. 제한된 공유자원을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자발적으로 공동체를 구성할 수 있는 역량과 제도와 규칙을 스스로 설계하고 수정할 수 있는 공동체 구성원의 역량이 전제되어야 한다.  학연, 혈연, 지연 등 배타적 공동체를 벗어나 지역 내 문제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해결할 수 있는 공동체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2023년 10월 전국마을 만들기 전국대회 In 수원 & 경기마을공동체한마당

행정이 결정하고 주도하는 지역공동체활동은 단기간 내 성과를 거둘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공동체의 성공으로 귀결되기 어려운 구조이다. 행정은 지역현실에 근거한 주민역량교육을 지원하고 지역 내 공동체, 행정과 지역공동체의 협력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함으로 지역공동체 활동을 민관협력 거버넌스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주민제안공모사업 등 추진 시 현재의 복잡한 지원절차 및 회계절차의 단순화 등 제도적 정비를 통해 공동체가 행정업무가 아닌 본연의 공동체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햐야 한다.     


추석연휴 “콘크리트 유토피아”라는 국내영화를 본 적이 있다. 대규모 재난으로 삶의  터전인 아파트가 붕괴되며 아파트 주민들이 재난복구 및 자치복구 활동을 소재로 한 영화이다. 허구적 요소가 가미되었지만 머지않아 우리가 당면하게 될 가상현실이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 지방소멸,  기후위기에 따른 각종재난, 빈부격차에 따른 취약계층 돌봄, 저성장 시대 청년실업, 이밖에도 시장과 국가를 통해 충족되지 못하는 다양한 사회적 필요(보육, 교육, 주거, 안전, 건강 등)를 해결해 줄 지역공동체 활동은 국가와 지역의 중요한 정책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공동체의 자생력 확보,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정책, 지역사회 문제를 지속적으로 해결해 가는 민-관 협력의 선진화된 공동체모델은 현재 대한민국 모든 지역이 당면한 다양한 위기상황을 지혜롭게 해결하는 열쇠가 될 것 임을 확신한다.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는 마하트마 간디의 외침이 귀에 아른거린다.

                                                    2023.10.20. 경인일보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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