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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욱 Aug 01. 2023

새로운 곳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7월 28일 금요일 동료와 저녁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하는데 사무실이 웅성거린다. 호떡집 불난 것처럼 어수선한 분위기다. 알아보니 직원들이 내부통신망에 게시된 인사발령문을 보고 이번에 어느 팀장이 가고, 어느 팀장이 오고 신원조회에 열중이다. 그 순간, 앞에 있던 팀장이 나를 보고 던지는 말에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팀장님도 이번에 옮기시네요!. 예상은 했지만 어느 부서로 발령이 났는지 궁금했다. 조용히 컴퓨터를 켜고 인사발령문에 이름 석자를 찾아보는데 아뿔싸! 사회적 경제국 공동체지원과 공동체정책팀장이다.


인사발령으로 부서를 옮긴 지 주말 빼고 2일 차 되는 날이다. 정신없이 시간이 흐르고 이제는 다시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있을 만큼 일상을 되찾고 있다. 인사발령 다음날인 토요일에 새로운 사무실에 출근해서 개인비품 미리 옮겨놓고 공인인증서 등 설치 완료하며 사무실 배치상황 대충 파악하고 나니 그제서야 속이 후련하다.


공무원 전보인사는 평균 2년 주기라서 임대차 계약기간과 비슷한 점이 있다. 즉, 2년이 가까워 오면 방 뺄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단지, 임대차계약은 계약해지 최소 3개월 전 사전 통보의무가 있어 집을 구하고 이사할 준비시간이 있으나, 공무원 인사발령은 군사작전 감행하듯 보안을 유지하며 기습적으로 감행한다. 준비시간이 없다. 인사발령 뜨면 그때부터 짐 싸고 파일 정리하고 즉시 새로운 근무지로 이동해야 하는 것이다.


아쉬운 인사발령문 스캔하고 책상서랍 등 개인물품 정리를 1시간 이내 끝낸다. 텅 빈 책상 위에 후임자 업무인계인수서를 핵심내용 위주로 2장 정도 작성한다. 주말은 편안한 마음으로 보내고 월요일 아침 가벼운 발걸음으로 출근하여 국장님, 과장님, 함께 일한 동료직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솔직히 2년 6개월 정말 조직을 위해 고군분투하였음에도 노력에 상응하는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 섭섭함은 가득하지만 표현하지 않는다.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그분들도 잘 알고 있을 테니.. 설령, 모른다고 해도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다.

 


처갓집 빠져나오듯 예전 사무실을 나와 새로운 사무실로 의기양양하게 입성한다. 사무실은 지상 24층 건물 중 9층이다. 19층에서 9층으로 좌천된 것이다. 그러나 권력은 권력자와 거리에 반비례한다는 말이 있다. 도지사 집무실이 5층이니 기존의 19층보다는 새로운 9층이 권력자와 가까워졌다며 설득력 없는 논리로 자기 위안을 삼는다. 현실적으로는 아름다운 광교호수공원 조망권을 잃었고 대신 엘리베이터 대기시간 단축권을 얻었다. 종전의 기후환경에너지국은 환경직이 주류, 행정직이 비주류였다면, 새로운 부서인 사회적 경제국은 행정직이 압도적 다수이다. 제 집을 찾아온 편안함은 있지만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새로운 사무실에서 자리 잡고 열심히 업무보고자료를 살펴보는데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온다. 전 근무부서인 환경안전관리과 과장님과 직원들이 꽃과 다과를 들고 후행을 온 것이다. 공직사회는 인사발령 시 떠나는 사람을 위해 꽃과 다과를 보내는 아름다운 전통이 남아 있다. 김영란법 제정 이후 많이 간소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공직사회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조직문화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꽃말에 내가 좋아하는 좌우명을 적어주는 센스까지.. 2년 6개월 꼰대 팀장으로서 힘들게 한 부분도 많았을 텐데.. 직원들의 마음 됨이 고마울 뿐이다   

      

2017년 5월 사무관 승진 후 5번째 근무지이다. 국내최대 전시컨벤션센터 킨텍스 업무 1년, 여성가족부 파견 6개월, 도의원 역량개발지원 업무 2년, 환경보건 업무 2년 6개월, 금번 업무는 최근 사회적 경제혁신 정책 일환으로 추진 중인 마을공동체 활성화 등 지역공동체 관련 정책 업무이다. 경험하지 못한 업무이고 다소 생소한 분야라서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기후환경에너지국, 미래성장산업국과 더불어 민선 8기 경기도정 핵심정책을 주진하는 사회적 경제혁신 정책을 추진하는 부서여서 안팎으로 주목받고 있는 부서이다.

 

공동체정책팀장이라는 직위가 다소 생소하다. 인사과에서 인사발령 사전 수요조사 때 내가 신청한 부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6개월 전 2023년 1월 정기 인사 시 인사과에서 희망근무지 수요조사를 했을 때 나는 3순위까지 작성해서 제출했다. 그러나 결론은 유임이었다. 6개월을 와신상담하여 이번에는 반영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또다시 3순위까지 작성해서 제출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내가 희망한 보직이 아닌 것이다. 이럴 바에는 왜 수요조사를 했는지 인사과장에게 묻고 싶었지만 돌아올 답은 뻔하다. "수요조사는 참고자료입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제 인사이동으로 자리를 옮길 시간도 남은 공직생활 기간 중 2번 남짓 남았다. 25년간 인사발령으로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고 새로운 업무를 경험했다. 이제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음을 실감한다. 이곳이 영광스러운 승진의 계단이 될 수도 공직생활을 마무리하는 안식처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지구열대화로 날씨는 푹푹 찌고 사무실 창밖으로 어둠이 내려앉는다. 퇴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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